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내세울 것 없는 우리 가정이지만 그래도 가족 모두가 건강하기에 나름 행복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도 잠시 허리를 다쳐 걷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꼼짝하지 못하고 자리에 누워있으니 그 어떤 것보다도 건강이 최고라고는 말이 실감이 나더군요. 그저 건강한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알았습니다.
요즘 제 블로그에 '정말 감사하다'며 댓글을 달아주신 '푸른희망'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감사하다'는 말에 누군지 싶어 답방 차원에서 그 분 블로그를 방문해보았습니다. 그 안에는 첫 느낌에도 참 행복한 가정이구나 싶은 그런 가족들의 사진들이 보였습니다. 활짝 웃는 아빠의 품에 귀엽게 생긴 아들과 딸이 행복한 모습으로 안겨있는 모습, 바로 이번 사이판 총격사건에서 총상을 입고 하반신 불구가 되신 박재형씨의 사고전 가정의 모습이었습니다.
사건의 경위와 그리고 사건이 터지고 난 뒤부터 지금까지의 과정들을 담은 이야기들을 한 줄 한 줄 읽어가면서 제 두 눈에 눈물이 줄줄 흐릅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 곧 내 일이라도 된 듯 그리 슬퍼졌습니다.
저는 그저 집에서 살림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평범한 주부입니다. 그래서 제가 쓰는 글도 그저 저희 집 이야기들이 대부분이구요, 그런 제가 이런 시사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사 정덕수님의 '마중물' 이야기를 듣고는 저도 그 마중물에 조금 보탬은 되겠다 싶어 제 블로그에도 이 사건에 대해 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저는 이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상당히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살피게 되었습니다. 일단 사이판과 관련된 새 글이 올라오면 검색해서 읽어보기도 하구요, 그런데 오늘 한사님의 홈페이지에 뜬 글을 보며, 가슴이 터질 것 같더군요. 이번 사고 피해자들을 사이판으로 가이드한 관광회사가 피해자를 찾아온 내용이었습니다. 제 남편도 아마 이런 식으로 사건을 수습하려고 할거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것이 사실로 드러나니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기 마련이지요. 그러나 그것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이기주의입니다. 조금만 더 마음을 열고 방향을 바꾸면 모두가 다 행복해질 수 있는데 말입니다. 우리 총리님과 부산시장님 보세요. 지난 번 사격장 화재 때 무릎까지 꿇고, 없는 법까지 만들어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애를 쓰니 그렇게 절규하던 유족들이 마음을 풀고 모든 합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었지 않습니까?
푸른희망님의 블로그에는 그래도 희망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장애인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 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자신의 가정을 지키겠다는 의지와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늦게라도 사실을 알고는 많은 분들이 격려하고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을 통해 작은 희망을 주고 있었습니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보니 3백5십만원이 넘었더군요. 아이들의 작은 손길도 있어 보였습니다. 얼마나 고마운지.. 세상은 이렇게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며 살아가기에 살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도움으로는 아직 너무 미비합니다. 병원비만도 3천만원이 넘는다고 하네요.
이제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어 점점 말이 줄어드는 박재형씨에게 무엇이 제일 힘드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분의 대답이
" 우리 아이들이지요. "
이젠 사랑스런 아이들과 뛰어놀 수도 없는 부모의 심정이 어떨까? 한 가정의 기둥이었던 아빠이자 남편이 도리어 가족의 짐이 될 것 같은 심정이 어떨까? 그분의 대답을 듣는 순간 저는 엉엉 소리내며 울었답니다.
조금만 더 마을을 열고, 방향을 바꾸기만 하면 박재형씨 가정에 더 큰 희망을 줄 수 있을 텐데요. 박재형씨가 이번 여행사측에서 한 일로 인해 희망의 줄을 놓을까 걱정이 됩니다.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박재형씨 가정에 희망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세요. 그리고 이번 사건과 관계가 되는 모든 분들 박재형씨 가정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해결책을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이 나라가 정말 좋은 나라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위 글은 2009년 사이판 총기사고를 당한 박재형씨의 사연을 쓴 글입니다.
사고가 난지 벌써 4년이 되어가네요. 인터넷으로 사고당한 박재형씨의 근황을 찾아 보았습니다.
작년 사이판에서 총기난사사고로 하반신1급 장애가된 박재형씨가 오늘 서울대병원에서 이차 척추고정수술을 합니다. 수술 잘되길 많은 응원해주세요(2011.3.3.)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2012년 7월을 마지막으로 관련 기사가 검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일에 가장 앞장섰던 실비단안개님의 블로그에도 다른 정보가 없네요. 그 때 저도 이 일에 대해 너무 분개해서 두어번에 걸쳐 블로깅을 하였습니다.
(추가)창원지법 제5민사부(재판장 부장판사 노갑식)는 지난 2009년 사이판 총기난사 사건의 피해자인 박 모(42)씨와 부인, 자녀 2명이 여행사인 하나투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3억 6천256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창원시내에서 학원강사를 하던 박씨는 지난 2009년 11월 하나투어의 여행상품으로 사이판 여행을 떠났고, 여행 첫날 사이판섬 ''만세절벽''을 관광하던 도중에 현지인이 난사한 총탄이 척추를 관통당해 하반신이 마비되자 2010년 12월 여행사를 상대로 13억여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앞서, 여행사가 박씨 가족에게 4억341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여행사가 화해권고 결정에 불복하면서 선고가 내려졌다. (노컷뉴스 2012.7.26)
그런데 이후 다시 재판이 이어졌고, 이 재판 역시 화해권고를 하였으며, 2억원으로 양측합의하였다고 합니다. 박재형씨는 아직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사연은 MBC '어느날 갑자기'라는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습니다.
더욱 저를 분개하게 한 것은 이후 우리 부산의 사설 사격장에 관광 온 일본인들이 화재로 인해 숨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땐 우리나라의 총리가 내려와 일본 유족들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더군요. 정말 어이없었습니다. 자국 백성이 다쳤을 때는 나몰라라 하던 정부가 일본 관광객 앞에서는 무릎꿇고 국가 차원에서 배상하겠다고 하니 도대체 이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정말 헷갈린답니다.
박재형씨 속히 쾌차하시며, 그 가족들 모두 웃음 되찾고 사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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