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ㅎ 정말 오랫동안 블로그를 쉬었네요. 그동안 기말고사에 졸업준비 그리고 남편이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이사까지 했습니다. 정말 정신없이 새해를 맞았고, 그러다 보니 제 블로그는 주인의 버림을 받은 채 객들만 지나간 흔적이 남아있네요. 하여간 주인을 잘만나야 한다니까요. ㅎㅎ 이제 제 정신을 갖고 다시 블로그 잘 해보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런데, 감을 다 잃어버려서 제대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부족하니 여러분이 많이 도와주세요. 부탁^^
오늘은 이사 이야기를 할려고 합니다. 제 남편의 직업상 우린 이사를 자주하는 편입니다. 결혼 20년차에 이사만 벌써 6번을 했네요. 결혼할 때 남편이 그러더라구요. 우린 이사를 자주 다녀야 하니까 좋은 가구 살 필요없다. 대충 몇 년 쓸 수 있는 것으로 사고, 이사할 때 또 새것으로 사면 된다구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 변변한 가구 제대로 장만한 거 없어서 이사할 땐 사실 남편 책만 제대로 챙기면 되었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르네요. 한 곳에서 우리 생각에도 넘 오랫동안 있었나 싶습니다. 무려 7년을 한 아파트에서 살았거든요. 그 동안 울 남편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잘 견뎌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한계에 도달했는지 할 수 없이 짐을 싸게 되었습니다. 정들었던 부산을 떠나 인근에 있는 경상남도의 작은 마을로 이사하게 되었거든요. 형편이 그런지라 그 마을에 있는 작은 아파트에 월세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울 아이들 정든 친구들과 떠나는 것이 넘 힘들었지만 어쩌겠어요. 휴~~ 우리 속도 모르는 남편, 공기 좋은 곳에서 살게 되었다고 얼마나 좋아라 하는지.. 그 말을 듣고 있는 울 아이들의 뻥쪄 있는 표정 ㅎㅎ 상상이 가시죠. 하여간 그런 우여곡적 끝에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사할 때 별로 가져갈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삿짐 센터에서 직원이 오더니 이것 저것 살펴보고는 견적을 내곤 가더군요. 견적은 110만원정도가 나왔습니다. 대충 예상한 가격이었구요, 몇 번 이사한 경력이 있는지라 경험상 돈이 좀 들더라도 몸이 편한 것이 최고더라구요. 그래서 대충 가져갈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여 딱지를 붙여두었습니다. 예전 같으며 그릇도 이것저것 닦아가며 포장하고, 며칠을 이사준비하느라 진땀을 흘렸을 것인데, 이젠 그렇게 못하겠어요. 솔직히 뭐 가져갈 것도 없고 ㅎㅎ 그리고 감사한 것은 제가 이사할 곳의 이전 주인이 가구며, TV며, 웬만한 살림을 그냥 두고 가도 되겠냐고 해서 좋다고 했죠. 아마 그분들은 새집을 사서 들어가는데, 살림도 새것으로 하고 싶으셨나 봐요.
그렇게 이사하는데, 짐을 옮기던 이삿짐 센터 직원들 그날 날씨도 엄청 추웠지만 슬슬 볼멘 소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사모님, 이거 견적을 잘못냈습니다. 집안 구석구석 숨겨둔 이삿짐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첨엔 그냥 농담으로 하는 말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요, 정말 장난아니더군요. 우리 집에 이런 물건들이 있었나 싶은 것들이 줄줄이 들어오는데.. 정말 끝이 없네요. 가져오면서 이거 어디에 두어야 하냐구 묻는데, 저도 생판 못보았던 그런 물건들이 박스에 한없이 담겨 올라오는 것입니다.
"그거 버릴 건데요"
이 말이 입술까지 나왔다고 쑥 들어갔습니다. 제가 그렇게 말하면 이 분들 정말 화낼 것 같더라구요. 별 필요도 없는 물건, 앞으로 쓸 일도 없는 물건들을 7년동안 집안 구석구석에 어떻게 그리 살뜰하게 챙겨두었는지.. 그곳에 살 때는 언젠가 필요할 때가 있겠지 싶어 챙겨두었는데, 그렇게 잊혀졌다가 이제 이사할 때 부활한 것이죠. 하지만 부활한 그 날 이들은 생의 최후를 맞이해야 했습니다. 이삿짐 센터 직원들에게도 그리고 오랜 시간을 참고 부활의 날을 기다려온 이 물건들에게도 좀 미안하더군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마음 모질게 먹고 싸그리 버렸습니다. ㅎㅎ 속이 다 시원하더군요.
이렇게 이사를 마치고 우린 이사한 집에서 새로운 아침을 맞았습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이제 본격적으로 짐 정리를 다시해야 하는데, 조금 비교가 되네요. 이번에 짐을 옮긴 회사도 직원들이 모두 친절하고 좋았습니다만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회사가 아쉽다기보다는 이전에 짐을 옮겨준 업체가 너무 친절하지 않았었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크게 세 가지 면에서 차이가 났습니다.
1. 이전 이삿짐 센터에서는 제가 이사할 곳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갖고 와서 짐을 옮길 위치를 저희에게 물어보더군요. 이사하기 전에 짐이 들어갈 위치를 대략 정해두었기 때문에 알아서 척척척 일의 진행이 빠르더군요.
2. 청소하는 분이 하루 전 이사할 집에 가서 청소를 깨끗이 해주셨고, 또 이사가 마친 후에도 아주 깔끔하게 뒷정리를 해주시더군요. 이번 업체는 당일에 청소하는 분이 함께 오셔서 짐을 나르며 청소하다보니 이사를 마친 후에는 저희가 청소를 다시 해야 했습니다.
3. 이전에는 컴퓨터나 가전제품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해주셨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없으셔서 그런지 그런 부분에는 신경을 써주시지 않더군요. 다음 날 남편이 퇴근해서 돌아와 작업한다고 고생 좀 했습니다.
저희 이사하는 날 정말 추웠거든요. 나중에 비용을 계산해서 드릴 때 식사비는 따로 챙겨드렸습니다. 그런 날씨 속에서 친절하게 열심히 짐옮겨주신 이삿짐센터 직원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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