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성격이 급한 편입니다. 결혼 전엔 그리 급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밥도 천천히 먹고, 행동도 그리 빨리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결혼하면서 조금씩 달라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맏며느리라는 부담감도 있구요, 또 아이들 넷을 키우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성격이 그렇게 변해 간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저에게 있어 기다림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아빠는 아빠로서는 점수를 많이 줄 수 있는데, 내가 볼 때 남편으로서는 아닌것 같아."
" 왜?"
" 돈도 잘 못 벌지, 매일 늦게 들어오지....."
"그래도, 엄마를 사랑해 주고, 성격이 좋잖아."
그건 그래 ~
그렇게 말하곤 웃었습니다. 사실. 전 남편에게 좋은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매일 늦게 들어오기 때문이죠. 저를 항상 기다리게 하니까요. 전 어려서부터 일찍 자는 습관이 있어 밤 10를 넘기는 것이 그리 힘이 듭니다. 하지만 남편은 10시 넘어야 집에 들어오거나, 아님 11시가 넘길 때도 있습니다. 남편을 보고 자야하는데, 남편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려니 너무 힘이 들어요. 남편은 그냥 일찍 자라고 하는데, 그럴 수 있나요. 남편은 저의 이런 사정을 너무 몰라주는 것 같아 더 속상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번 주일 예배 시간에 우리 목사님 설교 제목이 "깊은 곳에서의 기다림"입니다. 제목이 상당히 철학적이죠? 문학적인가? 그 설교 말씀에는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 그토록 오랜 세월을 포기않고 기다리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설교를 듣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기다림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옛날 "테스"라는 소설을 읽을 적이 있습니다. 그 소설에 테스의 엄마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구절이 있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테스의 엄마는 황혼이 지는 저녁 아기 젖을 물리며,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녀에게 이렇게 아기에게 젖을 빨리며 아빠를 기다리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때 이 구절을 읽으며 아주 분노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제 조금씩 그 구절에 공감이 느껴지네요.
남편은 쉬 변화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생활환경이 바껴지지 않으니 어쩔 수 없겠죠. 늦게 오고 싶어 그러겠습니까? 우리 가족 먹여살리기 위해 그리 하지 않으면 안되니 그런 것이겠죠. 그래서 저의 기다림의 사랑은 오래도록 계속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리 힘이 들지는 않습니다. 간혹은 정말 얄미울 때도 있지만요..
한국의 부부,나이들수록 남편이 심하게 착각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
마눌바보 남편 페이스북에 아내가 고맙다며 올린 아주 소소한 사연
*이 글은 2023.9.4.에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by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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