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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다툼으로 삐진 친구 그냥 내버려 두었더니

음식과 건강

by 우리밀맘마 2011. 9. 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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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큰 딸 6학년 때 전교부회장을 했답니다. 그 덕에 저도 학부모 임원이 되었죠. 저와 같이 그 때 학부모 임원이 되었던 엄마들과 지금도 한달에 한 번 정기적인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처음 모였을 때는 좀 긴장감이 느껴지더니 몇 년 이렇게 모이니까 이젠 정말 절친한 친구들이 되어서, 모임을 하면 별 이야기가 다 나옵니다. 덕분에 저도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구나 하는 것들을 많이 배우게 되구요. 요즘은 아이 결혼시키고 죽을 때까지 이 모임 해야한다며 의기가 투합되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모여 하는 일이라 가끔 의견이 맞지 않아 서로 삐질 때도 있습니다. 아마 작년 연말이었을 겁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할 준비를 한창 할 때였습니다. 모임 도중에 회장이 이런 제안을 하더군요. 우리 모임, 아이들 나이는 같지만 엄마들 나이는 좀 차이가 납니다. 회장이 저희보다 다섯 살 위구요. 


"지난 번 현이 친정 엄마 상이 나서 부조를 10만원했는데, 이번일로 규칙을 정했으면 해서요. 부모님들이 다 돌아가신 분도 있고 몇분 계신 분도 있고, 또 앞으로 여행도 하게 돈을 좀 더 모으면 좋겠는데요. 한달에 2만원씩 걷으면 어떨까요?"

사실 형편으로 따지면 제가 제일 어렵거든요. 하지만 뭐 나를 위해 한달에 2만원 투자하는 것 나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아무 말 않고 있었는데, 저와 나이가 같은 필이 엄마가 반대를 하네요.

"아니, 장례식이 있을 때나 필요할 때 지금처럼 거두면 되지 매달 2만원은 부담이 되서 더 안모이게 될 수도 있어요. 그냥 필요할 때 걷어요."

흠 일리가 있습니다. 나이는 제일 어린 울 필이 엄마,워낙 강하게 얘기하니 울 회장 말문이 막히나 봅니다. 하지만 이러쿵 저러쿵 설명을 하며 필이 엄마를 설득하기 시작하네요.

"그래도 한달에 2만원씩 걷어 놓는게 좋지. 장례식이 있으면 갈사람은 가고 안갈사람은 안갈텐데, 대표로 2사람만 갈 때도 있을거구, 또 한번씩 놀러도 가려면 갑자기 모으면 부담도 되고, 그럼 빠지게도 되고..래서 미리 조금씩 모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울 필이 엄마 그래도 지지않고 더 강하게
나옵니다.

"놀러 가는 것은 담에 가서 생각해보고 필요에 따라 따로 모으는 것이 낫지. 한달에 2만원은 넘 부담되서 안되요."

 저도 뭐 2만원이 부담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나이 많은 회장이 하자고 하는데, 인상 쓰며 반대할 것 까진 없다 싶기도 하구요. 그래서 제가 살짝 회장을 거들며 절충안을 내놓았습니다.

"동이 엄마 생각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봐요. 그런데 2만원은 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구, 한달에 1만원으로 하다, 3달째엔 2만원, 이렇게 모으면 어떨까요? "

제 안이 그래도 괜찮았는지 동이엄마도 필이엄마도 모두 동의하네요. 다행히 그렇게 해서 그 안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저, 현이엄마, 필이엄마 그렇게 나란히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괜시리 아까 필이 엄마를 거들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하구, 혹 그거 또 마음에 갖고 있지나 않은가 걱정이 되어 제가 말을 먼저 꺼냈습니다.

"우리 모임 사람들 다들 넘 좋은 것 같애. 아까 회장 언니 그래도 어린 우리 이야기라도 정말 끝까지 잘 들어주니 좋네요. 언니 너무 착한 거 같죠?"






그런데, 이 필이 엄마 아무래도 좀 삐친 것 같습니다. 별 대답이 없네요. 날도 추운데, 정말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싸늘하더군요. 집에 와서도 좀 맘이 편치 않았습니다. 필이 엄마 한테 전화할까? 그래서 남편에게 물어봤더니, 울 남편 하는 말이

"삐지는 것도 지 맘이고, 푸는 것도 지맘이니까 그냥 냅두세요."

그러네요. 그래서 그냥 두었습니다. 자기 전에 오늘 일과 우리 모임 엄마들을 위해 기도하고는 마음을 편히 갖고 잠들려고 노력했죠. 그래도 영 찜찜한 거 있죠?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일찍 필이 엄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우가 엄마, 우가 고등학교 교복 아직 안맞췄지? 10명 모으면 와이셔츠하고 바지 하나 더 준데.. 우리 전화해서 빨랑 모읍시다."

그러면서 저더러 몇 명에게 전화해보라고 하는 둥, 위치는 어디라는 둥, 정신없이 몰아치더기 전화를 끊네요. 순간 멍해집니다.

ㅎㅎ 남편 말 마따나 삐진 것도 자기구, 푸는 것도 자기 몫이라더니 우리 필이 엄마 어제 일 까맣게 잊었나봅니다. ㅎㅎ 저나 필이 엄마나 비슷한게 있습니다. 자기는 아들이니까 와이셔츠와 바지지만 저는 블라우스와 치마잖아요. 이게 어딥니까? 제 손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드뎌 열명을 모아 필이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고맙다고 호호 거립니다. 저도 기분 좋구요. 긁어 부스럼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때로는 그냥 두는게 더 좋을 때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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