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서 데이트신청을 받았습니다. 허리도 아직 아프고 그날따라 힘들었지만, 남편의 데이트신청을 거절하기가 싫었답니다. 남편은 저에게 선택권을 주었고, 저는 남편을 따라 진주에 있는 촉석루를 가기로 하였습니다. 촉석루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더군요. 할머니들 계모임,여자친구들끼리,연인끼리, 그 중에 제눈에 가장 크게 들어온 것은 역시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걸어오는 아이들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가족들, 어찌나 부럽던지..... 제가 부러워하며 아이들 얘기를 했더니, 또 시작한다며, 자꾸 그러면 다시는 데이트신청을 안한답니다. ㅋ~
울 아이들은 왜 안왔냐구요? 중,고등학생들은 공부하느라 안왔구요. 초등고학년들도 좀 힘들다며 쉬고 싶답니다. 울 초등학생들 조금 컸다고 이제 엄마, 아빠를 따라다니는 것이 힘들다는군요. ㅠㅠ 하지만 이곳에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온 엄마 아빠들을 보니 넘 부럽습니다. 담엔 꼭 데리고 와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따라 울 남편 실수연발입니다. 촉석루입구에 한참 걸어서 왔는데요. 글쎄 지갑을 안가져왔다네요. 저도 남편만 믿고 지갑을 차 안에 두고 와서 할 수 없이 남편 입장료 2천원 때문에 다시 주차한 곳으로 갑니다. 글구 안에 들어가자 마자 열심히 사진을 찍어댑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다시 차에 가야한다네요. 왜 그러냐니 카메라에 넣어둔 메모리가 이상을 일으켰다며 다른 메모리 를 차 안에 두고 왔답니다. 또 걸어갑니다. ㅋ 저 정도면 살도 좀 빠질 듯한데.. 음~ 울 남편도 컨디션이 별로인가 보네요. 그런데 카메라는 더 상태가 안좋은가 봅니다. 저는 잘모르지만 무언가 안된다며 엄청 속상해 하네요.
그런데요. 전 몸상태가 안좋아서 그런지 좋은 경치를 봐도 그리 반갑지가 않더군요. 제가 한가지 오로지 즐기고 있는 것은 남편입니다. 이렇게 오붓하게 손잡고 걸어가니 넘 좋더군요. 그런데 오늘 따라 왼쪽 발이 넘 아파서 걷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남편과 좋은 경치를 거닐고 싶은데, 왼쪽발이 따라 주질 않네요.
제 사정을 본 남편, 저기 보이는 벤치를 가리키며 좀 쉬고 있으랍니다. 치~ 그냥 같이 앉아서 발도 좀 주물러주고 그냥 둘이서 따뜻한 햇볕을 쬐면 도란도란 이야기하면 좋으련만, 울 남편 이런 곳에 와서 사진을 안찍을 수 없죠. 남편을 잘 아는 저는 할수 없이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남편을 기다리며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했습니다. 별로 재미가 없더군요. 뭐 재밌는 일 없을까 생각하며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니, 오잉~ 남편핸드폰이 있네요. 왜 이게 내 주머니에 있지? 가만 생각해보니 아까 차에서 아이들에게 전화한다면 남편 핸폰을 전화하고 그냥 제 주머니에 넣어둔 것이네요.
그래서 오랫만에 남편 핸드폰을 수색해보기로 했습니다. 혹시 '자는 남편도 다시 보자'고 했는데, 이상한 흔적은 없나 뒤져보기로 했습니다. 울 남편은 며칠 전 새로 핸드폰을 바꾸었답니다. 그런데도 문자가 80개가 와있더군요. 메시지를 하나씩 클릭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괜시리 사람 가슴 떨리게 하더군요. ㅎㅎ 어라~ 다음 메시지를 클릭하려는데, 사랑해에게서 온 문자가 보였습니다. "사랑해? 이게 누구지???? 도대체 누구야?"
떨리는 마음으로 번호를 확인해보았습니다. 바로 제 번호가 적혀있었습니다. 휴~ ㅎㅎ 울 남편이 날 사랑하긴 사랑하구나!!! 여자들은 알면서도 듣고 싶어하고, 보여줬으면 좋겠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제 전화번호 이름을 사랑해 라고 적어두니 정말 기분이 좋더라구요.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올라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한결 기분도 좋아지고, 남편 기다리는게 그리 나쁘지 않더군요. 한참이 지나서야 온 남편, 아까 뭘 먹었는지 배가 아파 화장실에 다녀왔다며 늦어 미안하다고 합니다. ㅎㅎ
집에 가려고 차에 타자, 제가 살짜기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여보, 당신 핸드폰을 검사했는데, 메시지에 이상한데서 온 문자가 있데요. 뭐더라? 사랑해 라고 되어있던데요. 누구죠?"
"어~ 그래? 누구지?...아~ 그거 당신 번호 아니더나~ 당신번호 일텐데~."
"뭐라고요? 당신이 모르면 누가 알아요?"
"그거? 이삐가 해놨거든...ㅋㅋㅋ"
에궁~ 머리야. 하늘을 날다 떨어지니 머리가 쪼매 아프네요. 며칠 전에 제 핸드폰 전화번호부에도 이삐가 남편 이름을 바꾸더군요. 그 전엔 '울자긔'였는데, 이번엔 "러브 곰돌"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런데 남편 핸폰에도 저를 "사랑해"로 바꾸어 놓았던 것이지요.
이삐를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삐는 엄마, 아빠가 더 사랑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러브라든지, 사랑해라고 적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구요. 엄마와 아빠가 계속 더 사랑하기를 바라는 아이의 마음이 이 이름에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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