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차안, 라디오에서 최유라와 조영남이 진행하는 '지라시'를 우린 듣고 있습니다. 울 남편이 가장 즐겨 듣는 라디오방송입니다. 좋아할만하더군요. 얼마나 재밌는 사연들이 줄줄이 나오는지, 그리고 그 사연들을 맛깔스럽게 진행하는 최유라 조영남씨, 그 입담에 울 부부 아주 편안한 오후를 차 안에서 즐기고 있습니다. 울 남편은 운전을 하면서도 넘 재밌어서 넘어가는 모습 보고 혹 사고나면 어떡하나 걱정도 좀 됩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사연을 듣고 울 부부 울보가 되어버렸습니다. 너무 슬퍼서 할 수 없이 차를 갓길에 대고 둘다 한참을 울었습니다. 이런 사연입니다.
"저는 네 자녀를 둔 아빠입니다. 딸이 셋이고 아들이 하나입니다. 이제 다 커서 시집 장가 보냈는데, 시집간 울 둘째 딸이 작년에 아이를 낳다 그만 유산하고 말았습니다. 갓 태어난 그 핏덩이가 그만 태어난 지 네 시간이 지나 죽어버렸어요. 딸이 얼마나 크게 충격을 받았겠습니까? 그 충격으로 울 딸도 몸이 점점 쇄약해져 갔습니다. "
여기까지 두 MC가 글을 읽어가는데,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몇 달전에 몸이 많이 좋지 않다며, 울 딸 대학병원에 다니며 검사를 하더니 얼마 전에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흐윽~~"
이런...잠시 했던 걱정이 현실이 되는 순간, 갑자기 마음이 멍해집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 ..
"...... 제가 참 엄한 아빠였거든요.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을 제가 하게 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항상 간섭하고 하고 싶은 것도 못하게 하고 엄하게 했어요. 이렇게 세상을 떠날 줄 알았으면 자신이 하고 싶다는 것을 할 수 있게 해 줄 것을, 이제 생각해 보니 그렇게 엄하게 할 필요도 없었는데, 너무 엄하게 한 것이 가슴이 아픕니다... "
사연을 듣고 있던 울 남편도 저도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부모의 마음..아버지가 그렇게 엄하게 한 것 역시 딸을 위한 것이었지만, 딸이 세상을 떠나니 그렇게 한 일이 후회가 되고 한으로 남은 것이 못내 가슴 아파 이렇게 사연을 보내온 것입니다.
그 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한 일이었는데, 그게 딸들을 곱게 키우고, 사랑하는 것이라 여겼는데, 이렇게 되고보니 딸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 부모의 걱정이 앞선 행동이었다는 것이죠. 딸이 하고 싶은 일이나 다 하게 하고 이 세상을 떠나게 해줄걸..
그런 후회 속에 담긴 부모의 마음이 느껴져 더 많이 마음 아팠던 것 같습니다. 때로 우린 가족이라는 미명으로 서로에게 못할 일을 강요 하고 있지 않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네요. 가까이에 있을 때 더 소중히 여기고 더 사랑하며, 아이들의 말과 마음을 존중해 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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