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울의 자살
요즘 간간히 연예인들이나 유명인사들 그리고 주변에 있는 분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기사를 많이 접하게 됩니다. 예전 패션디자인을 공부하는 울 우가가 김다울이라는 패션모델의 자살 소식에 큰 충격을 받고 힘들어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자택에서 목매어 죽었다는 소식에 밤에 학원에서 다녀온 큰 딸이 거의 울먹이다시피 "엄마, 김다울이 자살했데, 어쩜 좋아" 그럽니다. 딸은 패션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어 그 쪽 방면에 많은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김다울에 대해서도 아주 자세하게 알고 있더군요.
"엄마, 우리나라 패션계의 큰 별이 졌어. 조금만 더 있으면 거장으로 불려질텐데 너무 마음이 아파~"
딸의 말을 듣고 김다울이 누구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딸의 말처럼 정말 별이 졌더군요.
인터넷에 올라온 글 중 그녀의 블로그에 실려있는 내용들, 특히 꿈을 꾸다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는 그녀의 일상의 고백들이 제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눈물이 자꾸 흘러내립니다.
요즘 왜 이리 안타까운 죽음이 많은 걸까요?
김다울의 사인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을 대하면 기독교인으로 저는 참 혼란스럽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지난 번 최진실,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 소식에도 참 많이 울고, 노전대통령의 빈소에 꽃 한송이 올려놓고 왔지만,
어릴 때부터 자살하면 안된다, 자살하면 천국에 가지 못한다, 자살은 하나님을 모독하는 행위라는 교리적인 가르침 때문인지 그런 안타까운 순간에도 태도의 혼란을 겪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목사님께 가서 물었습니다.
고 김다울씨, 우리나라 패션모델계에 큰 별이 졌습니다.@구글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
"목사님, 자살한 친구가 있는데요, 문상가야하나요?"그런데 저의 그런 질문에 목사님은 아주 이상하다는 듯이 도리어 제게 되물으시네요. "아니 친구가 돌아가셨는데 문상 안가시려구요?"
"자살했는데요.. 자살은 하나님의 뜻에 위배되는 것이잖아요." "그거야 하나님이 판단하시고 처리하실 일이지, 그게 성도님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자살을 했던 어찌됐던 간에 친구가 죽었다면 빨리 달려가야죠.
뭔 생각이 그리 많으세요. 빨리 가세요"
"목사님, 그러면요 자살한 사람 장례를 교회에서 치러도 되나요? 만일 목사님께 부탁하면 장례 치뤄주실 건가요?"
그러자 목사님께서 대답하시네요.
"요청하면 당연히 치러드려야죠. 그 분이 교인이시다면 교회의 절차에 따라 치루면 되고,
만일 그렇지 않는데 유족들께서 요청해오시면 제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장례를 집례해드려야죠"
그러시면서 성경을 펼치시면서 제게 다시 설명을 하십니다.
성경은 사무엘 하 1장에 있는 사울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다윗의 시를 두고 하십니다.
그러고 보니 다윗과 사울은 거의 원수지간이었습니다. 아무 죄도 없는 사위 다윗을 사울이 얼마나 미워하는지 그를 죽이기 위해 엄청난 만행도 서슴치 않았고, 이 때문에 다윗은 십수년을 도망자로 피말리는 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울이 전쟁을 하다가 부상을 입었고, 마침내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의 죽음을 본 그의 아들들과 신복들이 그 옆에서 동반자살하기도 하구요. 이 부분을 두고 목사님께서 설명하시네요.
"사울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죽음의 소식을 들은 다윗은 사울의 죽음에 대한 평가를 일절 내리지 않고, 그저 그가 모시던 왕, 그의 장인, 그가 존경했던 인물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그를 위해 애도가를 부르고 있잖아요?
시의 내용을 보시면 알겠지만
사울을 큰 용사로 부르며, 그의 용맹함에 대해, 그런 그의 덧없는 죽음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이 잘 드러나 있죠?
인간에 대한 존경심..다윗이 부르는 애도가가 갖는 내용의 전부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사울에 대한 악한 감정은 다윗에게 가장 많았을 겁니다. 얼마나 원망스럽고 저주스런 인물이겠습니까?
그럼에도 다윗은 사울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듣고, 그런 자신과의 원한을 모두 잊어버린 채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다윗의 위대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가지고 살아야 할 마음자세라고 봅니다.
예수님은 우리 인생의 가장 무거운 죄의 짐을 대신 져주셨습니다.
그의 인생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들이 냉철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인생에 대한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판단하시고 심판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하나님이 하실 일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명령하시잖아요.
그 인생을 판단하는 것은 우리가 할 몫이 아닙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그 사람을 사람으로서 깊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하고, 용서하고, 화해하고, 용납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입니다.
고인의 죽음에 대해 자꾸 평가하려는 태도는 그리 성경적이지 못한 것입니다.
도리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인간이 할려고 하는 교만의 발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자살에 대한 경계심과 그에 대한 교훈도 필요하지만, 그것은 나중의 일이죠.
나중에 해도 될 일, 그건 나중에 하고, 지금 해야할 일은 다윗처럼 그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함께 슬퍼하고 눈물 흘리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 가장 힘든 사람들은 그 사람의 가족과 함께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금 찾아가서 함께 울어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빨리 가세요"
목사님의 설명을 듣다 보니 부끄러운 것이 많네요. 목사님 말씀대로 제가 참 교만했던 것 같습니다.
고인과 유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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