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큰 딸, 유치원 때의 일입니다. 서울에서는 교회 선교원에 다녔거든요, 그 땐 사랑과 귀여움을 독차지 하다시피 했던 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빠 직장 관계로 부산에 내려와 새로운 환경에서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똑똑하고 야무진 딸이기에 아무런 걱정없이 새로운 유치원에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얘가 이상해지네요. 안그래도 둘째와 셋째로 인해 매일 파김치가 되어 있는데, 큰 딸마저 저의 심기를 긁어대는 것이 아닙니까? 짜증도 부리고 예전에 안하던 행동도 하구요. 그런 어느 날 유치원 원장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렇잖아도 아이가 걱정이 되어 이런 저런 얘기를 물었는데, 이야기를 하다 원장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게 아닙니까?
"어머니, 애가 원래 좀 성격이 그렇습니까?"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도대체 이 말 뜻이 무엇인가? 그래서 되물었죠.
"우리 아이가 어떤데요?"
제가 놀란 얼굴로 묻자 원장선생님은 더 이상 말씀을 안하시더군요. 왜 그렇게 물으셨을까?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한가지 제 맘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아하~ 울 큰 딸이 뭔지는 모르지만 많이 힘들구나! 그래서 나에게도 짜증을 많이 낸 것이구나! 나는 그것도 모르고 아이에게 야단을 쳤구나!.'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거, 어른인 저도 정말 힘드는데, 우리 아이야 물어볼 것도 없죠. 그런데 저는 제가 힘든 것만 생각하다보니 아이가 힘들 것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그 전 날에 심하게 야단쳤는데, 그 때 생각이 나자 마음이 너무 무거워지구요, 괜시리 눈물이 나왔습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렇게 이해를 하고 나니 저의 태도가 달라지더군요. 그래서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또 배운거 같이 노래도 부르고 함께 율동도 하고, 기회가 되는데로 안아주려 노력하며,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관심과 사랑을 보였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점점 안정을 찾아가더군요. 이전처럼 엄마 앞에서 조잘대며 어찌나 말을 많이 하는지. 유치원 돌아오면 쉴 틈이 없습니다. 친구 이야기에서 부터 오늘 먹은 점심 이야기, 간식 이야기, 아마 유치원에서 공부하다 이거는 엄마랑 해야지 하고는 따로 챙겨논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짜증도 줄고, 이전처럼 점점 예쁜 울 큰 딸이 되네요.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원장선생님을 만나 요즘 우리 아이가 어떤지 물었더니, 선생님 그 전과는 영 다른 반응을 보이시더군요.
"아이고 우리 우가, 정말 이쁩니다. "
진작에 제가 아이를 더 이해했어야 했는데, 아이한테 참 미안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세월이 참 많이 지났네요. 그 유치원생이 지금 고등학교에 입학했으니 말입니다.
돌이켜 보면 우린 언제나 새로운 환경을 맞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참 힘들고 어려웠는데, 때로는 시간이 절로 해결해주는 것도 있고, 또 서로 이해하고 도와야 해결되는 것이 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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