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이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달력 한장을 찢어야 하네요. 그리고 4월 들어서면 만우절로 새로운 달을 시작합니다. 만우절 거짓말 ㅎㅎ 올해는 어떤 거짓말이 판을 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더구나 지방선거까지 겹쳐 있으니 정말 우리나라가 거짓말 공화국 되는 거 아닌지 심히 걱정입니다.
몇 년 전입니다. 막내가 학교에서 돌아왔습니다. 막내가 제기 이럽니다.
"엄마, 내가 아빠에게 만우절 거짓말로 제대로 속여볼께."
울 막내가 아빠를 속인다고? ㅎㅎ 이미 게임은 끝났네요. 평소에도 막내 말이라면 곧 죽는 시늉까지하는 아빤데, 이렇게 막내가 맘먹고 거짓말 한다면 아마 알아도 알아서 속아줄 겁니다.
"뭐라고 할건데?"
그러자 학교에서 생각했던 것들이라며 조잘조잘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뭐 복권에 당첨됐다느니, 자기에게 남친이 생겼다느니, 오늘 시험을 망쳐서 내일 선생님이 아빠를 꼭 좀 보자고 한다느니, 이쁜 아가씨가 집에와서 아빠를 찾는다느니, 오빠가 여친에게 맞아서 울고 왔다느니..정말 별의별 생각을 다했네요. 가만히 제가 듣고 있다 이삐에게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이삐야, 그러지 말고, 확실한 거 하나 있다. 분명 아빠가 속아 넘어갈거야"
정말 재밌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똥그랗게 뜨고 절 바라보는 이삐에게 제가 한 수 비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러자 당장 알았다는듯이 전화기를 들더니 아빠에게 전화를 합니다. 신호가 몇 번 울리더니 아빠가 전화를 받습니다. 그러자 울 이삐 아주 다급하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연기를 합니다.
"아빠, 아빠 큰 일 났어요.훌적 훌쩍 ~ "
수화기 너머로 걱정이 가득 담긴 아빠의 음성이 들립니다.
"이삐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그러자 울 이삐, 울먹울먹하면서 말합니다. 정말 만점 연기력입니다.
"엄마가, 엄마가 .. 또 허리를 삐끗했어요. 지금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있어요. 빨리 오세요."
그러자 수화기에서 놀란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뭐? .. 이런 그러게 내가 그리 조심하라고 했건만.. 알았다. 아빠 지금 곧 갈께, 울지말고 기다려"
"네, 아빠 빨리 오셔야 되요.. 엉 엉 ~ "
완전 작전 성공. 전 그렇게 오늘만큼은 일찍 퇴근하는 남편을 만날 수 있겠거니 했습니다. 남편을 일찍 본다는 생각에 살짝 기분이 좋아지네요.
아~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으려던 남편, 갑자기 목소리가 달라집니다. 뭔가를 눈치 챈듯한 .. 갑자기 목소리를 깔고는 이삐에게 말하네요.
"어이, 꼬마 아가씨.. 혹시 만우절이라 아빨 속이는 건 아니겠죠?"
그 순간 수화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우리 모녀는 함께 빵 터졌습니다.
"ㅎㅎㅎ 아빠 눈치 챘어? 끊어요. 아빠 사랑해요."
남편이 뭐랄 새도 없이 그냥 전화를 끊어버리는 우리 이삐,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어휴 조금만 더 잘했으면 아빠 완전 속일 수 있었는데~ 하면서 아쉬워 하네요.
울 남편 저녁 먹으러 집에 왔습니다. 궁금하데요. 그래서 아깐 정말 깜쪽같이 속았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남편 하는 말이 첨엔 정말인 줄 알고 갑자기 머리 뚜껑이 열리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흥분하려는 찰라 갑자기 만우절 생각이 나더라네요. 그래서 혹시나 하고 이삐에게 목소리를 깔고 물어보니 이실직고 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기도 오늘 만우절 때문에 생긴 애피소드를 하나 이야기해주네요.
남편에게 학교에서 문자가 왔더랍니다. 울 남편 그 땐 박사과정 공부 중이었거든요.
"오늘 교수님 감기몸살로 휴강입니다."
휴강소식은 박사도 춤추게 한답니다. 문자를 본 울 남편 직장에서 "야호"를 외쳤다나요? ㅎㅎ 비싼 돈 내고 공부하면서 휴강은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 이 불편한 진실..그런데 갑자기 이거 만우절 문자 아닌가 싶더랍니다. 그래서 문자를 보낸 조교에게
"이거 혹시 만우절 문자?"
그렇게 보냈더니, 조교가 얼른 답장을 보내더랍니다.
"ㅜㅜ 선생님, 교수님 아프신 거 맞아요. 제발 좀 믿어주세요"
그러더라네요. ㅋㅋ 아마 남편 말고도 그렇게 문의해오는 분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요즘 원빈과 이나영의 열애설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하네요.
작년 초에 우리나라 최고의 거짓말을 찾아보니 원빈 열애설이었더군요. 각종 포털사이트의 게시판과 SNS에서는 '원빈 결혼'이라는 제목으로 “원빈이 4월 31일 3년간 열애한 6살 연하의 모델과 결혼식을 올린다”라며 “원빈이 3월 31일 자신의 팬카페 '비너스'를 통해 결혼 소식을 알렸다”라는 글이 게재됐는데요. 하지만 이는 만우절 거짓말이였다고 합니다. 이 글을 올린 네티즌이 글 말미에 이건 만우절 거짓말이라고 적어놨는데, 끝까지 읽지 않은 사람들이 원빈 결혼설말 보고 SNS로 옮겨 퍼뜨린 것이라 하네요. 혹시나 싶어 올해 원빈이 결혼하는 이야기가 있는가 봤더니 아직은 없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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