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큰 딸 친구 엄마들 모임에서(저빼고 다 남자 아이들 엄마임) 고래잡은 이야기를 하더군요. 아이들이 아파서 걸음도 제대로 못걷고, 밤엔 잠도 제대로 못잤느니, 불쌍해 죽을뻔 했다느니 ..경험이 없는 저는 도통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런데 울 아들이 이제 이걸 하겠다고 하니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걱정은 되고, 그래서 아이들 친구 엄마들과 겨울방학에 하면 좋겠다고 서로 약속해놓고, 방학이 되길 기다렸지요. 그리고 방학식을 한 날 전화가 왔습니다.
"뚱이엄마, 우리 인이가 뚱이랑 고래잡자고 약속을 했다는데, 빨리 예약을 해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래요. 어디에서 할까요?"
"000비뇨기과가 잘한다는데, 그냥하면 12만원이고, 자르지 않고 겹쳐서 꿔매면 15만원이라네요. 나는 그냥 꿔매줄려고..그래야 나중에 좋다고 하니ㅎㅎㅎ 지금 예약하면 담주 월요일에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할래요?"
아들에게 물어봤습니다 .
"인이 엄마가 담주 월요일에 너희들 고래잡자고 하는데 어쩔거야?"
아들이 한다고 대답해서 예약을 하기로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 겁니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남편은 자신이 반포경이고, 유전이 되니 괜히 사서 고생할거 뭐하러 하냐고 그럽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것도 그런 것 같고 그래서 다시 아들에게 아빠의 이야기를 들려주니 아들이 도리어 제게 묻네요.
"엄마 생각은 어떤데요?"
"글쎄, 엄마도 잘모르겠어. 아빠 말처럼 안하는 것도 좋을거 같기도 하고, 해야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약속을 이미 해서....."
"그럼, 그냥 할래요."
울 아들이 저보다 샤프하네요. 전 그렇게 말을 하고도 걱정이 되어 울 큰 딸 친구 엄마들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엄마는 아이가 껍질이 많지 않아서 위로 올려주면 자연포경이 된다고 하지 않았다고 하고, 어떤 엄마는 껍질이 많고 길어서 포경을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울 아들에게 다시 얘기를 했습니다.
"아들, 껍질이 많이 덮어지지 않았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엄마가 한번만 보면 안될까?"
"싫어요."
아무리 꼬셔도 울 아들 절대 보여 줄 수 없다고 하네요. ㅠㅠ 우여곡절 끝에 결정을 내리고는 드뎌 그 날이 왔습니다. 누나들도 동생이 고래를 잡는다고 하니 너무 재밌어하고 신기해 합니다. 울 아들 긴장이 되어서 인지 오늘따라 더 장난을 치네요.
여러가지 모양의 고추들
드디어 11시가 되어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한 사람씩 차례로 수술실로 들어가는데 용감한 우리 아들 자기가 먼저 하겠다고 자원을 합니다. 저는 아들을 위해 잠시 기도해주고 그렇게 수술실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수술이 끝나고 아들은 생각보다 아프지 않은지 수술실 밖에서 친구들 마칠 때까지 기다리겠답니다. 그런데 웬 아주머니가 물어봅니다.
"수술했어요?"
"예."
"그거, 마취 끝나면 진짜 아파요. 울 아들은 2시간을 울었어요."
이 아줌마가 왜이라노? 안그래도 긴장하고 아플까봐 걱정이 태산인 아이 앞에서, 저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들 걱정마라, 사람마다 다르니까, 그리 아프지 않을 수도 있어. 그리고 재밌는 TV보고 있으면, 엔돌핀이라는 마취제가 몸에서 나와 덜 아플꺼야."
이렇게 겨우 아이를 달래고 있는데, 이 아줌마 가던 길 그냥 가지 괜시리 우리 아들 앞에서 계속 이야기를 합니다. 내참~
"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거의 다 많이 아프데요. 진짜 아픈데..."
이 아줌마가 ~ 정말 얄밉데요. 울아들 이 이야기를 들으니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바로 집에 가자고 하네요. 그래서 1층에 약국으로 갔더니 약국에 오늘따라 사람들이 왜이리 많습니까? 울 아들 마취가 끝나가는지, 아프다며 밥 안먹어도 진통제 먹을 수 없냐고 그러네요. 보니 겁을 많이 먹었습니다. 약국에서 나온 아들, 아프다며 엉기적거리는데 걸음걸이도 이상해지고, 통증이 막 밀려오는 모양입니다. 급히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해서 내렸는데 이젠 아예 걷지를 못하네요. 거의 중병환자처럼 저에게 기대며, 엉금엉금 걸어 겨우 집에 도착했습니다.
"밥주까? 아니면 떡이라도 먹고 약먹을까?"
"아무 것도 먹기 싫어요. 약 주세요."
"약이 독한데, 그래도 뭘 먹고 먹어야지."
"아무것도 안 먹을래요. 약주세요."
짜증이 썪였습니다.
"알았다. 약부터 먹고, 배고프면 밥 달라고 해라."
"예."
우리 아들 아파서 정말 죽을 것 같은 얼굴인데, 한편으로 걱정되면서도, 저는 자꾸 웃음이 나옵니다. 그런 제 모습 보고 울아들 좀 약이 올랐나 봅니다. 건들지도 못하게 짜증도 내고, 눈물도 보이고... 그래서 곁에서 그저 눈치만 봤죠. 그런데 그 아줌마 말처럼은 아프지 않은 모양입니다. 점점 얼굴색도 돌아오고, 이젠 괜찮다고 말도 하구요.
조금씩 정상을 되찾는 아들을 보며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한편으론 그 아줌마 생각이 나면서 화가 날려고 하네요. 뭐 그리 남의 일에 참견인지. 그리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어야지, 괜시리 더 겁을 집어먹게 하니 말입니다. 사실 저도 종종 그러기도 하니 남탓만 하긴 그렇긴 합니다. 담엔 저도 그런 경우 조심해야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밤이 조금 걱정입니다. 점심 대신 맛있는 만두로 점심을 때운 아들, 저녁엔 밥도 먹고 잠도 잘 자면 좋겠는데요. 그리고 힘든 과정을 다마치고, 어엿한 남자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여러분들 응원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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