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과 이번 주간 우리 집은 시험 전쟁으로 정신이 없습니다. 지난 주간까지는 대학원생인 애들 아빠와 대학생인 제가 시험을 치뤘거든요. 저는 인터넷으로 열심히 문제를 풀었고, 남편은 논문 수준의 과제물을 낸다고 거의 식음을 전폐하듯 공부하더군요. 집에도 늦게 들어오구요. (부글부글.. 그렇다고 이렇게 늦게 들어오면 안되지)
이번 주간은 울 초딩들과 중딩 그리고 고딩도 모두 시험기간입니다. 초딩은 수요일 하루, 중딩은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고딩은 수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이렇게 시험을 치네요. 울 중딩과 고딩은 정말 열심히 공부합니다. 독서실까지 끊어놓고 인강 들으며 밤 늦게까지 ..감동입니다.
그런데 울 초딩들, 그래도 막내는 시험이라고 긴장하며 공부하던데, 울 아들은 집에서 거의 공부를 하지 않더군요. 뭐라고 하면 저 사춘기거든요..이러면서 집에서 빈둥빈둥.. 그래 니 인생인데 하고 싶은대로 해봐라~ 그런 마음으로 내버려뒀지요. 또 아들 이야기로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답니다. 그러니 뭐 믿어야지요.
어제 드뎌 울 초딩 시험성적이 나왔습니다. 이삐는 지난번과 비슷한 성적이 나왔네요. 학년이 높아지면서 시험이 어렵다고 엄살입니다. 시험은 더 어려워졌는데 성적은 지난번과 비슷하니 더 잘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싶은거죠. 그래서 수고했다고 칭찬해줬습니다. ㅎㅎ
이제 아들 차례입니다. 그런데 울 아들, 눈치가 심상치 않습니다. 뭔가 주저주저.. 혹시 올백? 설마 아니겠죠..ㅎㅎ 영어는 잘 쳤네요. 국어는 그 보다 조금 못하였고, 수학은 좀 더 떨어지고, 마침내 사회 점수를 말하는데..허억~ 우리 아이 넷을 키우며 처음 들어본 점수가 아들 입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지더군요. 충격받았나 봅니다.
잠시 멍하니 있다 정신을 차리고는 조금 정말 조금 잔소리를 했습니다. 아들도 난생 처음 받은 이 점수 얼마나 황당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을까 싶은 측은한 마음도 들고해서 어떻게 하든 아이 스스로 더 잘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에 더 심하게 꾸지람 하고 싶은 것을 꾹 참았습니다. 그런데요, 울 아들 갑자기 저를 등지고 돌아눕더니 벽을 부여잡고 꺼이꺼이 우는 겁니다. ㅎㅎ 좀 황당합니다. 엄마 미안해요, 다음엔 잘할께요, 뭐 이런 대사가 나와야 할 상황인데, 엄마가 정말 쪼끔 그렇게 잔소리했다고 섭섭하다고 울어댑니다. 마음으로는 '뭘 잘했다고.. 엄마가 그래도 이정도로 야단치는 것을 고맙게 여겨야지..' 생각은 굴뚝같아도 일단은 달래야겠다고 생각하는 찰나, 남편이 맛있는 빵을 사들고 들어오네요. 잘 됐다. 남편보고 달래보라고 해야지 생각하여 자초지정을 이야기해주며 좀 위로해주라고 했더니, 울 남편 되레 더 큰 소리를 칩니다. "뭘 잘했다고?~~아주 따끔하게 혼을 내지 않고.."
헉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울 남편, 그런데 표정을 보니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합니다.
"왜 그래요?"
" ㅋㅋ 울 땐 확실하게 울도록 해줘야지, 대충 우는 것보다는 통곡하는게 더 나아"
이런 뭘 해도 뿌리를 뽑으려는 남편입니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이삐랑 남편이랑 그렇게 셋이서 온천천 산책을 나섰습니다. 자연스레 아들의 성적 이야기가 나오고 이번에 왜 이리 못쳤을까 원인 분석도 나름해보고, 또 아들이 왜 그리 서럽게 울어대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 남편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혼을 좀 더 심하게 내야지. 아이들은 강하게 키워야 해."
그러자 아빠의 말을 듣고 있던 울 이삐 심히 걱정스런 눈빛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아냐 아빠, 우리들은 너무 곱게 자라서 너무 심하게 야단치면 큰일나요. 이정도가 적당해요. 알았죠?"
ㅎㅎㅎ 순간 남편과 저 빵 터졌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마음 한 구석에서 어떤 희열이 슬그머니 올라오네요. 곱게 자랐다는 말.. 흠 우리가 곱게 키웠구나. ㅎㅎ 평소에 별로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우리 아이들 정말 곱게 잘 자라주어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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