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라는 TV프로그램이 있잖아요? 우리 막내 이삐가 즐겨보는 프로라 저도 한번씩 같이 보게 됩니다. 한 번은 특집방송을 편성해서 이전까지 여기에 나와서 고민상담했던 분들을 초대해 그간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간의 사연을 이야기하는 방송을 보게 되었습니다.
파란눈이라서 친구도 없고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던 소녀는 방송이 나간 후 많은 사람이 알아보고 도리어 다가와 친구가 되어 줬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많이 밝아지고 자신감도 생겼다며 남자친구도 생겼다고 자랑을 하였습니다.이처럼 많은 분들이 방송이 나간 후 좋아진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먼저 우리와 함께 살면서 울 엄마가 어떻게 얼마나 변했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적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 변화가 있었네요.
첫째로, 작년엔 교회에 잘 가시지 않으시려 하여 일요일 오전에만 예배드렸는데, 올 해 부터는 오후예배도 수요예배도 드립니다. 심지어 간혹은 새벽기도회도 따라 오십니다. 쩝! 이렇게 된 건 신앙심이 깊어져서라기 보다는 저랑 안떨어지려고 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교회가는 걸 즐거워하시니 전 좋습니다.
둘째로, 예전엔 제가 하는 말에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여서 조금이라도 섭섭하게 느껴지면 바로 이상행동을 보이셨는는데, 지금은 예전만큼 민감하진 않으시네요. 어떨 때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고 또 수긍하기도 하고, 당신이 잘못했다 느끼시면 정말 간혹이지만 미안하다고도 하십니다.
셋째로, 근간엔 언니들과 통화하시면서 혼자 사는 것보다 저랑 사는게 행복하고 좋다고도 말씀하시네요. ㅎㅎ
넷째로, 우리 교회 교인들과 사이가 많이 좋아지셔서 주일예배 마친 후엔 함께 식사도 하고, 대화도 나누십니다. 옛날에는 거의 고립된 섬과 같았는데, 이젠 어울리시네요.
다섯째로, 집에서 찬양을 틀면 찬양소리가 너무 좋다고 말씀하십니다.
여섯째, 아직도 부정과 부인의 방어기제를 잘 쓰시지만 그래도 솔직해지신 부분이 들어났습니다.
아쉬운 건 아직 울 아이들과의 관계는 아직 제 자립니다. 그냥 얼굴만 마주하는 정도죠. 할 이야기도 없고 ㅎㅎ 그래도 할머니 보살피는 거 살뜰하게 하진 않아도 싫다하지 않고 묵묵히 해주는 것만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엄마가 변한 것보다 제가 더 많이 변한 것을 느낍니다. 엄마랑 같이 살면서 난 어떤 변화가 있는가?
첫째로, 엄마의 이상행동에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부동심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요즘은 엄마가 도발을 해오셔도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한 숨 쉬고 반응합니다. 많이 단련이 된 것이죠. 절 가장 힘들게 했던 엄마의 짐싸는 행동에도 요즘은 담담하게 반응하게 되네요.그래서인지 이제는 엄마가 어떤 문제를 일으켜도 그 문제가 더 커지지 않도록 제 말이나 행동을 조심하게 되네요. 쓸데없이 감정으로 대립하는 일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둘째, 첨에는 엄마가 또 이상행동을 하면 어떻게 하나 두려워하고 싫어했었는데, 이젠 슬슬 즐기기까지 합니다. 엄마의 행동에 내가 이렇게 반응하면 엄마는 또 어떻게 반응할까 흥미롭기도 하구요.
셋째, 완고하게 고집피우실 때 그전엔 내가 변화시키겠다는 마음을 가졌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나님도 저를 강제로 고치려 하지 않고, 제 마음을 불쌍이 여기고 어루만지시며, 스스로 고치도록 하시잖아요. 또 그렇게 하도록 오래 기다려주시구요. 그래서 저도 이젠 고집불통 같은 울 엄마를 억지로 바꾸려하기 보다는 이해하고 그 감정을 어루만져주기로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마음뿐이지만요.
문득 우리 엄마가 얼마나 사실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예전에 생각했을 때보다 더 오래사실 것 같습니다. 앞으로 10년은 거뜬 하실 거 같습니다. ㅎㅎ 10년 후엔 지금보다 더 좋은 모녀사이로 행복한 모습으로 함께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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