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고마운 선생님, 울 막내 담임선생님의 기상천외한 쿠폰 시리즈
저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일단 자기가 할 일부터 챙긴 후에 놀도록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일단 그 날의 숙제부터 하고, 스스로 정한 양의 문제풀이와 공부를 한 후에 하고 싶은 놀이나 다른 일들을 하게 합니다.
그런데 요녀석들 잘 하다가도 한 번씩 삐딱선을 탑니다. 분명히 공부하는 것을 못봤는데도 공부했다고 하고, 좀 더 몰아세우면 숙제가 없다고 합니다. 절 속이는 것이죠. 알면서 당하는 거 별로 기분 좋지 않잖아요? 한 번쯤 손봐줘야지 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는 차에 드뎌 초딩 3학년인 막내가 걸려들었습니다. 시장 다녀오는 길에 막내 친구를 만났는데, 오늘 숙제가 장난아니라고 고개를 젓더군요. 집에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요녀석 실컷 놀고 있습니다.
"숙제 했니?"
"숙제 다했어요."
" 오늘 숙제 많다면서 언제 다했어? 너 그렇게 거짓말 하다간 엄마에게 정말 혼날거야. 빨리 숙제부터해!!!"
"아이, 다했다니까요? 걱정마세요. 엄마"
그러면서 열심히 만화책에 몰입해 있습니다. 아마 저거 다보고 나면 컴퓨터 게임을 한 30분정도 하다가 친구 만나서 뛰놀다가 그리고 저녁이 되면 밥먹고 씻고 잘 겁니다. 우리 막내는 8시30분이 되면 취침에 들어갑니다. 제 육아관이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자" 여서 어렸을 때부터 일찍 자는 습관을 들였더니 아이들은 9시 넘기기 어렵습니다. ㅎㅎ 안되겠다 싶더군요. 오늘은 확실하게 잡자. 그래서 눈을 부릅뜨고 목소리를 깔고 아이를 불렀습니다. 아이가 좀은 겁먹은 표정으로 다가와 앉습니다.
'너 정말 숙제 다했어? 숙제 한 거 보자"
그러자 아이가 숙제장 대신에 가방에서 쿠폰같은 것을 꺼냅니다. 잉~ 이게 뭔가 싶어 봤더니 그 쿠폰에는 "숙제 1회 안하기"라고 적혀있고, 거기에 담임선생님의 도장이 찍혀있네요. 그 쿠폰을 보이면서 자기 반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상벌을 줄 때 쿠폰을 발행한다고 합니다. 쿠폰 내용이 참 재밌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쿠폰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막내 학교 생활을 잘했는지 지갑에 쿠폰이 여러장 보입니다. 이 쿠폰을 모았다가 적절할 때 써 먹는 거죠. 그리고 이번에 아주 숙제가 많은 날 막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 쿠폰을 쓰기로 마음 먹었답니다.
남들은 숙제한다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유유자적하며 만화보다 뒹굴다가 그리고 숙제로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놀러가자고 꼬시네요. 그리고는 놀이터로 놀러나갑니다.
손 좀 볼려고 했다가 제가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막내 담임선생님 참 지혜롭네요. 이런 선생님 만나면 학교 생활도 할 만 할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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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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