지난 주 어쩌다 MBC 주말 드라마 '천번의 입맞춤'을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우리 가족 드라마 안보거든요. 볼 시간도 없구요. 그런데 이 날은 어떻게 하다 그냥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중간에 아주 흥미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주인공 중 하나인 우주미와 약혼한 장우진, 이 둘이 티격태격 사랑 싸움을 합니다. 그런데 끝까지 둘이 합의를 보지 못하고 대립하다 결혼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정도까지 이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기자로 있는 우주미가 남자 사진기자랑 단 둘이서 제주도로 일박이일 출장을 가는 것에 대한 것이죠.
우주미는 별 생각 없이 이건 일이니까 괜찮다는 것이고, 장우진은 절대 용납못하다는 것이죠. 우주미는 그런 장우진을 째째한 남자로 이해하고, 장우진은 한술 더 떠 직장 그만두고 결혼하면 내조만 하라고 윽박지릅니다. 결코 서로의 입장을 물러서지 않는 상황, 그리고 출장 가는 날, 남자는 여자를 배웅하러 공항에 갔다가 다행히 그 남자 기자가 가정일로 가지 못해 여기자가 대타로 나온 것을 발견하고는 전화를 걸어 난 그정도는 충분히 이해해주는 남자라며 호기를 부립니다.
문제의 그장면입니다. "뉴스엔"에서 퍼왔습니다.
울 남편에게 물었죠.
"만일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거야?"
그러자 울 남편 서슴없이 대답합니다.
"절대 안돼지. 나 같아도 회사를 그만두게 할 거다."
와~ 울 남편 완전 째째남입니다. 어떻게 저리 자기 아내를 못믿을까요? 솔직히 좀 속상해서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울 남편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네요.
"나도 옛날에 기자 생활 좀 해봤는데, 저렇게 일박이일로 단둘이 출장은 솔직히 무리다. 어떻게 될 줄 아무도 몰라."
자기 경험이라며 말하는데 좀 화가 나더군요. 이 남자 옛날 나 말고 여자관계가 혹 복잡했던거 아닌가 싶은 의구심도 들구요. 그래서 슬슬 남편의 자백모드로 나갈 수 있게 유도질문을 했습니다.
"그래도 여자는 남편이나 애인이 있음 함부로 행동하지 않아. 설마 남편 있고, 애인 있는 여자가 섣부른 행동을 하겠어요?"
그러자 울 남편 모르는 소리라는 표정을 지으며 피식 웃으며 말합니다.
"솔직히 나도 옛날에 기자 생활할 때 여기자를 파트너로 해서 영남 일대를 돌아다니며 취재하러 다녔는데, 한 직장에서 오래 그렇게 파트너가 되면 의외로 이상한 감정을 가지게 되더라구. 둘 중 하나만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상황이 어찌될 줄 정말 아무도 몰라."
ㅎㅎ 드뎌 꼬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이제 결정타를 날려야 할 때죠.
" 그럼 당신도 그런 경우가 있었던 거야? 설마..울 남편이.."
그러자 이 남자 저의 이런 꼬임에 슬슬 넘어오기 시작합니다. 제 눈에 살짝 살기가 엿보이는 순간, 그렇지만 여자의 이런 예민한 감성에 무디고 무딘 울 남편 거침없이 이야기를 합니다.
"생각해봐, 경치 좋은 제주도로 두 사람이 업무차 갔어. 그리고 낮에 열심히 일해서 다 끝냈어. 그럼 저녁 먹고 서로 숙소에 들어가서 바이바이 낼 봐요 그러겠니? 첨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저녁이나 해요 하지. 그런데 제주도까지 와서 그냥 김치찌개 먹겠니? 출장비도 있겠다 일단 분위기 좋은 곳에서 괜찮은 회라도 한 접시하겠지. 그러면 자연스레 소주도 한잔 하고, 어두워져 가는 바다풍경도 한 번 보고, 밥 먹고 나면 스트레스도 풀겸 노래방도 가자 하지 않겠어? 그러면 노래부르면서 한잔, 슬슬 이렇게 서로간의 긴장도 풀리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겠지. 직장 상사도 씹고 회사 이야기 일이야기 하다가 애인이야기, 가족 이야기도 하겠지. 그러다 보면 슬슬 공감대가 이뤄지는 거지. 그럼 숙소 가서 우리 다시 한잔, 그렇게 맥주 오징어 사들고 숙소에서 자리깔고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겠지. 그러다 살짝 긴장의 끈이 풀려지면 일이 나는거야. 개콘 애정남에서 그러잖아. 남자는 원래 속이 시커먼 동물이라고..그러니 안돼 안돼, 절대 안돼."
와~ 개콘 김원효가 울 남편에게 빙의했나 봅니다. 그런데 들어보니 그럴싸 하네요. 저라도 저 시나리오를 비켜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의 목표는 이 시나리오가 아니라 울 남편의 과거를 캐는 것, 결혼해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것이 배우자의 여성에 대한 과거전력을 캐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상하게 그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여자의 호기심은 못말리나 봅니다.
"그렇구나, 그래 당신도 그래봤어?"
그러자 울 남편 좀 기죽은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아니, 난 못해봤어. 1박2일로는 출장 안보내주더라구. 그리고 만일 그 때 갔어도 별일 없었을거야. 그 땐 정말 쑥맥이어서 밥상 차려줘도 못먹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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