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가 사는 이웃 동네에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동네에 갑자기 곡 소리가 크게 났습니다. 제가 이곳으로 이사온 이후 이웃 사람의 죽음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이웃 마을에 사는 분들은 대부분 연세가 많은 노인들이라서 언젠가 이런 일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이번에 돌아가신 분은 좀 의외였습니다. 연세가 많으셨지만 기력이 생생하고, 젊은 사람 못지않는 건강을 유지하던 할아버지였거든요. 언제나 오토바이를 타고 생생 마을길을 지나가시면서 아주 호탕하게 말씀하시는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사람들과 친화력이좋으셔서 마을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분이었답니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평소와 다름없이 그렇게 건강하게 다니신 것을 제가 본 터라 그분의 죽음은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알아보니 교통사고였는데, 그저 단순한 사고라 아니라 너무 가슴 아픈 사연이었습니다.
사고가 난 날, 할아버지께서는 좀 약주를 과하게 하시곤 오토바이를 끌고 큰 길로 나오셨다고 합니다. 성격이 참 호방하신 분이었는데, 술도 좋아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술에 취한 할아버지 술기운에 그만 길에서 객기를 부리기 시작하셨습니다. 오토바이를 길 한가운데 세워두고는 그 앞에 서서 두 팔을 벌리고 길을 가로 막고는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기 시작하십니다.
"내가 여기에 이렇게 서 있는데 언 놈이 이 길을 지나가? 절대 못가 ~~"
다행히 차들이 잘 다니지 않을 시간이라 길에서는 할아버지 고함소리만 쩌렁쩌렁 울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길 한 가운데서 팔을 벌리며 고함치시던 할아버지, 아무도 대꾸해주는 사람도 없고, 지나가는 차도 없어서 멋적으셨는지, 오토바이를 몰고 집으로 오셨다네요. 음주 운전하신 것이죠. 말릴 새도 없이 그렇게 오토바이를 몰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할아버지는 집으로 달리셨는데, 계속 중앙선을 침범하며 비틀비틀 아주 위태위태하게 운전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순간 맞은 편에서 달려오던 택시 앞으로 중앙선을 침범하며 그 택시와 정면으로 충돌했고,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셨습니다.
오토바이와 정면 충돌한 택시 기사는 너무 당황하고 무서웠던 나머지 차를 세워 사고 현장을 수습해야 하는 걸 잊고, 그만 뺑소니를 쳤다고 하네요. 그 안에 타고 있던 승객이 이를 목격하곤 경찰에 신고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고 경위를 조사해 보니, 그 할아버지 음주 운전에 중앙선 침범 그리고 무면허였다고 합니다. 택시 기사가 정신을 차리고, 사고를 제대로 수습하기만 했다면 모든 책임은 할아버지에게 있는 것인데, 그냥 뺑소리를 쳤기 때문에 문제가 어려워지게 된 것이죠. 사고를 낸 택시기사 집에 돌아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이 너무 끔찍한 짓을 저질렀고, 또 무서워서 사고를 수습하지 못한 채 뺑소니를 친 죄책감에 괴로워 하다가 목을 매 자살하고 말았답니다. 이제 나이 겨우 40인데, 그렇게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 것이죠. 가족 친지 없이 고아로 자라나 갖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열심히 잘살아보려고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그런 고생 보상받을 기회도 없이 그렇게 허망하게 생애를 마쳐버린 것입니다.
오늘 동네 소식에 정통한 지인에게 사건 전모를 전해 들었는데, 그저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솔직히 어떻게 글 마무리를 지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마무리는 여러분이 지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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