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후배 중에 정말 여성스럽고 조신하며, 현모양처라고 생각되는 그런 예쁜 자매가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서른을 훌쩍 넘겼는데도 결혼하지 않고 있어 제가 안타까운 마음에 남편에게 좋은 사람 있으면 중신서라고 했더니 남편의 제자 중에 한 사람을 소개시켜 주었습니다. 저와도 안면이 있는 총각인데 참 성실하고 선하게 생긴 청년이었습니다. 처음 둘이 만났을 때 느낌이 좋았는지 계속 서로 만나는 눈치더군요. 제 생각에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 싶을 때 후배에게 물었습니다.
"요즘 계속 그 청년 만나고 있니? 성실하고 좋아보이던데, 둘이 정말 잘어울려~"
제가 슬쩍 바람을 잡았죠. 그랬더니 하는 말,
"언니 미안해요, 요즘 그 사람 안만나요. 아무래도 저완 인연이 없는 모양이예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 좀 의외로 왜 그런지 물어봤습니다.
"그 사람 다 좋은데... 넘 말이 없어요. 연애할 때 남자가 좀 끌어주고 분위기도 이끌어줘야 하는데... 넘 말이 없으니 좀 답답하구요, 제가 말 안하는 남자 엄청 싫어하거든요."
응? 말없는 남자가 싫다고? 좀 의외의 이야기를 하네요.
"얘, 너 모르는 소리다, 남자들 결혼하면 대부분 다 말이 없어져. 그리고 난 말 많은 사람보다 말 없는 사람이 더 듬직하고 좋아보이던데.."
그러자 그 후배 아이, 자신이 왜 말이 없는 남자를 그리 싫어하는지 집안 내력을 이야기 합니다.
"언니 있잖아요. 우리 아빠가 집에서 정말 말이 없거든요. 아빠가 말이 없으면 집안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죠? 솔직히 속이 타 들어가다 못해 어떨 때는 억장이 무너진답니다. 우리 엄마 말없는 아빠 때문에 속이 새카맣게 탔어요. 그래서 저보고 결혼할 남자, 말 없는 사람만 아니라면 된다고 해요."
그런데 제 후배 아버님을 제가 알거든요. 그 분 외모도 호감이 가는 상이고, 또 유머도 있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그 분이 말이 없다니 이해가 안가더군요.
"네 아빠, 말 잘하시잖아? 유머도 있고 동네 아줌마들에게 인기도 얼마나 많은데?"
울 후배, "헐~" 하는 표정입니다.
"울 아빠가 밖에서는 그렇게 하시데요. 그런 모습 보면 정말 이 분이 제 아버진가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집에 오면 거의 한 마디도 안하세요. 그저 한다는 말은 "응" 이 말 밖에 안해요. 제 아빠가 제 이름 부른지 10년이 넘었다면 못 믿으시겠죠? 엄마에게는 더해요."
세상에 아무리 말이 없는 아빠라도 어떻게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조차 부르질 않을까요? 도무지 믿기지 않더군요.
"울 아빠 결혼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하던데, 이상하게 결혼하고 나서 점점 말수가 없어지더니 10년 전쯤에는 아예 가족들과 말을 섞는 것조차 안하시더라구요. 저희가 이유를 물어봐도 그냥 그러시고 마는 거예요. 아빠가 곁에 있어도 완전 남처럼 느껴지는데.. 그래서 전 말 수 없는 남자는 정말 싫어요. 미안해요. 언니.."
무언가 제가 모르는 가족들만의 이유가 있긴 하겠죠. 울 후배 저랑 아무리 친해도 가족의 비사를 쉽게 꺼낼 수는 없으니.. 전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의 모습을 보면서 울 후배 더 황당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언니, 우리 집에 가면 강아지들이 많이 있잖아요?"
"응, 그래 다섯 마리쯤 되지?"
"네, 그렇게 많이 강아지를 키우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다 말 없는 아빠 때문에 엄마가 말 동무 삼으려고 키운 거예요. 낮에 어쩌다 집에 들어가면 울 엄마가 강아지를 품에 안고 이런 저런 넋두리를 늘어놓는데..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엄마 이야기에 대답 안하기는 강아지나 아빠나 매 한가지 잖아요? 그래서 말 없기는 아빠가 강아지나 같구만 .. 그랬더니 엄마가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