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임 G. 기너트 (Haim G. Ginott)가 지은 '부모와 아이 사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부모와 아이 사이, 전 이 책을 처음 읽으며 부모는 그저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부모로서 얼마나 부족한지를 알게 되었구요. 이 책 덕분에 아이들을 대하는 제 태도가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부모와 아이사이, 하임 G. 기너트가 지은 사이교육 시리즈 책은 부모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추천합니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부모와 아이가 서로 소통하는 법입니다.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실례를 들어가며 말해주고 있고, 이것이 정말 큰 도움을 줍니다. 부모와 아이, 매일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지만 이 사이에 엄청난 간격이 있습니다. 이 간격을 이해하지 못하면 소통이 되질 않는 것이죠.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하나의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쨍그랑"
허걱, 무슨일일까 돌아보니 7살짜리 우리 아들 우유먹으라고 준 컵을 제대로 박살내버렸습니다. 아니 일곱살이나 된 녀석이 어떻게 이리 칠칠치 못할까요? 손에 무얼 쥐어주기가 무섭습니다. 남아 나는 게 없습니다.
이렇게 유리컵을 깨는 것은 기본이고, 그렇게 졸라대서 사준 비싼 장난감도 얼마있지 않아서 박살을 내버립니다. 오늘도 정성들여 토스트를 굽고, 우유를 컵에 부어주면서 "조심해서 먹어라" 그렇게 당부를 했건만 이 녀석 여지없이 컵을 깨버립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럴까요?
너무 속이 상한 나머지 한 마디 했습니다. " 넌 왜 맨날 그렇게 덜렁대냐? 살림살이 남아나는게 없겠다" 그러면서 "저리 비켜~ " 아주 매몰차게 한 마디 해주고, 깨진 컵을 치우다가 또 손가락을 살짝 비었네요. 손가락에서 피가 나옵니다. 우리 아이 피를 보더니 더 겁먹은 얼굴로 " 엄마 괜찮아?" 하고 묻네요.
화가 머리 끝까지 치쏟더군요. 그러니 말이 함부로 나옵니다.
"너 왜 맨날 그렇게 엄마를 못살게 하는거야. 정말 죽겠어.."
속도 상하고 화도 나고, 피도 나고 .. 그런데 이 녀석 불난 곳에 기름을 끼얹습니다.
"엄마 나 맨날 그런거 아냐, 어쩌다 그런거지"
그 말을 들은 저는 도끼눈을 뜨고 아이를 무섭게 노려보면서 "뭐야?" 아주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우리 아들 눈물을 글썽이며
"씨~, 엄마는 정말 내 마음을 너무 몰라줘, 엄마 미워~"
그러면서 밖으로 뛰어나가네요. 깨진 컵을 치우고, 손가락에 밴드를 붙인 후 멍하니 탁자에 앉아서 조금 전의 상황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아들의 마지막 한 마디 "엄마는 내 마음을 너무 몰라, 엄마 미워" 이 한마디가 가슴을 아려옵니다. 순간 속에서 내가 니 마음 몰라주는게 아니라 니가 내마음을 너무 몰라준다. 뭐 엄마 미워? 들어오기만 해봐라~ 이런 마음이 먼저 앞서더군요. 그러면서 정말 내가 쟤 마음을 몰라준건가? 뭘 몰라준건가 또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모와 아이사이 완전개정판, 양철북
그런데, 갑자기 그 녀석이 내게 항변한 한 마디
"맨날 그런거 아냐, 어쩌다 그런거지"
그 말이 생각이 나는데, 갑자기 "쿡~" 하고 웃음이 나네요. 가만 생각해보니 걔 말대로 어쩌다 그런거지 맨날 그런 것은 아닌게 맞죠.
그러면서 기억을 되살려 보니 저도 어릴 적에 이런 사소한 실수를 하면 부모님이 "넌 왜 맨날 그러냐?" 라는 말에 울컥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정말 맨날 그런게 아니라 어쩌다 그런건데 엄마는 한 번의 실수를 싸잡아서 저를 맨날 실수만 하는 인간으로 매도해버린 것이 싫어서 우리 아들처럼 그렇게 쏘아붙이고 도망갔던 기억말입니다. 저도 어느 새 그 엄마가 되어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죠.
제 어릴 적 이런 경우를 당했을 때 또 이런 마음이 들더군요. "그까짓 컵이 깨진게 중요해? 자식이 중요해? 컵 하나 깼다고 자식을 완전 바보 취급하냐?"
그렇죠. 우리 아이도 바로 그런 마음이 들었을 겁니다. 그러니 지 마음 몰라준다고 엄마 미워 하면서 뛰쳐나간 것이겠죠.
화를 내기 보다 먼저 아이를 걱정하며 " 너 괜찮냐? 걱정마 이건 엄마가 치우면 돼"
이렇게 상냥하게 말하지 못했을까요? 후회가 밀려옵니다. 그깟 컵 다음엔 깨지지 않는 다른 것으로 사면 되고, 베인 손가락이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아무는데, 저는 아이의 마음에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을 그런 마음의 상처를 남겨줬네요. 갑자기 아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 녀석 집에 들어오면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해야겠죠?
어떤가요? 위 글은 이 책에 나와 있는 일을 우리집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재구성해본 것입니다. 다른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 제 이야기더군요. 저도 이렇게 우리 아이들 마음에 그저 내 생각에 먼저 사로잡혀 울컥 솟아나는 말을 가지고 아이들 마음에 못을 박은 경우가 얼마나 많던지요.
하임 G. 기너트는 아무리 훌륭한 이론도 '기술'로 전환되어 생활속에서 실천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그러자면 먼저 아이의 감정과 정서, 생각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곧 대화기술, 대화 방법을 익히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문제들을 교육적 차원에서 해결하는 가장 훌륭한 수단은 바로 대화방법입니다.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화 방법, 아이를 훌륭한 인격과 품성을 지닌 사람으로 키우려고 한다면 부모가 반드시 습득해야 할 기술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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