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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에 든 아들과의 협상 마침내 성공하다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15. 11. 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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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의 아들과 협상에 성공하다

 

꽤 오래된 일입니다. 아이들 방학했을 때니 아마 1월 중순 쯤이었을겁니다. 그 때만 해도 우리 아버님 동의한의원에 침을 맞으며 치료했을 때인데, 그 땐 그래도 곁에서 도우면 계단을 오르내릴 정도였답니다. 제가 매주 한 번씩 차를 운전해서 아버님 병원에 모셔다 드릴 때 였는데, 한 날은 어머님이 미리 전화를 주셨습니다. 

"내일, 아버지 병원가는 날인데 올 수 있나?"

"예, 어머니."

"그런데, 원이가(큰고모 큰딸) 너희 집에 따라 간다고 하는데, 가도 되나?"

"예, 어머니."

큰 고모 딸인 원이가 우리집에 와서 며칠을 지내다 간다네요.

울 이삐보다는 1살 적은데, 언니인 이삐를 좋아하고, 잘 따라서 방학이면 꼭 오고 싶어 합니다.

올 겨울에도 역시나 언니집에 가고 싶다며 할머니와 엄마를 조른 것이지요.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미리 말을 해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얘기를 했습니다.

"이삐야, 내일 엄마 할머니집에 가는데, 원이도 우리집에 올꺼야."

"그래요?"

울 막내는 원이가 오는게,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한 모양입니다.

싫은 이유가 뭘까요? 원이는 엄마를 닮아 똑똑한데다, 영어도 아주 잘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데도 학교 전체 영어시험에서 1등을 했다고 하네요. 

울 아이들은 영어를 그리 열심히 하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원이는 영어단어도 많이 외우고 있고, 영어로 말도 잘합니다.

그래서 불쑥 언니에게

"언니, 언니는 이 영어단어 알아?"

알면 다행이지만 모르는 것이면 언니 체면에 좀 그렇잖아요? 

동생이 자기 앞에서 잘난척 하는게 그리 곱게 보일 순 없죠.

울 막내 제게 그런 얘기를 하네요.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이삐야, 원이가 아직 어려서 그래. 

그러면 언니가 듣기에 기분이 나쁘니까, 그런 얘기 하지마라고 솔직하게 얘기해라."

그런데 복병이 있었습니다.

 

 

 

듣고 있던 울 아들 느닷없이 하는 말이...

"엄마,  원이 우리 집에 오지 마라고 하세요."

"왜?"

"어쨌든, 오지 마라고 하세요. 저는 오는 것 싫어요."

울 아들 단호하네요. 헉~

"왜? 원이가 오는 것이 싫은지 얘기해 볼래?"

"휴~ 그 얘기 할려면 날 셉니다."

"아들아, 원이가 너가 보기에 아닌 말과 행동을 하거든 이삐에게 하듯이 가르쳐라.

아직 어려서 잘 몰라서 그런거니까. 그리고 너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항상 피할 순 없잖아,

살다보면 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서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되는 거야."

"좋아요. 그럼 왔다가 저녁엔 집에 가는 거죠?"

"항상 오면 며칠 자고 가잖아."

"자는 건 진짜 안돼요."

"벌써 할머니에게 된다고 했는데?"

"그래도 자는 건 절대 안되요. 제가 할머니에게 전화해서 얘기 할께요."

울 아들 진짜 강하게 나오네요.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말하니 어쩝니까? 일단 제가 후퇴를 했습니다.

"알았다. 아들. 엄마가 할머니에게 말해 볼께."

다음날 아침 그일로 고민이 되었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들말대로 그렇게 하면 고모나 원이가 정말 섭섭해할텐데..

 

 

 

 

그런데, 지난 여름방학 때도 별 말 없던 아들인데 갑자기 왜이러는 것일까?

아하~조금 생각해보니 답이 나오네요.  거의 다 나아가지만 포경수술한 지 얼마되지 않았네요. 

그래서 3가지 전략카드를 생각해 냈습니다.

그리고 협상이 잘되기를 기도하곤 아들을 불렀습니다.

"아들아, 엄마가 협상 할 것이 있다. 이리와 봐라."

울 아들 자고나서 그런지 기분이 한결 좋아 보입니다.

"예."

"아들, 원이가 오면 너희들과 자지 않고, 엄마 아빠 방에서 자게 하는 것은 어때?"

아들 저를 계속 바라만 보네요.

"그리고, 원이가 오면 아마도 간식과 반찬이 좀 많이 좋아지지 않겠어?"

아들 마음이 조금 흔들리는 기미가 보이긴 하지만 이 정도론 아직 어려운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세번째 카드를 꺼냈습니다.

"고모가 너희들에게도 참 잘하는데, 엄마가 아들의 말을 전하기가 미안한데 어떻하지?"

사실 명절 때나 생일 때 큰 고모로부터 받는 혜택이 만만찮거든요.

울 아들 조금 고민하더니 얘기를 합니다.

"좋아요. 그대신 정말 엄마 아빠 방에서 자는 거예요."

"그래."

이렇게 아들과의 협상이 끝이 났습니다. 

사실 울 아들이 이렇게 강하게 반대하는 것도 일리가 있습니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는 우리 식구가 살기에는 좀 좁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 넷이 모두 한 방에서 같이 잠을 자거든요.

어릴 때는 별 말이 없었는데, 6학년 사춘기가 되다보니 여자들이랑 자는 것이 힘든 모양입니다. 

자기 방을 따로 달라고 하는데, 내 줄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 중이었거든요.

이런 상황에 넷도 좁은데, 하나가 더 들어오면 어떻겠습니까? 그것도 여자가요~

쩝 이렇게 써놓고 보니 우리집이 마치 흥부네 같습니다.

 

 



 

 

by우리밀맘마

-이 글은 2015.11.13.에 수정 update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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