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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대판하고 난 뒤 남편에게 보내는 화해신호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24. 1. 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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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무조건 지는 부부싸움


세월이 참 빠릅니다. 결혼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큰 애가 고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아직도 마음은 20대 아가씨인데, 아이 넷의 엄마라니 그것도 고딩 학부모라니 정말 생각할수록 우습기도 하고,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제 남편 흉을 좀 보려고 합니다.

결혼전 남편은 저를 오랫동안 기다려주고 사랑해 준 사람입니다. 사실 남편보다 더 조건 좋고 괜찮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남편이 절 제일 사랑하는 것 같아 결혼해주었습니다. ㅎㅎ 이 사람과 살면 최소한 제 속은 썩이지 않을 것 같고, 그리고 절 많이 행복하게 해줄 것 같아 고민 끝에 결혼을 전제로 사귀게 되었고, 마침내 결혼하게 되었죠. 정말 결혼하기만 하면 별이라도 따다줄듯이 남편이 제게 정성을 쏟았거든요. 

그런데 결혼 후 시간이 지날수록 속았다는 생각이 드는 거 있죠? 울 남편 왜 그리 바쁜지.. 신혼인데도 매일 늦은 밤이 되어야 남편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결혼 한 후 난생 처음 가족을 떠나 아무 친척일가 없는 서울에서 살았는데, 생각해보세요. 그저 남편 하나 바라보고 이 먼 땅에 왔는데, 늦은 밤이 되어서야 거의 파김치가 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남편 ..나중에는 정말 우울증이 오더군요. 그 때문에 정말 힘들었는데, 남편은 제가 그런 줄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맏아들에게 기대가 큰 시부모님으로 인해 호된 시집살이도 해야 했구요. 

아이가 하나 둘 태어나면서 저의 성격도 좀 바뀌어가더군요. 얼마나 바뀌었는지 남편이 저를 보고 데려올 땐 꽃사슴인 줄 알았는데, 호랑이였다며 억울해합니다. 그러면서 "내 꽃사슴 돌리도!" 그러는데, 정말 밉상인거 있죠. 지금 후회 말고 꽃사슴일 때 잘할 것이지 말이죠.

이런저런 이유로 종종 남편과 싸웠습니다. 그땐 남편이 원망스러웠고, 항상 내마음을 몰라주고, 기대를 저버리는 남편이 저를 정말 사랑하는 것일까? 수없이 의심도 되었구요. 제마음을 몰라주고, 당연히 제 편을 들어줘야 할 때인데도, 내편이 되어 주지않는 남편이 미워지면서 점점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우린 싸울 땐 대판 싸웁니다. 

저도 하고 싶은 말 다하고, 남편도 하고 싶은 말 다하죠. 신혼 초에는 그런 말 때문에 더 상처받아서 또 끙끙거리고, 그리고 그게 빌미가 되어서 또 싸우고. 그 때는요 정말 이혼하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이혼하자는 말을 여러번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남편에겐 너무 싫었던 모양입니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그 말은 하지 말아야지"

그러면서 절 야단치고, 저는 그래서 또 속상하고, 또 싸우고.. 그러다 냉전기간을 가집니다. 서로 말하지 않는거죠. 그런데 비로소 그 때가 되어야 저와 남편은 우리가 왜 싸우게 되었는지 서로를 되돌아 보게 되고, 또 그것을 두고 깊이 기도합니다. 그런데요, 항상 남편이 먼저 제게 사과를 합니다. 그것도 온갖 아양을 다 떨면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죠."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며 전 정말 제가 잘했고, 잘못한 남편이 먼저 사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편을 불쌍히 여기어 용서해주었습니다. ㅎㅎ 그런 세월이 벌써 이렇게 흘렀네요. 에구~


그런데, 언젠가 한 번은 남편이 저에게 사과를 하지 않는거예요. 
남편 후배 말을 빌리자면(이 후배 거의 간첩수준입니다. 저한테 다 일러줘요 ㅋㅋ) 
이제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겠다며 칼을 들었다고 하더군요. 

"칼을 들어?"

그래서 제가 얼마나 날선 칼을 들었는지 함 시험해보기로 하고 전화를 했습니다.
 사실 전화하기 전에 이번엔 제가 먼저 풀렸거든요. 
딴 말 하지 않고, 한 마디만 했습니다.  


"여보, 올 때 떡 사와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떡이거든요. 

바로 전까지 버릇을 고쳐 주겠다며 굳은 결의를 다지고 있던 남편, 제 전활 받자마자 좋아라면서 떡사러 나갔다네요. 남편 후배 '헐~' 그러면서 제게 전화를 해줍니다. 이미 보고를 다 받았지만 짐짓 모르는 체하고 남편을 기다렸지요. 퇴근한 남편 떡을 사왔습니다. 그것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요. 떡을 제게 내밀면서 "그래 이번엔 한번만 봐준다"며 웃습니다. 저는 무슨 소리하냐며, 내가 봐주는 거라 큰소리를 치지요.

이렇게 대판 싸우다가도 이틀이 멀다하고 화해하고는 또 닭살 커플 모드로 돌아갑니다. 
하도 오랜동안 반복되는 우리들이 행태에 아이들은 이젠 우리가 아무리 심하게 싸워도 괘념치 않습니다. 곧 또 화해할 것을 알거든요. 어떨 때는 남편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아빠, 이번엔 좀 제대로 삐치세요. 그래도 사나이 체면에 사흘은 가야죠?"

그 말을 들은 남편 "아냐, 이번엔 일주일이다. 정말 아빠 화났다" 
그런데 그 날 저녁 다시 닭살커플인 우리의 모습을 보고 배신감을 느꼈답니다. ㅋㅋ
 


그런데 우리 부부가 이렇게 잘 화해하게 된 데는 하나의 비밀이 있습니다.

 
제가 좀 변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부터 상담공부가 무지 하고 싶어지더군요.
그래서 여러 정보를 찾았는데, 모 교회에서 독서치료라는 과정이 있더군요.

처음엔  '나같은 사람이 굳이 독서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나? 그건 문제 있는 사람이 받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읽으라고 하는 책을 읽고, 또 팀을 이뤄 그것을 토론하고, 자신의 경험을 나누다 보니 생각에 많은 변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알지 못했던 제 자신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남편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이때까지만 해도 항상 제가 잘 했고, 남편은 나에게 잘못한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또 나는 속이 넓고 남편은 속이 좁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 반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구요. 남편에 대한 저의 태도가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달라진 눈으로 남편은 바라보니 남편은 저보다 훨씬 마음이 넓은 사람이고, 부부는 잘못을 따질 사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너무 아기 같은 제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독서치료를 받고 점차 변해가는 제 모습을 보고 남편은 이제 대화가 된다며 기뻐 하네요. 
그런데 아직도 전 남편을 이기려 합니다. 변한 모습이 기특한지 남편은 아직도 져 주네요. 
그리고 요즘은 남편이 집에 들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줍니다. 이건 정말 달라진 모습니다. 
전엔 이런 적이 없었거든요. 
남편은 공사가 분명해서 자기 일에 관계된 것은 전혀 집에서 내색도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제 앞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자신도 그게 이상하게 생각된 모양입니다.

"여보 내가 나이가 들긴 들었나봐,요즘은 집에 오면 자꾸 당신에게 말을 하고 싶어지네. 참 이상하지?"

전 남편이 참 좋습니다. 
어느 순간 정말 같이 살기 싫을 정도로 다시 미워지고 싸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싸우고 나면 더 사랑스럽고 좋아지는 남편이거든요. 
아마  싸움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생각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서 그런가봐요. 
그리고 저의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 하며 싸운 것이 참 잘한 것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야 서로가 진실된 모습을 알게 되니까요. 
 
그저 다음엔 잘 해주겠거니 그렇게 마음이 상한 상태로 참고만 살았다면, 
어느 때에 가서는 폭탄이 터지듯이 그렇게 회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요즘은 저도 좀 져줄려고 노력합니다. 잘 되진 않지만요.. ㅎㅎ 
닭살 멘트 하나 날리며 오늘 글을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 
제가 한 멘트 남편이나 아내에게 한 번 해주셔도 제가 저작권 안 받을테니 함 해보셔도 좋구요.

"신랑,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내 맘 알죠?^^"
 
*이 글은 2024.1.10.에 수정 업데이트 하였습니다 
 
by 우리밀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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