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색한 사람을 왜 구두쇠라고 할까?
모파상이 지은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소설 아시죠? 그 소설 속의 인물인 샤일록이나 크리스마스의 선물에 나오는 스쿠루지 영감을 두고 지독한 구두쇠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인색한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 왜 "구두쇠"일까요? 그냥 구두쇠니 구두쇠라고 하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다가 갑자기 왜 "구두쇠"이지? 이런 생각이 드니, 왜 이런 단어가 생겼을까 엄청 궁금한 거 있죠? 왜 인색한 사람을 구두쇠라고 할까?
구두쇠는 구두+쇠인가?
먼저 이 말을 들을 때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은 ‘구두’ 에 ‘쇠’ 가 붙어 된 합성어가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그냥 말 그대로 ‘구두 화(靴)’ 와 ‘쇠 철(鐵)’ 의 ‘화철(靴鐵)’ 이라고 하는 분도 있더군요. 아마도 이는 구두 밑에 박는 여물고 단단한 쇠인 징을 연상하여 ‘징처럼 여문 사람;’ 이란 뜻의 ‘구두쇠’ 로 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는 민간어원설이 있습니다. 서양의 어느 부자가 구두를 오래 신기 위해 대장간에 가서 구두 굽 밑에 쇠를 박아서 신었는데, 그 소리가 요란하여 그 부자를 '구두쇠'라고 불렀다는 것입니다. 즉 구두에 쇠를 박고 다닐 정도로 돈을 아끼는 사람을 '구두쇠'라 부른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신고 다니는 '구두'에 '쇠'(鐵)란 단어가 연결된 것이라는 것인데, 아무래도 이 설명은 미덥지가 못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신고 다니는 '구두'는 일본어 차용어이고, 이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1910년대이기 때문에, 이미 19세기 말에 보이는 '구두쇠'의 어원이 될 수는 없는 것이죠.
구두쇠'라는 단어는 19세기 중반까지의 문헌에서도 발견되지 않다가 '구두쇠(吝嗇者)'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는 문헌은 1895년에 간행된 『국한회어』라는 책입니다. 그 이후에는 조선총독부에서 편찬한 『조선어사전』(1920년)과 문세영이 편찬한 『조선어사전』(1938년)에 등장하고, 이 이후로 모든 사전에 실려 있습니다.
자 그럼 도대체 구두쇠는 어떻게 해서 생긴 말일까요?
‘몹시 인색한 사람’ 을 일컫는 말로 비슷한 말에는 ‘보비리’ 가 있고, 한자어로는 ‘자린고비(玼吝考妣)’ , ‘수전노(守錢奴)’ , ‘유재아귀(有財餓鬼)’ 들이 있습니다. 또, 속어로는 ‘가린주머니’ , ‘노랑이’ 가 있으며, 방언으로는 ‘구두배기’ , ‘벽보’ , ‘벽쇠’ 들이 있습니다. ‘나그네 보내고 점심한다’ 나 ‘감기 고뿔도 남 안 준다’ 란 말들은 모두 ‘구두쇠’ 와 관련된 속담들입니다. 그러고 보니 구두쇠와 같은 뜻을 가진 말이 상당히 많군요. 그렇다는건 우리 사회에 구두쇠처럼 인색한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언어학자들은 구두쇠라는 말은 ‘굳다’ 에서 생긴 파생어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더군요. ‘곧다’ 와 ‘굳다’ 는 오늘에는 의미가 좀 달리 쓰이는 말이나 ‘곧다’ 는 ‘굳다’ 의 뜻을 담고 있는 말입니다. ‘아주 된 밥’ 이란 ‘고두밥’ 이라는 말 아시죠? 이 말이 ‘구두쇠’ 의 어원을 밝히는 열쇠가 되는 말이라 하겠습니다.
즉 ‘구두쇠’ 는 ‘굳+우+쇠’ 로 분석됩니다. 곧, ‘굳’ 은 ‘굳다’ 의 어간이요, ‘우’ 는 연결 어미(매개음)이며, ‘쇠’ 는 ‘인성에 어떤 특질이 있는 사람’ 을 뜻하는 인칭 접미사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그러기에 ‘구두쇠’ 는 ‘굳은 사람’ , 곧 ‘재물을 굳게 지키는 사람’ 이란 뜻이 되겠네요.
접미사 ‘쇠’ 가 붙은 말로는 ‘모르쇠’ , ‘달랑쇠’ , ‘알랑쇠’ , ‘텡쇠’ , ‘돌쇠’ , ‘마당쇠’ , ‘벽쇠’ 들이 있습니다. 사전 중에는 ‘쇠’ 를 ‘남을 낮추어 일컫는 말’ 이라 하고 명사로 처리하였으나, 이는 접미사로 처리함이 옳을 것입니다.
이상 우리밀파파의 우리말 배우기, "구두쇠"에 관한 공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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