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지역이 경상남도 양산시 상북면입니다. 우리지역 곳곳에는 "석계산업단지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습니다. 바로 이 지역 주민들이 붙여논 것이죠. 저는 부산에 살다 이곳에 이사온지 3년 밖에 되지 않아, 지역 소식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석계산업단지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을 보면서 내가 사는 동네에 또 다시 산업단지가 조성되는 것인가?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도리어 지역민들이 환영할 것 같은데 왜 반대할까? 첨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사안을 좀 들여다보니 이게 소홀히할 문제가 아니더군요.
일단 이 지역을 대표하는 두 지역신문을 바탕으로 양산석계산업단지 문제가 왜 이렇게 불거지게 되었는지 차근히 되짚어보았습니다.
1. [2011.5.24 양산시민신문]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실패한 석계일반산업단지에 시가 신성장동력 사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불확실한 투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시는 의원협의회를 통해 상북면 석계리 일대 100만㎡ 규모의 석계일반산업단지에 핵심전략사업인 연료전지연구센터와 부품소재 융복합센터를 유치하겠다며 전체 산업단지의 일부 구역을 우선 시가 자체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석계산단 예정부지 가운데 연료전지연구센터와 부품소재 융복합센터 유치에 필요한 12만3천210㎡ 부지를 산업시설용지로 공급하기 위해 오는 2013년까지 200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곳은 지난 2009년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를 위해 시가화예정지로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를 위한 설계용역비 3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가 실패로 돌아가자 시는 일반산업단지로 이곳을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추가용역비 포함해 모두 27억원을 투입해 100만㎡ 부지에 대한 기본설계와 사전재해영향성 검토, 문화재지표조사 등의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해 왔다. 최근 시가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전지연구센터와 부품소재 융복합센터 등의 유치를 추진하면서 이들 시설이 필요한 부지를 물색하던 가운데 석계산단을 개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2.[2011.12.27.양산시민신문] 시가 기존에 계획하고 있던 대규모 산단 개발과 신도시 개발 사업 역시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석계산단의 경우 2009년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실패 이후 시가 민간개발방식으로 산단 개발을 추진해 왔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사업자를 찾지 못했다.
다행히 올해 석계산단 일부 부지에 한국전지연구원과 고성능모터기술센터를 유치한다는 방침을 마련하고 시와 민간사업자가 공동투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시는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위해 내년 당초예산에 자본금 170억원 가운데 20%인 34억원을 확보하고,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주)태영이 나머지 자본금을 충당해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가 유치를 계획했던 한국전지연구원의 경우 신도시지역에 부지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고성능모터기술센터는 유치가 어렵다는 전망이어서 산단 개발 자체에 난항이 예상된다.
양산지역 곳곳에 붙어 있는 석계산업단지 결사반대 현수막
3. [2012.9.25. 양산신문신문] 상북면에는 석계리 일원 92만㎡에 2천267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016년까지 민관합동개발방식의 석계산업단지를 조성해 연료전지연구센터와 부품소재 특화센터 등 신성장 동력산업 특화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며, 대석리 일대에는 2014년까지 사업비 242억원을 투입하는 천성산 치유ㆍ생명단지 조성계획도 세우고 있다.
4[.2013년 03월 12일 양산시민신문]박성관 상북 면장은 “상북면은 그동안 다른 읍ㆍ면ㆍ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가 적었지만 석계산업단지에 기업이 모두 입주하면 인구도 5~7천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삼ㆍ소속ㆍ좌삼은 전원주택단지와 아파트단지 등 주거지역으로, 소토와 석계는 공업지역으로, 면 소재지 주변은 상업지역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5.[2013년 07월 23일 양산시민신문] 양산은 공장들 속에서 악취와 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학교가 두 곳 있다. 어곡초는 양산공업단지에, 소토초는 북정산업단지에 둘러싸여 섬처럼 고립돼 있다. 악취로 아이들은 교실창문을 열지 못하고 위험천만한 통학로 때문에 걸어서는 학교에 갈 수조차 없다. 두 학교 모두 학교 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이 발목을 잡고 있다. 어곡초는 이전 예산이 없어, 소토초는 이미 예산을 학교시설에 썼기 때문이란다.
닮은 학교가 하나 더 나온다는 소문이 돈다. 석계2 산업단지 조성으로 양주중이 공장들 속에 둘러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제2의 어곡ㆍ소토초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학교와 학부모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8일 학교에서 양산시, 양산교육지원청, 도ㆍ시의원, 학부모, 학교 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였다. 지역경제 개발이라는 거대 목적 속에 추진되는 사업이기에 자칫 이들의 목소리가 공허한 외침에 그치지 않을까하는 노파심에 각계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지면에 실었다.
6.[2013년 08월 20일 양산시민신문]양산시와 기업, 금융기관이 공동출자해 추진하고 있는 석계2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에 상북지역 학부모와 일부 지역주민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산업단지를 반대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을 대상으로 반대 서명운동을 받는 등 본격적인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양산시 프레스센터에서 석계산업단지 반대시위
‘석계산업단지조성을 반대하는 상북면 학부모 및 지역주민’은 지난 14일 오전 11시 양산시프레스센터에서 산단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참석한 15명의 학부모와 주민들은 “석계2산단 조성은 상북지역 주민 전체가 아닌 일부 주민들의 의사만을 반영한 개발”이라며 “주민들의 건강권과 생활권을 침해하는 공해 공장 입주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상북은 173곳의 가축농가가 있고 이팝나무, 효충사, 대원군척화비, 원적산봉수대 등 주요문화재가 산적해 있어 개발이 아닌 환경보호를 해야 하는 지역에 뜬금없이 산업단지라니 말도 안 된다”며 “더욱이 입주 업종에 고무, 플라스틱, 화학 심지어 전지연구단지까지 포함돼 있어 공해는 물론 수은에 방사능 유출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안전과 학습권 침해 문제도 언급했다. 곧 양주중학교에 진학할 자녀를 둔 상북초, 소토초, 좌삼초 학부모들이라고 밝힌 이들은 “환경오염이나 공단차량으로 인한 교통사고위험 등의 간접적인 피해는 물론 학교 뒤편으로 35m 거리에 저류시설이 위치해 있어 비탈면 아래쪽에 위치한 양주중학교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산업단지로 중학교가 이전한다는 등 흉흉한 소문이 돌아 벌써 전학을 가는 학생들이 왕왕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30일 본지에 산단 반대를 주장하는 기고문을 게재하고 13일에는 경남도청과 경남도의회에 산단반대를 주장하는 호소문을 제출했다. 또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지역주민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산단 조성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7.[2013년 11월 26일 양산시민신문] 인근 주민과 학부모의 반대 민원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상북면 석계2일반산업단지에 대해 경남도가 사업 적정성과 주민 의견 등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남도교육청 역시 양주중학교의 학습권 확보를 위해 산업단지 조성계획에 양주중 이설계획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석계산단이 조성되는 천성산의 비경
홍순경 도의원(새누리, 물금ㆍ원동ㆍ강서ㆍ상북ㆍ하북)은 지난 21일 경남도의회 제312회 정례회 도정질문에 나서 석계2일반산업단지의 조성 과정과 반대 민원에 대한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의 견해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경남도 관계자는 “석계2일반산업단지는 지역주민의 지속적인 개발 요구와 산업용지 적기 공급을 위한 것으로, 산업단지가 주거지역이나 양주중과 인접해 생활환경권과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산업단지 지정과 관련해 양산교육청 협의의견과 반대민원을 사업시행자인 양산시장에게 통보해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도록 권고했으며, 양산시가 관련 기관 협의 결과를 반영한 산업단지 계획을 최종 제출하면 산업단지 조성의 필요성과 주민 의견 수렴 여부, 계획의 적정성에 대한 전문가 심의를 통해 충분히 검토한 뒤 산업단지를 지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양주중 인근에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공해와 소음 등으로 교육환경 여건이 저하되고, 통학로 인근 대형차량 이동에 따른 학생 안전사고 등 어곡초나 소토초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며 “경남도와 양산시, 양산석계산업단지주식회사에 국가정책사업으로 반드시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면 조성계획 단계에서 재원마련 방안이 반영된 양주중 이설계획을 포함해 사업을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양산석계단지에 대해 지역 신문인 양산시민신문에 보도된 내용입니다. 이를 보니 양산석계산업단지는 원래 여기에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틀어지자, 이를 대체하는 방안으로 나온 것이네요.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했을 경우는 사실 양산시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수 있어 모두 기대했지만, 그것이 실패로 돌아가자 부랴부랴 시는 이에 대해 새로운 사업단지 조성 계획을 세운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지역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산업단지 조성은 여러모로 환영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상황은 그 반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추진하고자 하는 시가 난항에 두딪힌 것이죠. 이렇게 산업단지 조성에 대해 지역민들이 절대반대를 외치는 네 가지 주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천성산에서 내려본 양산시
첫째. 산업단지에 유치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공해배출업체라는 점입니다. 플라스틱, 고무, 화학 공장들이 들어선다고 하는데, 이런 기업들이 들어서게 되면 아무래도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죠. 이 석계지역은 인구가 1만8천명이나 됩니다. 이런 대규모 집단 주거지 곁에 공해업체들이 들어선다는 것은 지역민들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겠죠.
둘째, 환경평가에서도 이 지역은 산업단지를 조성하기에 부적격하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특히 산단이 들어서는 천성산 일대는 이전에 KTX 철로를 건설할 때도 환경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곳입니다. 천성산을 자연 그대로 지켜야겠다는 의식과 함께 더이상의 환경 파괴 방관할 일이 아닌 것이죠.
셋째, 앞서 보도된 것처럼 양주중학교가 자칫 산단 조성으로 인해 심각한 학습권 침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는 그럼 이전하면 되잖느냐고 하는데, 이런 발상자체가 문제입니다. 현행법으로도 가능하지 않는 일이구요.
넷째, 이 개발로 인해 누가 이익을 보는가? 하는 점입니다. 반대하는 지역민들은 결코 지금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이익 볼 것이 없다는 판단입니다. 특히 요즘은 일부러 생활환경이 쾌적한 곳에 살고자 이곳으로 이주하거나 계속 정착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산단조성으로 그런 생활환경이 위협을 받거나, 또 오래된 전통마을, 내 고향이 산단조성으로 인해 이주해야 하거나, 마을 생존에 위협이 된다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인 거죠.
앞으로 우리밀맘마와 우리밀파파는 이 석계산업단지 조성에 관해 좀 더 심층적으로 알아보고 보도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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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박기자님의 도움으로 오마이뉴스에 발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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