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처님오신 날이네요. 비만 오지 않았다면 우리 가족들 모두 가까운 산으로 등산해볼까 그리고 절밥이라는 것도 함 먹어볼까 했는데 다 틀렸습니다. 오늘은 하루 포스팅을 쉴까 하다가 불교에 대해 좀 궁금한 것이 있어 적어봅니다.
예전 지인의 장례식에 갔는데 불교식으로 장례를 치뤘답니다. 매장을 하고 다 함께 점심을 먹는데 같이 온 스님께서 소고기 국밥을 넘 잘 드시는거예요. 곁에서 보면서도 굉장히 신기하더군요. 스님도 고기국을 먹는구나.. 그런데 스님들이 고기 드시는 모습이 그 때뿐만이 아니라 제 눈으로 본 것만도 몇 번이 됩니다.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며 맛있게 드시는 장면도 봤고, 제 남편 뒤에서 개고기 드시는 것도 봤구요. 그것도 승복을 입고 드시더군요.
하루는 갑자기 스님이 고기 드시던 생각이 나서 철학을 전공한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스님도 고기를 잘 드시던데.. 고기 먹어도 되는 거예요?"
울 남편 제 말을 듣더니 기독교인이 별걸 다 신경쓴다며 핀잔을 주네요. 남이 하는 일 신경끄고 니 할 일이나 잘하세요 그럽니다. 물어본 저도 좀 그렇네요. 스님한테 물은 것이 아니라 저랑 같은 기독교인에게 물었으니 이런 답이 돌아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물었습니다. 칼을 뺐으니 썩은 무우라도 잘라야지 그런 마음으로요.
"당신은 스님들이 고기 드시는 거 어떻게 생각해요?"
울 남편 좀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답해줍니다.
"불교에서는 인연을 참 소중하게 생각하지. 그 인연이 세상의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원인으로 보고 있거든. 우리 사는 세상도 이 인연의 끈으로 이루어져 간다고 생각해. 그리고 윤회라는 말 있잖아. 사람들이 부처의 도를 깨닫지 못하면 다시 이 세상의 그 어떤 것으로 환생하게 된다고 믿는 것이지. 그런 눈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보면 나와 인연으로 맺어지지 않는 것이 없고, 소중하지 않는 것이 없지. 그리고 내 눈에 하찮게 보이는 벌레라 할지라도 전생에 나와 어떤 인연으로 맺어진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이야. 그러니 그런 생명있는 것을 잡아 먹는다는 것은 전생에 나였을지도 모른, 아니면 나의 아주 소중한 인연을 잡아먹을 수도 있는 것이지. 불교에서 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고, 또 이것이 불교가 갖는 생명존중 사상이라고 할 수 있지"
오 울 남편.. 뭐 맞는진 몰라도 제 머리에 쏙쏙 들어오네요.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리고 불교에서 스님들이 수련을 하는데 가장 기본적으로 뛰어넘어야 할 것이 인간의 육체가 갖는 오욕칠정에서 벗어나는 것이야. 그래서 여자도 멀리하고, 또 식탐도 멀리하고.. 그렇게 멀리함으로써 좀 더 높은 수준의 도에 이르고자 하는 것이지.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있지만 자신의 몸을 좀 더 도에 이르도록 잘 갈고 닦는데 더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해."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뭐 저도 알고 있는 것이거든요. 남편처럼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없어서 그렇지.. 다 듣는 귀가 있잖아요. 그리고 제가 질문하는 것은 왜 스님들이 고기를 먹지 않느냐가 아니라 그런 스님들 중에 고기를 잘 드시는 분들이 있는데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묻는 것이었죠.
"그런데 왜 그런 스님 중에 고기를 잘드시는 분들은 뭔가요?"
울 남편 쓴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하네요.
"둘 중의 하나겠지. 너를 먹어 내가 살듯이 나도 내 몸을 남을 살리기 위해 살신성인하겠다는 정말 도튼 양반이든지, 아님 뭣도 모르는 땡중이든지.."
그러면서 한 마디 더 하네요.
"기독교나 불교나 그 믿는 사람들이 제대로 도 딱는 모습을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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