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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6시30분 경 남편의 전화가 울립니다. 이른 시간이라 누가 전화했을까? 남편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가 뜨고 곧 남편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뭐라고 이야기를 하더니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끊네요. 아침부터 뭔 좋은 일이 생겼나 싶은 마음에 물었습니다. 궁금증은 못참거든요. ㅎㅎ
그러자 울 남편 아주 기분 좋다는 듯이 이렇게 말합니다.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우리 차 있잖아? 어떤 사람이 지나 가다 긁었다네.."
헐~ 이게 무슨 좋은 일이라도 이 때문에 싱글벙글, 전 울 남편이 어제 저녁을 잘못 먹었나 했습니다. 그리고 한달 전쯤에 우리차 도색을 새로 했거든요. 무려 12년이란 세월을 우리와 동고동락했는데, 넘 험하게 쓰다 보니 차도 불쌍하고 이 차를 타는 우리도 불쌍하게 느껴져서 외관이 심하게 상한 부분은 도장을 새로 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대충 칠을 해서 흉하게 보이지 않도록 했습니다. 비용이 꽤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만에 앞 범퍼 부분이 긁혔다는데 뭐가 이리 기분이 좋을까요?
"방금 전화 온 사람이 우리 차를 긁은 분인데, 자기가 잘못해서 그랬다고 연락이 온거야. 그리고 자기 보험회사에 사고 접수 해놓았으니까 수리하시라며 미안하다고 그렇게 사과하시네. 참 반듯한 분이시네. 이런 전화 받으니 기분이 좋을밖에..어디 우리 차 얼마나 다쳤나 보러갈까?"
남편 따라 저도 종종걸음으로 가보니 앞 밤바가 좀 긁혔습니다. 밤바가 파손된 것은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울 남편 긁힌 부분 마모제를 가져와서 닦아봅니다. 그런데 좀 심하게 긁혔는지 잘 지워지지가 않네요. 아무래도 공장에 맡겨야겠답니다. 한 달 전에 이런 일 당했으면 그냥 괜찮다고 했을겁니다. 당시 우리차 상태가 엄청 험했거든요. 이런 긁힘이 별 표가 나지 않을 정도로요. 지금은 그래도 깨끗하게 칠을 한 상태라 표가 너무 많이 나니 아무래도 다시 칠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어디에 맡길건데?"
"어디긴 지난 번 수리한 곳이지. 이건 그냥 부분 도색하면 될 것 같네. 오늘 일하다 시간 나면 들려서 수리하지 뭐."
지난 달 울 남편 학교 앞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 바로 앞에 있는 차 옆 범퍼를 비슷하게 긁었습니다. 그런데 차가 좀 새차이다 보니 범퍼 전체를 도색해주었거든요. 다행히 차주인이 지근거리에 있어 그 자리에서 합의를 볼려고 하다 보험회사에 맡겼습니다. 사고 당한 분 마음이 상할 법도 한데 뭐 그럴 수 있는 일이라며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고, 수리 보상도 깔끔하게 잘 했습니다. 그 덕에 우리 차도 함께 수리를 했던 것이죠.
조금만 서로에게 배려하면 이런 일도 기분 좋게 해결할 수 있는데, 한 번씩 그러지 못한 경우를 당하다 보니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더 큰 걱정을 낳기도 합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야죠. 이왕 사는 거 기분 좋게 사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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