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막내가 신종풀루로 고생하다 일주일이 지난 후 학교에 갔습니다. 사흘 쯤 지났을 때 이미 몸은 정상이어서 제가 농담삼아 "다 낳았으니 학교에 가야지?" 했더니, 이녀석 고개를 저으며 "엄마, 선생님이 일주일 지나서 오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학교 가기 싫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플 때도 그랬는데 낫고 난 뒤에도 굉장히 행복한 표정을 하네요. 그래서 그 언니들에게 막내가 신종플루 걸린 것을 굉장히 행복해한다고 일러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듯이 학교에서 일어나는 신종플루에 관한 이야기를 쏟아내는데, 그 말을 듣고 충격을 좀 받았습니다.
중학교 다니는 딸 이야기로 신종플루 걸린 아이가 학교에 복귀하면 다른 아이들이 그 아이 곁에서 몸도 부비고, 그 아이가 쓰던 물건을 집어서 쓰고, 심지어 먹고 있는 핫도그나 기타 과자들도 뺏어서 먹는답니다. 모두 신종플루에 걸리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네요.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도 하는 얘기가 우리 반에 세 명만 더 걸리면 휴교라면서 조금만 더를 외치네요. 내참 어이가 없어서. 신문에는 연일 신종플루에 걸린 사람들의 사망소식을 전하지만 실제 그 병을 앓았던 아이들은 조금 심한 감기 증세정도를 앓다가, 사흘정도 지나면 괜찮아지기 때문에 집에서 실컷 놀았다는 이야기를 무용담 삼아 한답니다. 도대체 학교가 얼마나 싫으면 도리어 신종플루 걸리는 걸 더 원하는지... 이건 학교를 원망해야 하는지, 아이들의 철없음을 혼내야하는건지, 많이 답답하네요.
이렇게 이쁜 우리 딸이 신종플루에 걸려 고생했답니다.
그런데 일주일을 쉬고 학교에 복귀한 우리 막내, 아주 시무룩한 표정으로 학교에서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밝은 모습으로 인사하던 것과는 또 딴판이어서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걱정이 되어 물어보았습니다.
"이삐야(우리 막내의 예명입니다. 이젠 좀 다른 말로 고쳐야 하는데, 아주 오래동안 사용하다보니 마땅한 게 없어서 계속 이삐입니다.ㅎㅎ), 학교에서 안좋은 일 있었어?"
"아니"
"그런데 왜 그리 시무룩해"
"그냥~ "
"아이들이 신종플루 걸렸다고 놀렸어? 왕따 당한거야?"
"아니, 오늘만 해도 11명이 신종플루로 결석했는데요"
"선생님이 너 학교에 다시 오니까 엄청 반가워하시지? 그래 뭐라시던?"
그러자 아이가 더욱 시무룩해져서 대답합니다.
"아무 말도 없으셨어요"
그러면서 입을 삐쭉이네요. 아하~ 그거구나, 그 때 감을 잡았습니다. 자기 생각에는 선생님이 자기를 많이 사랑하시니, 그래도 일주일만에 학교가면 누구보다 선생님께서 아주 따뜻하게 맞아주실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본체 만체 한 것에 상심한 것이죠. 선생님도 이해가 갑니다. 걸린 아이가 한 둘이어야 따뜻하게 말을 붙이고 할 텐데, 매일매일 환자가 달라지니 얼마나 정신 없겠습니까? 또 한 아이에게만 특별히 마음을 쏟을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우리 아이도 그것을 이해는 하는데, 그래도 내심 섭섭한 모양입니다.
누가 말하기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평한 사랑이 아니라 특별한 사랑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실감이 가는 순간이었습니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