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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린이집에 저를 긴장케 하는 천적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이제껏 제가 꼬셔서 넘어오지 않는 아이를 본 적이 없는데, 이 녀석은 어떻게 된 판인지 제가 아는체를 하면 잘 놀다가도 울고 불고 난리를 칩니다. 울고 있을 때 제가 어르고 달래면 완전 자지러질 듯 그렇게 울어버립니다.
나이는 8개월, 이름은 민이입니다. 아우 이 녀석 덕분에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아침에 출근하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절 힘들게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울 민이가 어린이집에 들어온 날부터 차근히 되짚어 보았습니다. 몇 가지 원인이 발견되더군요.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첫 대면입니다. 우리 민이가 원에 들어올 때 저는 다른 아기들 재우고 있던 터라 민이를 직접 챙기지 못했습니다. 다른 선생님이 민이를 만났고, 반나절을 별님반 선생님과 함께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인지 제가 맡고 난 뒤에도 제가 부르면 울지만 옆 반 별님반 선생님이 오면 얼굴이 편안해지고 안길려고 하고 그럽니다.
그래서 우리 민이에게 더욱 친숙해지기 위해 민이 근처에서 계속 얼쩡거렸습니다. 그렇게 한 사흘을 노력했더니 이녀석 저의 정성을 알았는지 제 얼굴을 보면 살짝 웃어주기도 합니다.
우는 아기 이 울음을 어떻게 그치게 할까요?@그림은 다음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
아! 이제 됐구나..그런데 된 것이 아닙니다. 이상하게 제가 웃는 얼굴로 눈길이 마주칠 땐 같이 웃어주면서도 제가 민이를 웃게 하려고 까꿍을 하던지, 아님 아주 반가운 목소리로 민이 이름을 부르면 여지없이 울고불고 난리가 나는 것입니다. 제 목소리 나쁘지 않거든요. 다른 아이들은 제가 "우르르까꿍" 해주면 저랑 같이 "까르르"하면서 쓰러지는데, 왜 민이만 그러냐구요.
솔직히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관찰을 했습니다. 일단 내 음성에 문제가 있나 부터 혹 내가 민이를 부를 때 표정에 민이를 울리는 것이 있나? 생각할 수 있는 리스트를 만들어서 하나하나 체크해나갔습니다. 그랬더니 답이 나오더군요.
우리 민이 엄마 목소리가 저보다 훨씬 저음입니다. 가수 적우 정도의 저음입니다. 말을 하면 저는 "솔"이나 "라" 정도에서 첫 소리가 나오는데, 민이 엄나는 "레" 정도의 저음이거든요. 아하~ 내 목소리가 애기 엄마보다 하이톤이라서 아기가 놀라는구나. 그래서 일단 연습을 했습니다. 발성연습
"아아아 도레미파솔라시도..
레레레레레레.. 민이야 안녕, 우리 민이 까꿍..사랑해 민이야"
ㅎㅎㅎ 저도 첫 음을 "레"로 잡고 말하는 연습을 했더니 쉽지는 않네요. 그렇게 좀 연습을 한 후 민이를 불렀습니다. "레" 음으로요.
"민이야~~ 선생님 봐봐..까꿍.."
울 민이 그런 저를 말똥말똥 바라보더니 방긋 웃어줍니다.
우하하하하하하하 ~~~~ 속으로 이렇게 웃었습니다. ㅋㅋ 성공입니다.
민이가 울지도 않고, 재롱 떠는 선생님이 이뻤는지 살짝 웃어줍니다.
자장가도 그렇게 저음 톤으로 불러주니 너무너무 잘 자는거 있죠?
그렇게 민이랑 음을 맞추니 마음이 통해지고, 한 두어 주 지난 후에는 제가 제 본래의 목소리를 내어도 놀라질 않네요.
그런데 이 저음..다른 아이들에게도 통하더군요. 아이들이 편안해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잘 때 첼로 음악을 틀어주면 좋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이제 제 백 속에 짐이 하나 더 들었습니다. 바로 첼로로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 시디입니다. 저도 이 음악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 지는게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우는 아기 울음도 그치게 하는 저음의 마력.. 목소리를 살짝 낮춰보세요. 기적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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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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