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절은 잘 보내셨나요? 저는 이번 설은 정말 편안하게 잘 보냈습니다. 간만에 여유있는 명절을 보낸 것 같습니다. 오늘 주일 예배를 마친 뒤 아주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쉬고 있는데, 울 아이들은 거의 울상입니다. 설 세뱃돈도 두둑하게 챙겼던데, 그래서 이걸로 뭘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던 아이들이 오늘은 영 분위기가 살벌합니다. 울 아들은 끙끙대기까지 합니다. ㅎㅎ 이유가 있네요. 내일이 개학이랍니다. ㅋㅋㅋ 아우! 만세 !! 저는 만세를 부르고 울 아이들은 지구멸망의 날을 맞은 것처럼 침울합니다.
그런데 울 아들은 더 심각합니다. 왜 그런가 물으니 희망이 없다며 한숨만 쉽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기대대로 되질 않았거든요. 울 아들 이곳 지방으로 오면서 중학교를 남여공학으로 갈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그것이 이곳에 오면서 가진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지난 주에 학교에서 연락오기를 인근에 있는 남자 중학교에 배정되었다고 하네요. 그 소식을 듣자 마자 땅이 꺼질세라 한 숨을 푹 내쉬면서 이렇게 말하네요.
"아니 엄마, 제가 이 나이에 군대 갈 일이 있어요?"
헉 군대? 무슨 군대? 제가 의아한 눈빛으로 울 아들을 쳐다보자 울 아들 하는 말이
"빡빡 머리에 남자애들만 득실되는 것이 군대죠?"
아하~ 가만 듣고 보니 말이 됩니다. ㅎㅎ 빡빡 머리에 우중충한 유니폼에 남자들만 득실되는 곳, 그러고보니 군대랑 별반 다를 것이 없네요. 있다면 군대는 갇혀 있어야 하는데, 여긴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등하교하는 것이 다를까? 울 아들이 이리 낙담하는 것 한편으로 이해는 됩니다. 그러자 울 남편, 아들의 이런 모습을 보더니 하는 말
"아들아, 아빠는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6년을 그렇게 군대생활했다. 그래도 요즘 남학교에 여자 선생님들이 많더라. 아빠는 중고등학교 통틀어서 여자 선생님 3분이 계셨다. 그 중 한 분은 남장을 한 여선생님이어서 솔직히 지금도 그 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확신이 안선다. "
이런 울 남편의 말도 아들에게 별 위로가 되지 않는가 봅니다. 게다가 내일 전학온 초등학교에 첫 등교하는 날이고, 또 6년간 정들었는 이전 학교를 졸업하는 문턱에서 딴 학교로 전학을 왔으니 좀 속상하기도 한 가 봅니다. 6년동안 정들었던 친구들 얼마나 보고 싶겠습니까? 아들의 이런 처지를 생각하니 한 편으론 마음이 좀 아리네요. 그런데, 바로 위 누나는 싱글생글하며 몸치장하기 바쁩니다. 울 히는 이번에 전학 오면서 남녀공학에, 학교 교복도 이쁘고, 거기다 신흥명문으로 떠오른 그 학교, 울 아들이 그리 가고 싶어하던 그 학교로 전학이 되었거든요. 내일 첫 등교이니만큼 이미지 관리에 신경이 쓰이나봅니다.
저보고 하는 말이 이 학교에 최소한 ' 3초 탑'은 있어야 한다나요? 3초탑은 또 뭐냐고 했더니 처음 봤을 때 3초간은 빅뱅의 탑을 닮은 정도의 준수한 그런 남학생이 있기를 기대한답니다. 뭐 그런 훈남을 보면 눈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훈훈해진다나요? 그래서 그 훈남 어떻게 생겼는지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리 생겼네요.
ㅎㅎ 울 남편보다는 쪼끔 못하지만 잘생겼네요. 여러분도 이 청년을 보니 마음이 훈훈해지시나요? 행복한 한 주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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