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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들 갑자기 옷타령을 하는 사연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10. 5. 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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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타령하는 사춘기 아들

울 아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니 점점 남자티가 납니다. 그저 귀여운 아이로만 봤는데, 이제 슬슬 멋을 내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옷입는 것도 까칠해집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입고 있는 옷이 낡아서 내다버리려고 하면,

"엄마, 이거 아직 입을만 한데, 왜 버려요?"

하면서 다시 가져왔는데, 요즘은 깨끗하고 멀쩡한 옷이 몇 벌이나 있는데도 입을 옷이 없다고 투덜대기 시작하네요.

"아들 이옷 입어라."

"그건 불편해요."

"이건?"

"그건 입기 싫어요."

이거, 이렇게 달라져도 되나요? 혹시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겼나? 이렇게 입을 옷때문에 까칠하게 구는게 올 겨울 방학 들어서만도 몇 번을 그럽니다. 제가 보기엔 괜찮아 보이는데..그래서 큰 딸에게 아들 이야기를 했더니 큰 딸은 또 아들 편을 드네요.

"엄마, 울 뚱이(아들별명) 좀 그렇게 입히지 마세요. 뚱이가 불쌍해 보여요."

헉~ 의외의 말에 제가 당황했습니다. 뭐가 문제죠? 전 울 아들 무엇을 입어도, 그저 멋지게 보이는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저는 우리 첫째만 유별난지 알았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자기가 입을 옷은 꼭 자기 손으로 골랐거든요. 점원들이 그런 우리 딸을 보고 아주 신기해했습니다. 큰 딸은 사춘기 들어서는 아예 자기 손으로 코디하고 인터넷이나 거리 쇼핑해서 옷을 입는 것이 취미라 얘만 유별난 지 알았거든요. 그런데,  중딩이 된 우리 둘째도 어느 날부터 제가 사주는 옷은 입지 않고, 꼭 같이 따라와서는 자기 손으로 고르든가 아님 돈을 받아서 원하는 옷을 사 입었습니다. 이때까지는 여자니까 그런가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울 아들도 그러네요. '아무꺼나 사주세요.' 하던 아들이 이제 슬슬 옷타령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올 겨울들어 한벌도 사주지 않아 괜찮은 옷이 없긴 하지만요.


남편이 모처럼 쉬는 날, 오늘은 가족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나서는 남편 덕에 우리는 "전우치"라는 영화도 보고 외식도 하기로 했죠. 그런데 남편이 영화를 보고나더니 난데 없이 옷 사러 가자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 아들을 가리키며 "어휴 저게 뭐야~" 그러네요.

저도 우리 아들 집을 나설 때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왜냐면 후줄근한 목티에 좀 추워보이는 잠바, 그리고 이제 키가 커서 더이상 입고 다니기 어려운 바지, 완전 구부가 되었습니다. 패션에 상당히 무딘 우리 남편의 눈에도 아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보였나 봅니다. 그래서 해운대에 있는 아울렛으로 갔습니다.


 
 


아동복 전문 매장을 돌아다니며 옷을 고르는데, 저는 예쁜 것보단 활동하기 편안하고 세탁에 용의한 것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런데 울 아들이 의외의 선택을 하네요. 평소에 거의 입지 아니하던 니트를 고른 것입니다. 그것도 상당히 고급스럽게 나온 디자인을 말입니다.  


"이건, 좀..."

저는 그렇게 말하며, 아들 몸에 옷을 맞추어 봤더니, 오~ 멋지네요. 울 아들옷을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요?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저보다 더 잘 고르네요. 정말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전까지는 항상 '엄마가 알아서 골라주세요.'이렇게 말했던 아들이었는데 말이죠. 오늘은 조금 낯설게 느껴지네요.

제 눈에 패딩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실 따뜻한 잠바가 하나 필요하거든요. 울 아들도 그렇게 생각이 들었나봅니다. 


"아빠 패딩을 사고 싶어요. "

남편은 오늘 정말 비자금을 다 풀려고 작정했는지, 흔쾌히 입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합니다. 이 틈을 놓칠리 없는 막내도 덩달아 입고 싶은 예쁜 바지와 셔츠를 고르네요. 아들과 함께 매장을 뒤졌습니다. 앞가게에서는 검은색패딩이 할인해서 45,000원,  더 싼 29.000원짜리도 있는데..은근히 싼 것 고르길 바랬는데, 거긴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아들, 조금더 돌아보자고 합니다. 그런데요, 니트를 고른 가게에 제 눈에 속~들어 오는 패딩잠바가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가격이 58,000원 이네요. 울 아들이 입으면 정말 멋질 것 같아 아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눈치를 보니 맘에 드는 모양입니다.

"아들, 어때?"

그런데, 울 아들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보아하니, 가격 때문에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지요.

"아들, 머리 굴리지말고 너의 생각대로 솔직히 말해봐.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어떤지 말이야."

"응. 좋아요."

역시, 패딩잠바는 울 아들과 제가 마음이 통했네요. 진작 좀 이렇게 자기 의사 표현을 했으면 좋았을 것을..이렇게 쇼핑을 마쳤습니다. 기분이 좋아진 아이들 중국집에서 외식도 하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묻습니다.

"여보, 아무래도 내가 우리 뚱이한테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정말 울 아들 입을 바지가 그것뿐이었어?"

"아뇨, 몇 벌 있어요."

"캬~ 아들 오늘 일부러 그렇게 차려 입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ㅎㅎ 그래도 옷이 날개라고, 이렇게 입혀놓으니 정말 딴 사람같다"

남편이 아주 유쾌하게 웃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울 아들 기분이 좋아서 계속 장난질에 수다를 떱니다. 설거지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제게 와서는 이렇게 말하네요. 


"엄마, 역시 명품은 명품을 입을 만한 사람이 입어야 빛을 내는 것 같아요. 옷에서 빛이 나네요.ㅎㅎㅎ."

"ㅎㅎ 그래?"

"내가 누구 아들이더라?"

"ㅎㅎ 엄마 아들이지."

"빙고~. 엄마 정말 고마워요."

ㅋㅋ 오늘 옷 사준 것은 아빤데...아빤 다시 사무실에 나가서 없고 제가 인사를 받습니다. 그저 일반적인 메이커인데 울 아들 이걸 보고 명품이라며 좋아하네요. 뭐 자기가 명품이라고 느끼면 명품이지 명품이 따로 있나요? 자신이 고른 니트가 특히 맘에 쏙~ 든답니다. 울 아들 아주 신이 났습니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진작에 사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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