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본방 사수하려는 드라마가 둘 있습니다. 하나는 학교이구요, 또 하나는 바로 내 딸 서영이입니다. 처음 이 드라마 봤을 때, 우리 사는 세상 무슨 스토리가 이처럼 꼬여 있나 싶었습니다. 그저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이 갖고 있는 사연은 정말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그런 막장으로 가득 차 있더군요. 그런데 재미가 있더군요. 그래서 한 편 두 편 봤는데 이젠 중독성 같은 것이 있어서 본방 사수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토요일(35부) 방영한 것은 보고 있는 내내 그저 제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더군요. 저~ 드라마 보면서 우는 여자 아니거든요. ㅎㅎ
저는 이 드라마, 사연은 막장인데, 드라마는 막장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드라마는 다른 막장 드라마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죠. 바로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은 그런 막장 사연을 시청률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막장으로 꼬인 사람사는 사연을 하나씩 풀어가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 풀어가는 과정에 어떨 땐 속이 터질 듯 답답할 때도 있고, 나라면 저럴 땐 저렇게 할텐데 싶은 감정이입된 순간도 있구요, 아~ 이렇게 풀어가는 것이구나, 이러면 되겠다 싶은 그런 때도 있습니다 .
지난 주는 정말 예기치 않는 전개가 이루어지더군요. 살짝 스토리를 얘기 하자면, 주인공 서영이의 시아버지가 젊을 때 그 회사 비서와 불륜으로 자식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이 사장은 그 아이를 입양하여 자기 집에서 키웁니다. 그 아내도 자식들도 모두 입양한 아들 성재가 그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죠. 그러다가 그 사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모두들 진실을 접하고는 멘붕상태에 빠집니다. 특히 시어머니 지선의 그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남편이 참 지혜롭더군요. 남편도 이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는데, 그렇게 구박하던 데려온 아들이 자기 친아들이라는 사실에 친구에게 그 아픔을 하소연합니다. 그리고 그 남편은 아내의 침실에 당신의 처분만 기다린다는 쪽지와 함께 카드를 하나 남겨두고, 아내는 그 카드를 들고나가 한도만큼 쇼핑을 하죠. 그런다고 마음이 풀어지겠습니까?
그렇게 쇼핑을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집문 어귀 전봇대 옆에 아들 성재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습니다. 상처입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또 다른 상처를 남기죠. 얼마전까지만 해도 입양한 아들이지만 친 자식처럼 금쪽같이 여겼던 아들인데..그녀는 그 아들에게 한 마디 말로 비수를 꽂아버립니다. 아들은 너무 가슴이 아파 그 앞에서 도망가 버리죠. 꼬일대로 꼬여가는 인간관계 이걸 어떻게 풀지요?
그런 아들을 그저 바라보던 엄마, 집에 돌아와 쇼핑한 것을 다 풀어보는데 예상치 않은 것이 발견됩니다. 바로 아들 성재의 바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평소처럼 아들의 옷을 같이 산 것입니다. 성재 또한 엄마 차지선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족들 앞에 나타나지 못하고 있었는데....이날 밤 엄마 차지선은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성재 여기에 있다”라고 알려온 것이지요. 오갈 데 없는 처지에 학교에 몰래 숨어서 쪽잠을 자고 있는 성재를 찾아갔습니다.
“네 아버지 강기범인데 왜 강기범 집에서 안자고 여기서 자”
아들 성재는 엄마 앞에 무릎을 꿇고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네가 왜 미안해. 네가 태어나게 해달라고 떼썼어? 몰래 들여보내달라고 우겼어 ?” 그러자 성재가 말합니다. “그래도 엄마한텐 내가 배신의 씨앗이니까, 미안해요” 자신의 존재로 인해서 큰 상처를 입었을 엄마에게 자신의 친부, 친모를 대신해서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엄마와 아들은 다시 부둥켜안고 울죠. 눈물은 상처를 치유하고, 갈라진 모자를 다시 이어줍니다. 그렇게 철없는 아들 하지만 지금 이 아들은 잘 자라서 자기의 상처보다 상처받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네요.
지선 역할을 맡은 김혜옥씨 정말 연기 너무 잘하시네요. 행동 하나하나 말 한 마디가 제 마음을 파고 들어옵니다. 요즘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 세상 참 막장으로 살아왔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막장을 어떻게 바로잡고 또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며,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다. 내 딸 서영이, 그런 막장 인생으로 꼬여진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그 모습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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