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아줌마 파워 저리가 천하무적 할머니의 무대포 신공

궁시렁 낙서장

by 우리밀맘마 2011. 11. 16. 07:16

본문



 
 

예전 울 큰 애들 중학교 다닐 때입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걸어가기도 버스를 타기도 애매한 거리라 제가 운전해서 아이들을 학교에 바래다 주었죠. 그 해 겨울이었습니다. 학교 교문을 살짝 지난 지점에 차를 세우면 아이들은 차문을 열고 하나 둘 제게 인사하며 내리는데, 저 앞에서 할머니 한 분이 리어카에 짐을 잔뜩 실고 천천히 제게로 다가오는 것이 아닙니까?

아이구야, 제가 차를 빨리 옆으로 비켜야 할머니 계속해서 길을 가실 터인데.. 흘끗 뒤를 돌아보니 맨 구석에 앉은 아이가 차에서 내리네요. 문이 닫히는 소리에 좌우를 살핀 후 이제 차를 움직이려고 하니 옆 차도의 차들이 일렬로 끊임없이 줄지어 오는 것이 아닙니까?

마음이 조급해지더군요. 빨리 차를 빼야 저기서 내려오시던 할머니 지나가실 수 있도록 해드릴텐데... 그렇게 초조한 마음으로 백미러를 보고 있는데 저만치서 오시던 할머니, 벌써 제 차 코 앞까지 오셔서는 빨리 비키라며 연신 손을 내저으십니다. 저는 급한 마음에 빨리 비켜드려야겠는데, 아무리 깜빡이를 넣어도 옆 차들을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네요. 그런 저의 마음 아는 지 모르는 지 그저 할머니는 험악한 인상을 지으시며 빨리 비키라고 손을 내저으십니다. 

'할머니, 무겁고 힘드신 줄은 알지만 어떻게 합니까? 저도 빨리 가드리고 싶지만 차가 오네요. 좀만 기다려주세요.'

이렇게 애타는 마음으로 빨리 비켜드리려고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옆 차선으로 들어가려고 해도 오늘 따라 왜 이리 양보를 하지 않으시는 건지. 정말 제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더군요.그런데, 갑자기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하셨는지, 우리 할머니 갑자기 옆 차선으로 리어카를 모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아주 큰 소리를 지르시며 손을 휘휘저으십니다.

"비켜라, 비켜라....."


할머니의 갑작스런 행동에 옆 차선에 지나가던 차들이 움찔하더니 모두 그 자리에 멈춰섭니다. 우리 할머니 그렇게 제 차와 옆 차선의 차 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리어카를 몰더니, 제 차 뒤로 유유히 지나가시는 겁니다. 순간 제 이마에 식은 땀이 다 흐르더군요. 저러다 다치시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리어카끄는할머니

강풀님의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한 장면입니다.

 

사람들은 아줌마 파워가 세계 최강이라고 그럽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경험해보니 이미 그런 아줌마 파워를 달관의 경지로 승화시킨 것이 바로 할머니 신공이 아닌가 합니다. 할머니 신공은 저희 시할머니도 그 어떤 할머니 못잖은 파워를 갖고 계셨기에 가끔 할머니들의 무대포 신공을 접하게 되면 저희 돌아가신 시할머니가 떠올라 괜시리 웃음이 나옵니다.

하루는 슈퍼에서 두유를 사려고 하는데 검은콩으로 만든 것이 보여서 저는 신기한 마음이 들어 이걸 사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이미 다른 두유를 사려고 계산중이던 할머니, 저의 두유를 보더니 이게 더 맛있어 보였는지, 자신도 그것을 하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제가 집은 것이 그 집에 있는 마지막 검은콩 두유였습니다. ㅎㅎ 제가 얼른 바꿔 드렸지요.

저는 할머니께서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셔서 할머니의 사랑을 모른 채 살았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통해 만난 울 시할머니를 통해 할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특히 제 남편이 맏손주라고 얼마나 이뻐하시는지, 저도 그 덕에 할머니의 사랑과 비호를 받으며 시집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할머니 정말 억지를 부르실 땐 대단하셨습니다. 심통 또한 말도 못할 정도구요. 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저도 한번씩은 힘든 때도 있었지요. 하지만 울 시할머니는 제게 든든한 후원자셨음에 틀임이 없습니다. 동네에서 친구분들과 이야기하고 계실 때 과자나 음료수 때로는 탁배기라도 정성들여 대접을 하면 그렇게 좋아하고, 제가 민망할 정도로 동네사람들에게 자랑하시는 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하네요. 이제는 더이상 볼 수 없어 마음 한 켠 그리움이 솟아납니다. 보고 싶구요.


리어카 끄시던 할머니 ~ 담엔 아무리 바쁘시고 힘드시더라도 차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