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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추가보육은 '탄력보육'이 아니라 '탄식보육'이다

복지와 보육정책

by 우리밀맘마 2016. 3. 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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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교사 당 아동수 확대, 탄력보육이라는 말로 우리 보육현장을 탄식하게 만드는 무책임한 정책 

 

 

난 어린이집 교사다. 아이 넷을 키우는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아동가족복지학과를 공부하고 보육교사로 일을 한지 이제 5년이 되어 간다. 이 일을 하기 전 1년을 기도했었다. 내가 잘 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는 나는 그래서 보육교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모 대학의 아동복지학과에 편입하여 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어린이집 교사가 되었다.   

 

 

 

 

보육교사로 일하게 된 첫해에 난 깜짝 놀랐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보육교사들이 놀랐을 것 같다.

내가 아는 보육교사들은 한결같이 말을 한다. 아니 키드키즈(보육교사를 위한 포털사이트)에서 보육교사들이 하는 말도 똑같다. 아이들이 좋아 시작한 일이지만, 이 일은 단지 아이들을 좋아한다고만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도 이제 6년차 교사가 되다보니 새로 원에 들어온 초임교사들로부터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이 일이 원래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요?”

 

 

 

 

 

만0세~2세의 아이들은 1:1의 사랑을 원한다.

하지만 보육교사들이 사랑을 주어야하는 아이들은 만0세는 1:3, 만1세는 1:5, 만2세는 1:7이다.

현재 법으로 정해진 교사 1인당 맡을 수 있는 어린이집 정원이다.

도대체 이 숫자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나는 네 명의 아이를 키운 가정주부이다.

첫째아이가 동생을 보게 되면 첫째아이는 너무나 큰 스트레스를 받으며 떼를 쓰고 엄마를 힘들게 한다.

이는 아이 둘을 같이 키워 본 엄마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어린이집은 어떤가?

 

만0세,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 해야 정서적으로 바르게 자랄 수 있는 연령이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교사 1인당 3명의 영아를 돌봐야 한다. 

처음 세 명의 영아를 맡아 담임을 하면서 난 정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돌도 안 된 아이들이 왜 이리 질투가 심한지..

이런 아이들의 지독한 질투심이 자기를 돌봐주는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기 위해 생존의 몸부림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만1세는 어떨까? 이 아이들도 다르지 않다.

이 아이들도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 해야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고 자랄 수 있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도 엄마대신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어서 싸우고 울고 삐지고, 정말 난리도 이런 난리가 아니다.

만2세의 아이들은 좀 나을까? 아니다. 만2세의 아이들은 1:7, 연령이 높아질수록 경쟁은 더 치열해 진다.

 

 

 

   

작년에 난 만2세를 맡게 되었다.

일곱명의 아이들이 작은 방에서 정신 없이 뛰어 다닌다.

어떤 애는 소리지르며 돌아다니고, 어떤 애는 물건을 집어 던지기도 하고, 또 어떤 애는 한쪽 구석에서 얌전하게 놀기도 한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슬슬 전쟁이 시작된다. 이때부터 선생님과 아이 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진다. 한 아이가 과잉행동을 한다. 이건 이제 '선생님 나만 봐요' 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 메시지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으면 친구들에게 시비를 걸고 싸움을 한다. 어쩔 수 없이 그 아이에게 주의를 주고, 그래도 안되면 말려야 한다. 이럴 때 또 조심해야 한다. 자칫 좀 힘을 주어 아이를 잡는다든지 하면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 아이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서 소리를 질러도 아동학대가 된다. 과잉행동을 바로 잡아 주기 위해 제압을 해도 아동학대가 된다. 이거 신경쓰다보면 솔직히 어떨 때는 내가 뭘해야 할지 모를 때도 있다.

 

그래서 선배의 조언을 구했다. 내 옆반 선생님 보육교사 경력이 무려 15년이다. 

선생님께 물어보았다.

 

 

“선생님~ 만2세는 1:7이지만 추가2명까지 하면 9명까지 보육하잖아요~ 9명을 보육하면 어떤가요?”

 

선생님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건 아이들을 돼지우리에 넣고 사육하는 것이죠”

 

 

 

 

엄마들은 보육교사가 슈퍼우먼인지 아나보다.

내 주위에 있는 엄마들, 아이 둘을 두고도 너무 힘들어 한다.

자기 아이인데도 그렇다. 어떤 이들은 우울증에 걸려서 극단적인 행동도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보육교사는 어떨까?

 

작년 5월에 정원을 초과하는 추가보육이 없어졌다.

만2세 7명도 너무 힘든 상황에서 추가2명까지 봐야하는 고충이 있었다.

우리반은 정원 7명이 다 차서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더이상 오지마라.' 

그런데 법적으로 이제 추가 증원이 없다 하니 정말 기뻤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그런데 올해부터 그 추가인원을 다시 받게 된다고 한다.


 



정부는 왜 그런 것일까?

 

작년말에 원장들은 11가지 요구사항을 내 걸며 집단 파업이 들어갔다.

그 11가지 안건 중에 이 추가보육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다른 요구 사항을 들어주려 하면 당장 보육예산을 늘려야 한다.

보육예산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어린이집 원장들의 요구를 들어준다는 가장 손쉬운 명목이 바로 추가보육을 허용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기에 이런 결정을 한 것이다. 

 

 

그럼 원장들은 왜 추가보육을 원한 것일까?

그것은 어린이집 운영을 위한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관련글 -> 가정어린이집 원장이 직접 밝힌 재정 실태 알면 경악할 수준 )

 

이렇게 하면 안되는 것을 원장들이 더 잘 안다.

하지만 보육료인상이 10년째 동결이고, 정부는 대통령 공약으로 내건 사항들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누리과정 보육료 마저도 주니 안주니 하며 보육대란을 부추기고 있지 않은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린이집만 죽어나고 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이런 시스템 속에서 보육하고 보육받아야 할 교사와 아이들이 죽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 꿈나무가 아니라 국가의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이 초과보육을 인정하는 일은 보육교사들만 소리내어서는 안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은 대한민국에 꿈나무들의 일이며 꿈나무들을 잘 키우고자하는 부모들이 모두 소리내어 반대해야 하는 일이다.  

 

아동학대사건으로 인하여 보육교사들은 모두 죄인이 되었었다.

난 정말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육하고 싶은 사람중에 하나이지만

현실은 결코 사랑 하나만을 가지고는 해내기 힘든 일이 보육교사의 일이다.

개인적으로 난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 "하나님 제발 절 좀 도와주세요"라고 외친다. 

그리고 그 힘으로 버티고 또 버티고 있다.  

 

우리는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에 대해 경악한다. 그러나 경악만 할뿐이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에는 외면한다. 이번 추가보육을 허용한다는 정부의 결정은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일어나도록 국가가 부추기는 일이다. 그렇게 만들어놓고 일이 터지면 보육교사의 자질논란을 벌이며, 보육교사를 아동학대의 원흉으로 또 용서할 수 없는 죄인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제발 이땅의 보육교사들이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도록 정부도 그리고 부모님들이 도와주길 바란다. 이건 정말 현장의 절박한 외침이다. 

이 아이들은 정말 우리의 미래가 아닌가?

우리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을 돼지처럼 키우려고 하는가? 

 

 

by 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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