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인해 지금 우리나라 국회가 개원 중인 걸 잠시 잊었네요. 이번 세월호로 온 국민이 슬퍼하는 가운데 며칠 이번 국회 본회의에서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지원 결의안과 각종 안전대책에 관한 법률 등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기업의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되었습니다.
이번 영유아보육법 개정이 중요한 것은 이 법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는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되어, 직장 어린이집 설치가 활기를 띄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업주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는 대신 보육수당을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하던 기존 제도는 폐지했습니다. 빠져나갈 구멍을 막아버린 것이죠. 좀 무리가 따르긴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잘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영유아보육법 개정 이유에 대해 “직장어린이집 설치·운영의무의 이행실태를 살펴보면 직접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고 있는 비율이 적어 대체수단의 정비가 필요하다”며 “보육비용의 지원을 삭제하여 시설을 확충하도록 유도해 제도를 정비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도입하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워킹맘을 위한 직장 어린이집 설치 확대, 어떤 지원이 있어야 할까?)
이를 부연 설명하자면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있는 대규모 사업장 가운데 실제로 어린이집을 설치한 곳은 절반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민간기업 네 곳 중 한 곳은 보육수당 지급, 지역 어린이집과 위탁 계약 등과 같은 대체 수단도 제공하지 않는 실정입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직장어린이집 설치현황 실태조사한 결과인데요,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있는 1074개 사업장 가운데 162곳이 아무런 보육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 기준 상시 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이거나 상시 여성 근로자 수가 300명 이상으로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있는 사업장은 1074곳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사업장 건물 안이나 근처에 직접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한 곳은 534곳(49.7%, 전년 대비 10% 증가한 수치)에 불과했으며, 민간기업은 24.5%, 학교는 23.2%,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각각 9.1%와 1.9%가 설치의무를 전혀 따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직장어린이집 설치 현황
사실 현행 법상 직장어린이집은 국공립어린이집보다 여건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린이집 교사라면 누구라도 이런 직장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직장 어린이집 왜 이렇게 설치하지 않을까요? 설치 의무를 지키지 않은 이유는 ‘장소확보 곤란’(38.5%), ‘보육수요 부족’(20.4%), ‘재정 부담’(16.6%) 등이었다고 하네요. (☞민간어린이집 교사 국회어린이집 보고 느낀 배신감) 그리고 공해배출 업체들이 몰려 있는 공단 지역 내의 어린이집 설치는 아무래도 아이들이 건강 문제가 있으니,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대안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직접 설치보다는 대신 근로자에게 보육수당(연령별 정부 보육료 지원 단가의 50% 이상)을 주는 곳은 242곳(22.5%)이었고, 101곳(9.1%)은 지역 어린이집 위탁계약으로 직장어린이집을 대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해 보육수당을 주어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죠. 당연 반발도 있습니다.
이때문에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에서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에 대한 경영계 입장’에서 “보육수당은 근로자들이 자녀를 직장 보육시설에 맡기는 것 보다는 수당을 통해 개개인의 편의에 맞는 보육서비스를 선택하길 원하는 선호가 반영된 결과”라며 “국회가 ‘보육수당’ 제도를 일방적으로 폐지한다면 근로자의 반발과 산업현장의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현실적으로 일견 일리있는 주장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변명보다는 직장어린이집을 직접 설치할 수 있도록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성공한 직장어린이집으로 꼽히는 부산교통공사의 휴메트로어린이집 새해 풍경
그리고 이 참에 직장어린이집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휴메트로 어린이집을 소개합니다. 부산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직장 어린이집인데, 보건복지부의 직장어린이집 평가에서 최고 점수로 인증 받았다고 합니다. 공사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보육환경과 운영관리 등 70개 항목에 대해 점검한 결과 직장어린이집 중 최고 점수인 99.11점(100점 만점)이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제가 근무하고 있는 민간어린이집 교육평가인증을 받았거든요. 사실 이거 준비한다고 거의 초죽음이 되었는데, 이 평가에서 99점을 받는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2012년 8월 문을 연 부산교통공사 어린이집(휴메트로 어린이집)은 준비과정을 거쳐 2013년부터 만1세부터 만5세까지 직원 원아 46명(올해 4월 현재)을 모집해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 부산시에서 지역 1900개소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공모한 보육 우수프로그램 공모전에서는 공사 어린이집에서 제안한 ‘도담도담 스트레칭 프로그램’과 ‘배변놀이 - 나온다나온다 뿌웅’ 2개 프로그램이 각각 대상과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창의적인 보육 노하우를 인정받는 등 직장어린이집을 준비하는 사업장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리매김 해 가고 있다 하네요.
저도 신문보다로만 봐서 어떤 시설, 그리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직접 참관하고 싶은데, 기회가 되면 한 번 방문해보려고 합니다. 방문하게 되면 자세하게 후기를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내년까지 직장 어린이집 설치 100%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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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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