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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아이에게 잘놀고 오라는 아빠, 이유는?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10. 11. 1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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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새벽부터 우리 집은 정신이 없습니다. 일단 알람이 시간대로 울립니다. 새벽 5시, 6시 40분 그리고 7시 ㅎㅎ 잊을만 하면 제 귀를 자극하는 소리에 때로는 아주 신경이 날카로워지기도 한답니다. 그 알람 울리는 시간대별로 우리 남편과 아이들 차례로 잠에서 깨어나 밥먹고 챙겨서 학교 갑니다.

요즘은 저도 체력이 바닥인지라 아침에 밥솥에 한 통 가득 밥을 해놓고, 상에 가진 반찬 쭉 올려놓으면 아이들이 알아서 밥을 퍼다 먹습니다. 큰 애가 제일 먼저 학교에 가지만 요즘 다리를 다쳐 집에 있는 바람에 둘째가 밥상머리에 제일 먼저 앉네요. 혼자서 쓸쓸히 밥먹는 모습이 안스러웠는지 아빠가 옆에서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나씩 밥을 먹고난 뒤 제 먹은 그릇을 설거지통에 올려놓으면 임무 끝이죠.

아무리 봐도 울 아이들 넘 착한 것 같습니다. ㅎㅎ 저도 시간이 되면 일어나서 밥먹고 아침부터 인터넷 강의 듣구요, 그 뒤부터 성실한 주부로 변신하여 열심히 집안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부턴가 우리집 생활 패턴이 많이 바껴진 것 같네요.

그런데, 이렇게 아이들이 가방을 챙겨들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인사하고 나가면, 울 남편 그런 아이에게 꼭 해주는 인사말이 있습니다. 뭐냐고요?

"그래, 잘 놀다 와라~~"

공부하러 학교 가는 아이에게 잘 놀다 오라니? 처음에는 그저 농담삼아 하는 말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요. 큰 애에서 막내까지 한 결같이 매일 그렇게 인사를 합니다. 막내에게는 더 좀 심하게 말합니다.

"실컷 놀다 오너라. 재밌게 놀아야지. 알았지?"

괜시리 그 말이 귀에 거슬리데요. 그래서 남편을 좀 구박했습니다.

"학교 가는 아이에게 공부 열심히 해라 해야지, 잘 놀고 와라는 뭐예요?"

제 말에 울 남편 싱긋이 웃으며 이렇게 대답하네요.

"기왕 학교 가는거 실컷 놀다 오면 더 좋잖아, 공부도 놀이처럼 하면 더 좋고. 열심히 공부하러 갈려니 얼마나 힘들겠어. 원래 학교에서는 실컷 놀아야 공부도 잘되는 거야."

그참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긴 한 것 같은데.. 좀 그렇네요. 어쩌다 저녁에 아이들과 만나면 우리 남편 제일 먼저 묻는 말도 가관입니다.

"이삐야 오늘 학교에서 뭐하고 놀았어?"

"응, 오늘 친구들이랑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어다녔어요. 그리고 있잖아요.."

하면서 학교에서 일어났던 재밌었던 일들, 그리고 친구들과 재밌게 놀았던 일들을 쉴 새 없이 쏟아놓습니다. 말하다가 친구들 흉을 보기도 하고, 노는 거 못하게 하는 선생님 원망하기도 하고..그런 우리 이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교 생활이 이리 재밌어나 싶기도 하네요. 그런 딸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던 울 남편, 마지막에 가서야 묻습니다.

"뭐 공부했니?"

그러면 울 막내 아주 간략하게 대답합니다. 뭐 별로 할 말이 없다나요? 첫째 부터 막내까지 그렇게 물으니 우리 아이들 학교에 돌아오면 없는 아빠에게는 말 못하고 제게 열심히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쉴새없이 조잘거립니다. 저는 그거 잘 기억해두었다가 늦게 퇴근해 돌아오는 아빠에게 죄다 고자질해주구요..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저도 학교 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네요. 

"잘 놀다와! 알았지? 늦으면 전화하고.." 

제가 어쩌다 이렇게 됐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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