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대란의 주범으로 몰린 누리과정 보육료 어떻게 집행되나?
보육대란의 주범이 되어버린 누리과정. 왜 누리과정이 이렇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는지 참 답답합니다. 정부가 야심차게 유보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누리과정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도 전에 이런 진흙탕 싸움에 빠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누리과정의 보육예산 어떻게 집행되는지 한 번 알아봤습니다.
현재 정부는 유보통합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보통합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이 통합을 이끄는 주체가 누구냐 하는 것입니다. 현재 유치원은 교육부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관리감독하고 있습니다. 유보통합을 하려면 이 두 기관이 먼저 조율해서 유보통합을 위한 통일된 조직을 만들어서 추진해가야 하는데, 현재 그렇질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유보통합을 위한 일정표까지 구체적으로 짜여 있지만 과연 제대로 실행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을 편성할 때도 문제가 생깁니다. 유치원의 경우는 정부에서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받아 여기서 유치원의 누리과정을 지원하는 예산을 편성하는데 반해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보건복지부가 어떠한 지원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건 보건복지부의 업무 태만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복지부는 자신들이 이부분을 책임지겠다는 생각은 않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도 그저 교육부의 예산으로 함께 처리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보육대란이 일어나도 마치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재 누리과정 보육예산은 교육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각 지자체가 지원해주는 예산 외에는 없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사고는 정부가 쳐놓고, 뒷 수습은 지방교육청이 알아서 해라는 것이 현재의 상황인 것이죠.(현 정부는 이번에 각 지역교육청에 보내 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금도 다 들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 때 좀 더 세밀하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누리과정 보육예산은 정부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받아 지방교육청에서 예산을 편성합니다. 그러나 편성은 지방교육청이 하지만 집행은 지자체가 대신합니다. 지자체는 교육청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받아 집행하며, 이 돈은 지자체의 세입으로 잡습니다. 그리고 지자체는 지방교육세와 지방세, 담배소비세의 일정 부분을 법정 전출금으로 교육청에 주게 됩니다. 이렇게 두 재정이 합쳐져서 지방교육청의 예산이 확정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교육청의 예산은 지방의회의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작년과는 달리 올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작년에는 교육청이 내놓은 예산안을 지방의회가 그대로 수용한 반면 이번에는 많은 지방의회가 이 예산안에 대해 직접 개입을 했습니다. 그 결과 아래 지도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유치원 어린이집 모두 전액 편성된 지역이 있는가 하면, 유치원 어린이집 모두 부분 편성된 곳도 있습니다. 그리고 예년처럼 유치원만 전액 편성된 곳도 있습니다.
둘 다 전액편성한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지만 현재 교부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지방정부가 확보해서 지원해주는 교육재정으로 과연 가능할까 싶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 부분 편성한 곳은 일단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급한 불은 끄고, 차후 어떻게든 예산 확보를 해보자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아주 현실적인 대안처럼 보이지만 추후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고사되거나 또다시 보육대란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둘 다 전액 삭감해버린 곳입니다. 서울, 경기, 광주, 전남에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를 삭감해버렸습니다. 지방교육청은 예년처럼 유치원에 대해 12개월 예산 편성을 하는 안을 내놓았는데, 어린이집과의 형평성을 들며 지방의회에서 둘 다 전액 삭감해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형평성입니다. 둘 다 편성할 수 있도록 하던지 아니면 둘 다 하지 않도록 해서 중앙 정부가 누리과정에 대한 예산을 책임지라고 압박하는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때문에 유치원 특히 사립유치원이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왜냐하면 사립유치원의 누리과정은 거의 정부의 지원금으로 운영되어 집니다. 특히 누리과정을 담당하는 교사의 인건비가 전액 이 지원금에서 나가기 때문에 사립유치원 누리과정 교사들은 올해 급여를 받지 못할 위기에 놓인 것입니다.
지방의회는 왜 이렇게 누리과정 예산안에 대해 직접적인 개입을 했을까요?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누리과정 전체 집행 예산이 약 4조원 정도 되고, 이 중 어린이집이 필요한 경비는 약 2조원 조금 넘습니다. 정부에서 이 2조원을 조달해주지 않아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예산만 넉넉하다면 둘 다 지원해주면 되는데, 아무리 쥐어짜도 둘 다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것이죠. 정부는 충분하다고 자꾸 주장하지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추이를 살펴보면 그렇게 말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총선은 다가오고 일단 보육대란은 막아야겠고, 그래서 지방의회가 교육청의 예산에 적극 개입해서 일단 급한 불은 꺼놓고 보자는 심산으로 만든 궁여지책이 이런 상황을 만들게 된 것이라 보여집니다. 그래서 어떤 곳은 안되는 줄 알지만 둘 다 전액 편성을 해서 일단 저질러놓고 보자는 곳도 있고, 부분 편성해서 조삼모사식의 눈가림으로 난국을 타개해보려는 곳도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식으로는 답이 없으니 아예 이참에 판을 깨뜨려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게 하자는 곳도 생겨난 것입니다.
이러나 저러나 현재 진행상황으로 보면 올해 하반기 쯤 되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누리과정 예산이 바닥나기 때문에 특별한 조치가 없으면 다시 보육대란이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지금이야 총선이 다가왔으니 보육대란이 선거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되기 때문에 여당으로서는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이 난리를 치고 있지만, 선거가 다 끝난 뒤에는 어떨까요? 아마 그 때쯤이면 '이것도 지나가리라' 는 식으로 소 닭보듯 하지 않을까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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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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