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을 먹으면서 또 울 아이들 학교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아빠는 아무래도 아들이 잘 적응하는지 걱정이 되어서인지 아들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는데, 사춘기 울 아들, 심드렁하게 대답도 잘 않네요. 그러자 아빠는 숨겨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바로 축구 이야기입니다. 참 내,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 베스트가 축구 이야기, 군대이야기, 그리고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인데, 여자들이 수두룩 앉아있는 이 거룩한 자리에 울 남편 아들에게 축구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러자 울 아들 눈을 반짝이며 아빠의 말을 이어 학교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울 학교 아이들 내가 생각해도 축구를 넘 잘하는거예요. 그런데 이유가 있더라구요."
남편이 눈을 반짝이며 묻습니다.
"뭔대?"
"여기 근처에 축구교실이 있는데 아이들이 거기서 축구를 배운다네요. 그 축구교실 선생님의 개인기가 엄청나다고 해요."
제가 그 말을 듣고 또 한번 놀랐습니다. 첫번째는 이 작은 마을에 음악학원이 있는데, 그 학원에서 재능있는 학생들을 선발해서 앙상블을 만들어 운영한다고 합니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자체적으로 조직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시의 지원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울 이삐도 선생님의 추천으로 앙상블에 가입해서 요즘 저녁마다 연습하러 간답니다. 그런데, 거기다 또 축구교실도 있네요. 친구들이 울 아들에게도 축구교실에 가입하라고 권유하였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울 아들, 그것도 귀찮다고 안가겠다고 하네요. 에휴~ 저 귀차니즘 언제쯤 없어질까요?
그런데 그렇게 아들과 아빠가 축구이야기를 하는데, 막내가 끼어듭니다.
"아빠 우리 반 여자애들도 축구 엄청 좋아해요. 보통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축구하자 하면 좋아하는 아이들은 예 좋아요 하는 대답하는 정도인데, 여긴 선생님이 축구하자고 하면 꺄아악 선생님 빨리 나가요 그렇게 소리지르면서 공들고 운동장으로 뛰어가요."
제가 그 말을 듣고 장난끼가 발동해서 이렇게 대꾸해주었습니다.
"분명 그 아이들도 축구교실을 다니고 있을거야."
"ㅎㅎ 그건 잘 모르겠구요. 여자애들이 축구를 얼마나 잘하는지, 전 하기 싫은데.."
아빠가 이삐에게 묻습니다.
"이삐야, 너도 축구 잘하잖아, 아빠랑 축구도 할 때 보면 공을 잘 차던데.."
"응, 이전 학교에서는 저도 좀 차는 편이었는데, 여기 아이들이 넘 잘하다보니 전 축구를 아주 못하는 아이가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제가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절 아주 이상한 아이로 보고 있어요. ㅜㅜ 졸지에 전 이상한 아이가 되어버렸답니다."
울 이삐 얼굴이 좀 시무룩해지네요. 그러자 울 뚱이 이전 학교의 여학생들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 전에 부산의 여자 아이들도 축구하면 진짜 웃긴다. 우리가 공을 차주면 어머~ 그러면서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데, 지들끼리 있을 때는 축구공에 거의 몰려다녀요."
ㅎㅎ 여자 아이들 남자 아이들 앞에서 이미지 관리하느라 애쓰는 모양이네요. 그런데 이 학교에서는 그런 여자애들이 하나도 없답니다. 왜 이리 여자애들이 축구를 좋아할까요? 이삐가 또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이 피구하자고 하면 아~ 선생님! 그러면서 짜증을 내구요, 축구하자고 막 졸라대요. 전 피구하고 싶은데, 여긴 피구 좋아하는 아이가 없어요. ㅜㅜ 이러다 왕따 당할 것 같아요. 아빠 저도 축구교실 갈까요?"
ㅋㅋ 울 이삐 조금 걱정은 되나 봅니다. 여기 애들이 특히 여자애들이 왜 이리 축구를 좋아하는지 아무래도 좀 뒷조사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울 이삐 축구교실까지 보내면 넘 피곤할텐데 이거 걱정이네요. 제가 좀 배워서 가르쳐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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