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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에 커피를 쏟아 고장난 걸 다시 고친 사연

생활의 지혜

by 우리밀맘마 2020. 4. 1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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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8시나 되었을까요? 부산에서 독립해 사는 큰 딸이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핸드폰 액정에 '울첫째'라는 발신인이 뜨자 울 남편 입이 함지박해지면서 받네요. 

아주 기분 좋게 '울 딸'을 부르는 소리와는 달리 큰 딸은 아주 다급한 소리로 아빠를 부릅니다 .


"아빠~~ 큰 일 났어, 내가 작업하다가 노트북에 커피를 쏟았어, 이거 어떡해?" 


이런~ 울 딸 사용하는 노트북은 엘지그램인데, 그거 꽤 비싸게 주고 산 것이거든요. 

이제 산 지 한 일년이나 됐을려나? 딸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으니 저도 걱정이 되네요. 

그러자 울 남편 딸에게 침착하라고 하면서 응급조치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노트북이 켜져 있다면 일단 전원버턴을 꾸욱 누르고 있으면 꺼진다. 그런 후에 전원선을 뽑아라. 그리고 노트북을 펴서 키보드가 바닥을 향하도록 해서 놓아라. 그렇게 해서 물을 빼야 한다. " 


딸이 말합니다 .


"아빠, 커피를 쏟자마자 노트북이 꺼져버렸어. 일단 뒤집어놓을께~~" 


아빠가 말합니다. 


"그래~ 그렇게 뒤집어 놓고 절대 전원을 켜지마라. 궁금해서 전원 켜는 순간 끝이다. 절대 켜지마라" 


그렇게 신신당부 합니다. 딸도 엄청 풀죽은 목소리로 '알았어' 하는데 제 맘이 다 아프네요. 

퇴근해서 집에서 해야할 정도로 급한 일이었던 모양인데 내일 회사에선 괜찮을지 걱정도 되고 

또 혹시나 거금을 들여 다시 노트북을 사야하면 어떻게 하나 그런 걱정도 들구요. 

남편이 그럽니다. 


"반반이다" 




그렇게 아침이 되자 남편이 딸에게 가서 노트북을 가져왔습니다. 

엘지그램은 정말 가볍더군요. 아주 고급스러워보이구요. 

남편이 드라이버로 노트북을 열더니 부드러운 천으로 여기저기를 정성스레 닦습니다. 

하루가 지났는데도 아직 물기가 남아 있는 곳도 있더군요. 

구석구석 다 닦고 난 뒤 다시 조립하더니 자기 책상 위에 두더군요. 


"안 켜 봐도 돼?" 


울 남편 쿨하게 말합니다 .


"켜는 순간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사라지는 거야.. 한 이틀 더 저렇게 둬서 속을 완전히 말려야 해" 


그런 후 여기저기 전화하기 시작합니다.

울 남편 이런 쪽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직업으로 하고 있는 분들도 있구요. 

한 네 군데 정도 전화를 하던데, 한결같이 부정적인 대답을 합니다. 

아마 메인보드를 바꿔야 할 것 같은데, 그럴거면 도리어 같은 사양으로 중고를 사는게 나을 거라고 합니다. 남편이 통화를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데 얼굴이 많이 어둡네요. 



"어떻게 할 거야?" 


제가 물으니 남편이 이렇게 노트북이 고장났을 때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순서를 알려줍니다. 


"이런 경우 일단 분해할 수 있으면 분해해서 깨끗하게 속을 닦아내고, 잘 말려야 해. 

보통 한 4일쯤 지나면 다 마르더라. 그런 후에 엘지 A/S 센터에 들고 가야해. 

보통 A/S 가면 그냥 통채로 부품 갈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래도 엘지 센터에 가면 어디가 어떻게 고장 났는지는 알게 되거든. 다행히 거기서 실력있는 사람을 만나면 적은 비용으로 쉽게 고치는 거고, 

그렇지 못하면 이제 전문 사설 업체에 가져가야지. 사설업체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모레 시간된다고 가져오라네." 



그리고 울 남편 모레 노트북을 들고 우리동네에 있는 엘지 A/S센터를 찾았습니다. 

제가 사는 양산 북정동에 큰 LG전자 A/S 센터가 있습니다. 여길 찾아갔죠. 


센터 직원이 노트북을 열어보고는 여기저기 진단을 합니다. 

세척액인지 하여간 수상한 액체를 천에 묻혀 여기저기를 닦아내기도 하고 

솔로 문지르기도 하고, 어떤 부품은 떼어내서 다른 부품을 달아서 테스트도 하고 

정말 정성스럽게 열심히 수리를 하네요. 

한 30분 정도 정성스레 수리를 하더니 우리가 보는 앞에서 노트북 전원을 켭니다. 


근 


... 


그런데 노트북 전원에 불이 들어오더니 화면에 윈도우 로고가 뜹니다. 

정상 부팅이 됩니다. ㅎㅎ 

센터 직원이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돌리며 테스트를 이어가더니 

우리에게 노트북을 돌려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다 고쳤습니다. 다행히 믹스커피가 아니라 아메리카노였고, 대처를 빠르게 잘하셨습니다. 

운이 좋으셨습니다. " 



제가 보기엔 울 딸이 운이 좋았다기 보다 센터직원의 기술이 좋았다고 생각이 드네요. 

저절로 크게 한 숨이 다 나오네요. 

울 남편 다시 함박웃음 모드로 딸에게 전화합니다. 


"다 고쳤다.. "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딸의 목소리, 어제는 다 죽어갔는데 지금은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입니다. 


"아빠 정말이야? ...... 그런데 수리비는 얼마야?" 


울 딸 침을 꼴깍 삼키며 묻네요. 

제가 옆에서 쿡쿡 찔렀습니다. 절대 공짜라고 하지 마라 ..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협박했죠. 


"응 공짜래 ~~ 내일 아빠가 갖다줄께, 내일 점심이나 맛있는 걸로 사줘.." 


어휴 이 딸바보.. 이러니까 딸들이 맨날 아빠를 부려먹지 .. 

제가 이 딸바보를 째려보니까 고개만 슬쩍 피하네요. 



흠~~ 정리해볼까요? 

노트북에 커피를 쏟았을 때 대처방법 


1. 먼저 전원을 차단한다. 노트북이 켜져 있다면 전원버튼을 10초간 꾸욱 눌러서 강제 종료시킨다. 

어댑터로 전원이 연결되어 있으면 빨리 뺀다. 


2. 노트북 키보드가 아래로 향하도록 뒤집어서 물을 빼고, 그 상태로 말린다. 


3. 노트북을 재조립할 능력이 되면 본체를 분해해서 물기가 있는 부분을 마른 헝겁 등을 이용해 깨끗이 닦아낸다. 


4. 그렇게 해서 최소 3일 이상 노트북을 펴서 말린다. 말릴 때 드라이기 등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답니다. 

 

5. 먼저 제품을 만든 회사의 A/S 센터에 가서 점검과 수리를 받는다. 


6. A/S 센터에서 수리불가 판정이 나오면 어디가 고장이 난 것인지 세밀하게 물어서 알아보고, 그 분야를 전문으로 수리하는 사설업체를 알아 수리를 맡긴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업체의 전화로 연락한 후 택배로 노트북을 보낸다. 


7. 그래도 수리할 수 없다면 중고장터에 부품용으로 판매한다. 


 

by 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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