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린이집 교사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한번씩 터지는 어린이집 아동학대에 대한 뉴스 보도가 나오고 나면, 아기 엄마들 눈초리가 예전 같아 보이지 않고, 괜시리 제가 죄지은 것 같은 그런 기분도 들거든요. 얼마 전 인천지역에서 발생하는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의 원인에 대한 뉴스 보도를 보았는데, 대부분이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네요.
그 기사 내용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8일(2014.4) 인천여성가족재단이 발표한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예방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인천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 223명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원인을 조사한 결과 과중한 업무에 따른 교사의 스트레스가 3.89점(5점 만점)으로 주된 원인인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어 교사 인성 부족(3.86점), 훈육 기술 부족(3.85점)이 뒤를 이었다.
조치사항과 관련해서는 ‘아동에게 더 관심을 갖고 따뜻하게 보살핀다’가 34.7%로 가장 많았으며 동료교사 또는 원장 보고가 28.6%, 행위자에게 주의를 준다가 12.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동학대신고센터 혹은 경찰에 신고했다는 답변은 4.1%에 그쳤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대책과 관련해 응답한 교사 중 79.5%(복수 응답)가 1순위로 교사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을 꼽았다.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예방교육 확대(49.6%)가 2순위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나타났다. 이 밖에 23.5%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교사 개인의 강력한 의지’라고 답해 제도나 정책이 아닌 개인의 의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됐다.
제가 이제껏 근무한 어린이집에서는 딱히 아동학대라 할만한 일을 경험한 적은 없습니다.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선생님들 대부분이 아기가 좋아서 이 일을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아기를 잘 돌보고자 하는 마음이거든요.
근무환경이 개선되면 정말 아동학대와 같은 불미한 일들이 어린이집에서 개선될까요? 지금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제 경우를 보면 정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죠. 아이에게 소리지르고, 때로는 매를 들거나 때릴 때가 언제이던가요? 아이가 엄마 사정 몰라주고, 자기만 봐달라고 떼를 부리거나, 이유를 말하지 않은 채 그저 막무가내로 생떼를 쓸 때, 그리고 온 집안으로 광란으로 어지럽히고 다닐 때, 엄마 말 듣지 않고 제 고집대로 하려고 할 때이죠.
어린이집 교사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래도 엄마는 대부분 자기 자식 하나만 돌보잖아요. 그런데 어린이집에 오면 0세 영아는 교사 일인당 3명, 1세는 7명, 그리고 나이가 많을수록 교사 1인당 돌봐야 할 숫자는 더 많아집니다. 이 아이들이 다 같은 환경에서 자라온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성격도 성향도 부모님들이 애를 대하는 태도와 교육관도 다 다른 채 선생님 한 분이 이 아이들을 모두 맡아야 합니다. 그러니 어떨 때는 아이를 엄하게 다루어야 할 경우도 생기게 되는 것이죠.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학대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교사도 인간인지라 때로 그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교사가 아기를 돌보는 환경을 개선해주어야 합니다. 그 중 가장 우선적인 것이 교사 1인당 맡는 아이의 수를 줄이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너무 많습니다.
현행법규를 보면 교사 1인에 0세아 3 명, 1세아 5 명, 2세아 7명, 3세 이상 15~20 까지 이며, 시설 유형에 따라 국공립과 민간 가정의 시설에 따라 약간 다를 수도 있고, 또 전체 인가 정원의 10% 내에서정원초과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돌봐야 할 아이들이 많다보니 돌발적인 사고에 미처 대처할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유아들은 그 발달단계 상 교사나 엄마나 자기만 사랑받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맡은 아이들이 많다보니 욕구충족이 되질 않아 이런 저런 사소한 사고를 많이 칩니다.
오랜 경험이 있는 능력 교사들은 그래도 이런 문제들을 원만하게 잘 처리할 수 있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자기만 봐달라고 떼부리고, 울고 하면 정말 대책이 안서는 것이죠. 거기다 자기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다른 아이를 괴롭힙니다. 때리기도 하고, 할키기도 합니다. 어떨 때는 자해를 하기도 합니다. 하루에도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거기다 교사들이 해야 할 업무일지나 행정적인 일들도 쌓여 있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에 그것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집에 일거리를 들고 가는 선생님들도 많습니다. 전 어제 우리반 아이가 열이 있고 아프다 해서 하루 종일 붙어 있었는데, 화장실도 제대로 가질 못했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교사들의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가 아동학대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건 당연한 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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