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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맘마의 알콩달콩 가족이야기
저와 남편은 성격이 좀 다릅니다. 아니 다른 정도가 아니라 거의 극과 극이라고나 할까요? 한번씩 생각해보면 이렇게 맞지 않는데 어떻게 요로코롬 닭살모드로 살아갈 수 있을까? 서로가 신기해합니다. 울 아이들은 거의 기적같다고 그럽니다. 저는 평소엔 좀 급한데 남편은 느긋하고, 위기상황 일 때 도리어 제가 좀 침착하고, 남편은 다혈질적입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일을 같이 하다보면 종종 부딪힐 때가 많답니다. 이건 운전면허를 딸 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10년전에 우리 식구가 모두 탈 수 있는 승용차형 승합차를 한 대 구입했습니다. 그 땐 경유가격이 정말 샀기 때문에 남편 산으로 들로 정말 엄청나게 끌고 다니더군요. 그런 모습을 보며 나도 따자, 그렇게 결심하고는 덜렁 집 근처에 있는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하고, 열심히 연습하였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먼저 우수한 성적으로 ㅎㅎ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그리고 실기도 한 번에 합격했습니다. 그것도 1종 보통으로요.
그리고 도로 연수를 해야했는데, 이거 남편에게 위탁해도 되더군요. 돈도 아낄겸 남편에게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울 남편 일언지하에 거절하네요. 돈이 들어도 전문가에게 일단 배워야 한다나요. 그렇지 않고 무작정 도로연수하는 것은 자살행위라며, 뭐 부부가 동반자살할 것도 아니면서 그러면 안된다고 극구 반배하더군요. 그래서 규정시간대로 학원에서 도로연수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운전면허를 받고 보니, 어디를 가도 거칠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우리 차를 끌고 이제 나도 여성 오너로서 한 번 제대로 폼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키를 안주네요. 일단 자기가 봐서 합격을 해야 한답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새벽기도를 마친 시각. 인적이 드문 거리를 남편은 조수석에 앉았고, 저는 핸들을 잡고 운전을 했습니다.
첫 운전 하는 날.. 두근두근..떨리는 마음으로 시동을 켰습니다. "부르르릉" 경쾌한 엔진 소리가 들리네요. 그리고 학원에서 배운대로 의자를 조절하고, 백미러, 안전벨트, 사이드 브레이크, 기기판의 상태를 확인한 후 기어를 넣고 출발했습니다. 동네의 골목길을 부드럽게 빠져나오면서 시원하게 뚫린 길을 가는데, 정말 기분이 좋더군요. 이만하면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남편이 짜증섞인 말투로 말하네요.
"저기 길가로 차 세워라"
"왜?'
"잔말 말고 빨리 세워라, 죽을라고 작정했나?"
아, 기분이 팍 상하면서 저는 조심스럽게 길가로 차를 세웠습니다. 그러자 바로 울 남편 잔소리를 공격이 시작되더군요
저도 운전을 잘해서 이렇게 경치좋은 곳 멋지게 드라이브 하고 싶다구요.
"니는 운전하면서 가장 중요한 기본도 안배웠나? 그래 가지고 어떻게 운전할래?"
"왜? 나 잘했잖아요?"
"잘해? 니 차가 어떻게 가는 못봤나? 차가 길 가운데로 가야지, 그렇게 차선을 물고 가면 바로 사고난다. 강사가 차를 차선 가운데로 가는 법 안갈켜주더나?"
아하~ 그러고 보니 제가 운전을 하면서 자꾸 차선을 밟던게 생각이 나더군요. 그런데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강사가 차를 차선 가운데로 가게 하는 법을 가르쳐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제가 알아서 가운데로 갔죠. 어떨 땐 가운데로 잘 가다가, 어떨 때는 차선을 밟게 되고, 둘쭉날쭉 했는데, 남편은 그러면 대형사고 난다며 막 야단친 거였습니다. 저는 거의 모기가 기어가는 소리로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그런 거 안배웠어요.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햐~ 그 강사 완전 날로 묵었네. 이런 것도 안갈켜주고.. 잘 들어래이. 내 딱 한 번만 갈켜준다. 제대로 안하면 운전할 생각 하지도 말아라."
남편의 서슬퍼른 눈빛에 기가 죽어 저는 숨을 죽인채 남편의 말을 들었습니다.
"차를 차선 가운데로 가는 법은 보통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편한대로 하면 된다. 첫째는 차 왼편 끄트러리가 차선에 닿을 듯 말듯 하게 되면 대충 가운데로 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악셀을 밟고 있는 오른 발이 차선 가운데에 있도록 하면 차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알았제? 해보그라."
잉~ 난 또 무슨 아주 어려운 것인가 했는데, 넘 쉽네요. 뭐 이런 걸 그리 생색내고.. 그렇게 겁 안줘도 잘 할 수 있는데.. 제가 입을 삐죽이며 궁시렁대자 남편이 그런 제 마음을 읽었는지 다시 한 마디 합니다.
" 아 듣고 보니 너무 쉽나? 그리 쉬운 것도 안배우고 뭐했노? 잘해라..열쇠 뺏기지 말고.."
그렇게 저의 첫날 도로 연수는 무사히 끝이 났습니다.
단풍길을 멋지게 달리는 차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었지요. 조금 운전에 자신이 생긴 저는 조금 더 속도를 내며 차를 몰았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긴장했는지 빨간불도 못보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남편은
"야 야 야 .. 서라 서 스톱~ 빨간 불 아니가? "
그러면서 또 잔소리를 늘어놓습니다. 그런데요.. 그 잔소리 중에 제일 귀에 거슬리는 말이 한 마디가 있더군요. 뭐겠습니까? 바로
"기본도 안되었네, 그래 가지고 누굴 죽이려고 하노?"
아우~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래 당신 잘났다? 당신은 초보 때 안그랬겠네?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이 정말 참기 힘들더군요. 다른 여자들은 그렇게 상냥하게 대하두만 어째 아내한테는 이모양인지 정말 서럽기까지 하더라구요. 그렇게 둘째 날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셋째 날이 되었습니다. 우리 집 차를 가지고 겨우 세번째 운전이지만 이젠 좀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조금 마음에 여유도 생겨서 그런지 신호등도 제대로 보이고, 급정거도 안하게 되고, 차도 차선 가운데로 가고.. 그런데 남편은? ㅎㅎ 긴장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그런데 울 남편 너무 자상한 것도 흠입니다. 그냥 대충 제게 맡겨두고 정말 중요한 것만 코칭해주면 되는데, 아주 사소한 것 까지 간섭하면서 거의 저를 조종하다시피 합니다.
"자자 빨간 불, 이제 브레이크 살살 밟고, 차에 무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살며서 브레이크를 밟으며 옳지 잘한다... 자 자측 깜빡이 넣고, 백미러로 확인하고, 확인했나? 그라면 살며서 들이밀고,.. 자 내가 손 내밀어서 양보를 부탁할테니 깜박이 넣고, 그래 이젠 비상등 한 두번 켜주면서 고맙다고 표시하고 손 올려서 한 번 인사하고.. 그래 잘한다."
첫 날엔 되게 고맙더군요. 그런데 이젠 그런 말 안해도 잘하는데 계속 그러니까 짜증이 나더라구요. 그런데, 한 번씩 급박한 순간이 오면 남편은 예외 없이 "야야.서" 그러면서 고함을 지르는데.. 아우 도저히 못참겠습니다. 그래서 차를 도로 가에 세우고는
"제발 야야 좀 하지 마세요. 저,야~아니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고함 지르지 않아도 알아 먹거든요. 왜 그렇게 고함만 치고 그러세요, 운전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잖아요?"
저의 그런 도발에 울 남편 뻥 찐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절 바라보더니..
"그래? 미안하다 그만 가자. 그리고 낼부터 니 혼자 해라. 난 모르겠다."
자기가 고함칠 땐 언제고 제가 좀 그렇게 말했다고 삐져서는 .. 우린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집에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정말 울 남편 도로연수 안해주더군요. 그냥 저 혼자 가랍니다. 가라면 못갈까봐~ 흥 .. 저는 정말 용감 무식하게 혼자 차를 끌고 나가 운전 연습을 했답니다. 그 덕에 부모님 병원에 가야할 때면 제가 차를 몰고 가서 모셔다 드리고, 또 아이들 학교 통학도 시켜주고, 농수산물 시장 가서 시장도 봐오고, 그리고 남편이 피곤할 때 제가 잠시 운전을 대신 해주기도 하고.. 그렇게 운전면허를 딴지 벌써 7년이나 되었네요.
도로연수 절대 남편에게 부탁하지 마라, 잘못하면 이혼한다고 하더니, 그 말 정말 경험에서 우러난 진리라는 걸 저도 경험을 통해 알았습니다. 제가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도로연수할 때 왜 그랬냐구요? 그랬더니 남편 하는 말,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 연수도 종종 해주지만 그 때 정말 여유있게 아주 젠틀하게 가르쳐주는데, 이상하게 마누라 한테는 그런 여유가 안생기더라. 이상하제?"
가족이라서 그런가요? 가족이란 참 신기한 관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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