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린이집 교사입니다. 저는 결혼을 하고 아이 넷을 낳아 키우면서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알았답니다. 바로 아이들 돌보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결혼 전에는 제가 이런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죠. 그런데 결혼해서 울 아이들을 키워보다 보니 아이 키우는 것만큼 재밌고 유익한 일이 없더군요. 그래서 결혼한 지 10년 후에 부산디지털 대학에서 보육과 복지를 전공하는 학과에 편입하여 공부를 마쳤고, 지금 아주 즐겁게 이 일을 하고 있답니다. 벌써 햇수로는 4년차가 되는군요.
부모님들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때 제일 처음 겪는 난관이 바로 '아이와 떨어지기' 입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본 분들이라면 대부분 겪은 일일 것입니다. 처음 겪는 부모들은 참 난감한 일이지만 경험이 있는 분들은 뭐 한 일주일만 잘 버티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인데..그렇게 생각하시고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린이집 교사들이 어린이집에 처음 온 아이 때문에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 지는 잘 모르실 겁니다. 부모님들은 대개 어린이집 교사들은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니까 알아서 잘 할 거야 하고,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더군요. 하지만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게 신경쓰고 있고, 또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보살피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답니다.
ㅎㅎ 사설이 좀 길었네요. 오늘은 일단 어린이집까지는 무사히 잘 왔는데,입구에서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아이의 분리불안을 이해해 주세요.
먼저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서 어린이집이라는 낯선 곳에 들어선다는 것이 아이에게는 큰 공포라는 사실을 이해해주어야 합니다. 보통 아기들은 생후 8-9개월이 되면 '낯가림'을 하게 되구요, 대개 두 돌까지 낯가림이 이어지게 됩니다. 그 후부터는 이런 증세가 줄어들게 되죠. 0세 아기들은 대부분 이런 낯가림을 하는 때입니다. 집에서 엄마 아빠가 아닌 할머니나 할아버지만 봐도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것이 정상적인 발달 단계거든요. 그런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놓는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인 것이죠.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생후 만 3년까지는 엄마가 집에서 아기를 양육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업주부인 경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집에서 아이를 키워가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좋구요, 맞벌이 주부의 경우도 육아휴직이 된다면 돌까지는 엄마가 아기를 키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떻게 자기 뜻대로 되나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0세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길 경우 '울 아기는 지금 낯가림을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나와 떨어져 어린이집에 가는 것에는 많은 스트레스가 따를 것이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아기가 선생님에게 옮겨지는 순간 자지러지듯 울어도 그건 당연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먼저 아이탓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경우 엄마들이 이렇게 아기가 울면 선생님께 괜시리 미안하고 그래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 낯가림이 3세가 되었는데도 계속 지속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한 이틀 울다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는데, 어떤 경우 일주일 동안 계속 그렇게 분리불안으로 울어대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이런 경우 먼저 부모들이 사교성이 부족해서 아이와 외부접촉을 너무 하지 않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또한 부모가 주변을 너무 의식해서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 아이를 지나치게 조심시키고 행동을 제어했거나, 또 다른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심한 야단을 맞은 경우 아이의 낯가림이 심해지고 길어지게 된답니다.
이런 점을 생각해서 아이가 어린이집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낯가림이 심한 아이 어떻게 하면 어린이집에 쉽게 적응시킬까?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처음 왔을 때 일주일 안에 어린이집에 잘 적응한답니다. 처음에는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던 아이도 어느 날 제가 먼저 옷입고 가방 챙겨서 어린이집 가야 한다고 나서거든요. 엄마들이 깜짝 놀라죠. 심기어 어린이집에 들어갈 때 엄마에게 인사도 제대로 안하고 후다닥 선생님 품에 안기는 아이를 볼 때면 깊은 배신감을 느끼는 엄마도 있습니다. 엄마보다 선생님을 또 어린이집 친구들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러니 처음 아이들이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해도 일주일만 눈 딱 감고 맡기면 됩니다. 맡길 때 다음 세 가지를 엄마가 해주신다면 아이들은 더 쉽게 엄마와 떨어져서 어린이집에 적응할 수 있답니다.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첫째, 아이에게 네가 어린이집에 꼭 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보내주세요.
이제 어린이집에 갈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안가려고 별 핑계를 다 댑니다. 그럴 때 강압적으로 하기 보다는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 00야, 넌 이제 어린이집에 가야한단다. 거기 가면 좋은 선생님도 있고, 네가 신나게 놀 수 있는 장난감도 있고, 또 친구들도 많이 있어. 엄마는 네가 거기서 재밌게 놀면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면 좋겠다. 알았지?" 그리고 단호한 태도로 아이 손을 잡고 집을 나서는 것이죠. 그리고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설 때도 "엄마가 몇 시에 데리러 올거야. 우리 나중에 보자. 약속" 이렇게 엄마가 몇 시에 데리러 올 것이라는 시간을 명시해주면 아이는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 헤어지는 것이며, 조금 있다 엄마가 데리러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면 생각보다 저항이 약해집니다.
둘째, 아이에게 어린이집이 친숙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두 돌이 지났는데도 낯가림이 심한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가 사회성이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아이와 저녁에 마실 나들이를 해보세요. 아이 손을 잡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저긴 병원, 저긴 학교, 저기는 백화점, 저기는 어린이집 하면서 돌아다니는 것이죠. 간단하게 아이에게 저긴 뭐하는 곳이다는 것을 설명해주면 더 좋구요, 특히 어린이집을 지날 때에는 '저기는 어린이집인데, 00이같은 아이들이 많이 모여서 재밌게 놀이도 하고, 선생님께 공부도 배우는 곳이다.저기 가면 정말 재밌을 것이야" 이렇게 말해 놓으면 아이는 나도 저길 언젠가 가는구나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답니다.
그리고 놀이터에 가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놀 수 있도록 해주시면, 아이는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떨쳐내게 됩니다. 그러면 어린이집에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재밌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 되구요, 좀 더 쉽게 어린이집에 적응하게 되겠죠.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하네요. 되셨다면 아래 커피 한 잔 쏴주심 더 감사하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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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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