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제사 때나 명절 때가 되어 시댁에 가면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음식을 장만하고 시간이 되면 아버님과 시동생이 제사를 주관해서 하고, 울 남편은 그 곁에 제사를 거들어줍니다. 상도 차려주고, 지방도 써주고, 옆에서 술도 날라주고 하면서 어떻게 보면 제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상 앞에서 절을 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절을 해야할 때가 되면 그 앞에서 기도하거나 묵상을 하죠. 그런 남편의 행동을 또 부모님과 형제들이 개의치 않습니다. 첨에는 참 신기하더군요. 제가 신기해하는 것을 느꼈는지 어머님이 설명해주셨습니다. 한 번은 제사 전 날에 제 남편이 부모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아버지, 솔직히 저 제사지낼 때마다 마음에 갈등이 많습니다. 저는 제사 때에 이렇게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또 이전 조상님들의 은덕을 기리는 것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예식이 유교식이고, 이건 제 신앙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제 식대로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대신 제사에 빠지거나 소홀히 하지는 않겠습니다."
남편의 말에 부모님은 쾌히 승락하셨다고 하네요. 남편 성격을 아는지라 안된다고 해봐야 서로 갈등만 겪을 것이 뻔하기에 좀 양보하셨다고 합니다. 이렇게 서로 조금씩 양보하니까 제사 때 신앙 문제로 갈등을 겪진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좀 지나가 이젠 부모님도 모두 기독교인이 되셨구요.. 요즘은 어떠냐구요?
요즘은 더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ㅎㅎ 일단 제사상은 차립니다. 울 아버님 지금 교회 집사이시지만 평생을 해오던 관습을 쉽게 바꾸긴 힘이 드셨나 봅니다. 그래서 상은 차리되 제사는 지내지 않고, 그 앞에서 기독교식 가정예배를 드립니다. 또 그렇게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우리 아버님이 가문의 어른이라 제사 때가 되면 각지에서 친척분들이 오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분들은 당연히 이 날 제사드리러 왔는데, 우리끼리 예배드리면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한 두번 오시다가 아예 발을 끊게되면 친척 간에 그것도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을 차려놓고 그분들이 오시면 먼저 제사를 드리게 합니다. 그런 후에 예배를 드리죠.
요즘은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 메뉴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식구들이 잘 먹지 않는 것은 올리지 않구요. 시간도 자유로워졌습니다. 예전에는 아버님이 전통적인 풍습을 따라 밤 12시를 고집하셨는데, 지금은 가족들이 다 모일 수 있는 시간대를 택해 모입니다. 이렇게 하다보니 아이들이 좋아하구요.
조금씩 양보하고 서로의 처지를 배려하면 좋은 일이 더 좋은 일 될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설 명절 되세요.
by 우리밀맘마
저의 동맹블로그 레몬박기자 오늘의 사진 바로가기 ☞클릭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추천 하트 한 번 눌러주세요.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