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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오토바이사고 알고 보니 범생이 교회 오빠

궁시렁 낙서장

by 우리밀맘마 2016. 4. 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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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이네요. 제가 서울에 살 때였습니다. 
저와 이웃에 있고, 또 같은 교회에 다니기 때문에 친하게 지낸 언니가 있었습니다. 
저보다는 나이가 10년이나 위구요. 서로 마음이 잘 맞아 친언니처럼 따르며 친하게 지냈습니다. 

제가 그 언니를 좋아한 이유 중의 하나는 그 집에 두 아들이 있는데 둘 다 공부를 아주 잘했습니다. 
교회에서도 모범적이라 교회 학생회 회장을 맡았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교회 신앙생활도 착실하고, 외모도 준수하고.. 
당시 울 아이들은 겨우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때였기에 어떻게 하면 아이를 그렇게 잘 키울 수 있을까 노하우도 좀 배우고 싶은 그런 마음도 있었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괜찮은지..교회에서 볼 때마다 저런 사윗감 나중에 얻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인사성도 발라서 교인들 중에 딸 가진 부모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저와 같은 생각을 했을 정도였거든요. 
완전 요즘 인기절정인 교회오빠입니다. ㅎㅎ 


영화퀵영화 '퀵'의 한 장면



그런데 어느 날 제가 볼 일이 있어 언니집에 전화를 했더니 받지를 않네요. 
그 시간이면 보통 집에 있는데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 언니가 병원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고3인 큰 아이가 다쳤다고 합니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아이의 건강도 염려가 되었지만 입시시험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떡하나 싶은 그런 걱정도 함께 들면서, 도대체 어쩌다가 다쳤을까 온갖 걱정과 상상을 하며 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에 가보니 제가 상상한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더군요.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고, 다리는 깁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방금 잠들었다고 하는데, 표정이 많이 일그러져 있고, 간간이 신음소리도 냅니다. 침대 옆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면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이 아이 꼭 좀 살려주시고, 속히 완쾌될 수 있도록 해달라구요.

언니가 밖으로 나가자네요. 음료수를 마시며 자초지정을 이야기해주는데 저는 정말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아이가 오토바이 사고로 입원했다고 하길래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폭주하는 오토바이에 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바로 자기가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다 전봇대를 들이 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전 그 때까지만 해도 심야에 오토바이타고 폭주하는 10대 아이들은 불량스런 아이들이는 편견이 있었습니다. 
아마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영화나 방송 드라마의 영향이 컸을 것입니다. 
영화에서 10대 폭주족을 대부분 그렇게 묘사하고 있고, 또 뉴스에도 가끔씩 아주 부정적으로 나오잖아요?
그런데 전교 1,2등을 다투는 범생이에 교회오빠 이미지를 가진 이 아이가 그런 폭주족이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질 않더군요. 그것도 새벽 1시에 몰래 집을 빠져나가서 친구들과 함께 밤길을 폭주하다 이런 사고를 당했다는데.. 

사고는 크게 났지만 다행히 치료는 순조롭게 되어 두 달 뒤에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그 간에 한 두어번 병문안을 더 갔는데, 그 때 너무 궁금해서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랬냐구요. 그러자 우리 폭주족 범생이 머쓱한 웃음을 하며 이렇게 말하네요. 

"너무 답답해서요. 
하루종일 공부하고 집에 와서 또 공부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공부 이야기밖에 하지 않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예전에 친구 오토바이 빌려서 몇 번 타보니 정말 마음이 후련하니 좋더군요. 
그래서 한 번씩 마음이 갑갑해질 때면 부모님 몰래 친구 오토바이 빌려서 그렇게 달렸는데..
또 혼자 달리는 것보다 몇이 어울려 고함지르며 달리면 가슴 속까지 다 후련해지고..그랬는데..." 

아이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네요. 그 아이 그 해 입학시험 치지 못하고, 한 해 재수했답니다. 
재수해서 다행히 대학은 자기가 원하는 의대에 진학했습니다. 지금은 어엿한 의사가 되어 환자를 돌보고 있겠네요. 
예전에 영화 "퀵'을 보는 내내 옛날 그 훈남 아이가 생각났습니다. 
10년이 훨씬 지났으니 지금은 이제 결혼도 했을텐데 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제 오빠 딸이 이번에 고3입니다. 며칠 전에 만나니 절보고 

"고모 이제 수능 80일 남았어요" 

그럽니다. 마음이 좀 안쓰러워 용돈을 조금 손에 쥐어주며 이리 말했습니다. 

"넘 공부만 하지 말고, 맛있는 것도 좀 먹고, 스트레스도 좀 풀어가며 해라.." 

제가 잘 말한 것인줄 모르겠는데, 그 말 들은 아이는 "네"하면서 고마워하네요. 
다시 만나더라도 울 조카에게 공부이야기는 안할려고 합니다. 
저 말고도 얼마나 신물이 나게 들었겠어요?
대신 울 조카 긴장을 풀 수 있는 재밌는 얘기 없을까 요즘 찾고 있는 중입니다. 

추가) 어떤 분이 최근에 이 글을 읽고 댓글을 남기셨습니다. 제가 쓴 몇 단어와 오토바이를 타는 분들을 다 폭주족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나 하는 편견을 지적하셨네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오토바이 사고를 낸 아이와는 너무 오래 전이라 연락이 전혀 되지 않지만, 좋은 의사선생님이 되어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느듯 울 아들이 고3이 되었습니다. 울 아들도 요즘 공부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고 있는 듯 한데 울 아들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도록 어떻게 배려해야 할 지 고민이 많답니다. 

 

 

by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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