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우리말 배움, 왜 인색한 사람을 구두쇠라고 하는가?

우리밀파파의 교육

by 우리밀맘마 2014. 4. 2. 06:00

본문

우리말 배우기, 구두쇠는 재물을 굳게 지키는 사람이라는 뜻

 

인색한 사람을 왜 구두쇠라고 할까?

모파상이 지은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소설 아시죠? 그 소설 속의 인물인 샤일록이나 크리스마스의 선물에 나오는 스쿠루지 영감을 두고 지독한 구두쇠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인색한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 왜 "구두쇠"일까요? 그냥 구두쇠니 구두쇠라고 하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다가 갑자기 왜 "구두쇠"이지? 이런 생각이 드니, 왜 이런 단어가 생겼을까 엄청 궁금한 거 있죠? 왜 인색한 사람을 구두쇠라고 할까?

구두쇠는 구두+쇠인가?  


먼저 이 말을 들을 때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은 ‘구두’ 에 ‘쇠’ 가 붙어 된 합성어가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그냥 말 그대로 ‘구두 화(靴)’ 와 ‘쇠 철(鐵)’ 의 ‘화철(靴鐵)’ 이라고 하는 분도 있더군요. 아마도 이는 구두 밑에 박는 여물고 단단한 쇠인 징을 연상하여 ‘징처럼 여문 사람;’ 이란 뜻의 ‘구두쇠’ 로 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는 민간어원설이 있습니다. 서양의 어느 부자가 구두를 오래 신기 위해 대장간에 가서 구두 굽 밑에 쇠를 박아서 신었는데, 그 소리가 요란하여 그 부자를 '구두쇠'라고 불렀다는 것입니다. 즉 구두에 쇠를 박고 다닐 정도로 돈을 아끼는 사람을 '구두쇠'라 부른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신고 다니는 '구두'에 '쇠'(鐵)란 단어가 연결된 것이라는 것인데, 아무래도 이 설명은 미덥지가 못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신고 다니는 '구두'는 일본어 차용어이고, 이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1910년대이기 때문에, 이미 19세기 말에 보이는 '구두쇠'의 어원이 될 수는 없는 것이죠.

구두쇠'라는 단어는 19세기 중반까지의 문헌에서도 발견되지 않다가 '구두쇠(吝嗇者)'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는 문헌은 1895년에 간행된 『국한회어』라는 책입니다. 그 이후에는 조선총독부에서 편찬한 『조선어사전』(1920년)과 문세영이 편찬한 『조선어사전』(1938년)에 등장하고, 이 이후로 모든 사전에 실려 있습니다.


최고의 구두쇠_헤티그린 ‘사상 최고의 구두쇠 여성’이었으며, 여성 재력가 중에서 처음으로 월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 해외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통해 소개된 후 최근 각종 블로그 사이트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최고의 구두쇠’로 명성을 얻고 있는 주인공은 미국 출신의 ‘헤티 그린’. 고향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뉴베드퍼드. 1834년 포경업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그린은 13살에 경리 업무를 도맡았을 정도로 이재에 뛰어났다고 전해진다. 그린은 이후 뛰어난 수완을 발휘해 천문학적인 재산을 모았다. 하지만 그녀는 동시에 ‘사상 최고의 구두쇠’로 기네스북에 까지 이름을 올렸는데, 아들이 다리를 다치자 병원비를 아끼기 위해 집으로 데려가 직접 치료하려다 아들의 다리를 잃게 만들었다. 그녀 또한 150달러의 수술비가 아까워 탈장 수술을 기피했다. 또 검은 드레스 한 벌로 평생을 버틴 것은 물론 속옷은 닳아질 때까지 갈아입지 않았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자 그럼 도대체 구두쇠는 어떻게 해서 생긴 말일까요?

‘몹시 인색한 사람’ 을 일컫는 말로 비슷한 말에는 ‘보비리’ 가 있고, 한자어로는 ‘자린고비(玼吝考妣)’ , ‘수전노(守錢奴)’ , ‘유재아귀(有財餓鬼)’ 들이 있습니다. 또, 속어로는 ‘가린주머니’ , ‘노랑이’ 가 있으며, 방언으로는 ‘구두배기’ , ‘벽보’ , ‘벽쇠’ 들이 있습니다. ‘나그네 보내고 점심한다’ 나 ‘감기 고뿔도 남 안 준다’ 란 말들은 모두 ‘구두쇠’ 와 관련된 속담들입니다. 그러고 보니 구두쇠와 같은 뜻을 가진 말이 상당히 많군요. 그렇다는건 우리 사회에 구두쇠처럼 인색한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언어학자들은 구두쇠라는 말은  ‘굳다’ 에서 생긴 파생어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더군요. ‘곧다’ 와 ‘굳다’ 는 오늘에는 의미가 좀 달리 쓰이는 말이나 ‘곧다’ 는 ‘굳다’ 의 뜻을 담고 있는 말입니다. ‘아주 된 밥’ 이란 ‘고두밥’ 이라는 말 아시죠? 이 말이 ‘구두쇠’ 의 어원을 밝히는 열쇠가 되는 말이라 하겠습니다.

즉 ‘구두쇠’ 는 ‘굳+우+쇠’ 로 분석됩니다. 곧, ‘굳’ 은 ‘굳다’ 의 어간이요, ‘우’ 는 연결 어미(매개음)이며, ‘쇠’ 는 ‘인성에 어떤 특질이 있는 사람’ 을 뜻하는 인칭 접미사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그러기에 ‘구두쇠’ 는 ‘굳은 사람’ , 곧 ‘재물을 굳게 지키는 사람’ 이란 뜻이 되겠네요.

접미사 ‘쇠’ 가 붙은 말로는 ‘모르쇠’ , ‘달랑쇠’ , ‘알랑쇠’ , ‘텡쇠’ , ‘돌쇠’ , ‘마당쇠’ , ‘벽쇠’ 들이 있습니다. 사전 중에는 ‘쇠’ 를 ‘남을 낮추어 일컫는 말’ 이라 하고 명사로 처리하였으나, 이는 접미사로 처리함이 옳을 것입니다. 

이상 우리밀파파의 우리말 배우기, "구두쇠"에 관한 공부였습니다. 





☞ 우리말배움,술에 취한 상태를 왜 '고주망태'라고 할까?

우리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일본말, 이걸 어떻게 고치나?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