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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 데이 행복했던 순간 하나 열받았던 사건 하나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11. 11. 1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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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빼빼로 데이였네요. 하여간 과자 하나 더 팔아먹으려고 별 상술을 다 씁니다. 뭔 데이가 그리 많은지 ㅎㅎ 솔로도 아니면서 왜 이런 푸념을 하느냐구요? 집안 식구가 많다보니 이런 데이 하는 거 다 챙길려니 넘 힘들어서요. 그냥 넘어가도 되겠지만 또 울 아이들 그래도 된다고 하면서도 안해주면 뭐랄까? 살짝 겨울에 전운이 감도는 느낌!! ㅎㅎ

울 막내 일주일 전부터 빼빼로 데이를 저와 남편에게 숙지시킵니다. 특히 아빠에게 좀 집요하게 그러네요.

"아빠 이번 주 금요일 무슨 날?"

울 남편 귀여운 막내의 기습에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무슨 하명을 하실지 기다립니다.

"빼빼로 데이잖아. 맛있는 걸로 사줘야해? 안 그럼 나도 아빠한테 안줄꺼야"

ㅎㅎ 막내의 말에 울 남편 굽신굽신하며, 네 네 알아모시겠습니다 공주님 그럽니다. 그리곤 드뎌 어제 빼빼로 데이, 아침 울 막내 일어나자마자 아빠를 찾네요. 아빠를 찾는 막내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울 남편 "어쿠야~" 그러더니 쏜살같이 옷을 갈아입고는 동네 가게로 뛰어갑니다. 헉헉거리며 손에 쥔 맛있는 과자 하나.. 그런데 빼빼로가 아닙니다.

"이건 빼빼로가 아니잖아"

손에 보니 막내꺼 하나만 달랑 사왔네요. 제건 없습니다. 아들 것도 없고, 두 언니들 것도 없고 오직 막내를 위한 과자. 그것도 굉장히 비싼 고급과자 한 봉지.. 살짝 열 받더군요. 그래서 시비를 걸었죠. 하지만 울 남편 그런 저의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덤덤하게 말합니다.

"꼭 빼빼로를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시게. 나는 이렇게 동그란 쿠키에 초콜릿 발린 맛있는 과자에 울 막내를 향한 내 사랑을 담았다네. 이삐야~~ 이거 너만 먹어라. 아빠의 사랑..알겠지?"

제가 뿌루퉁하게 물었죠.

"내꺼는?"

울 남편 콧웃음 치며 말하네요.

"니는 내꺼 준비했나? 그건 무슨 심보고?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도 있는 법이지"

칫, 풋 , 흥이다. 바보 똥개야 ~~ ㅋㅋ 이건 속으로 한 말입니다. 그런데 울 막내 이건 엄마꺼, 이건 아빠꺼..하면서 준비한 빼빼로를 주네요. 빼빼로 통 앞에 예쁜 쪽지로 간단한 쪽지까지 곁들어 있습니다. 우와 감동~~ 남편에게 삐진 마음 눈녹듯 사라지고, 전 울 이삐 볼에 맛있는 뽀뽀를 해주었습니다. 울 남편도 고맙다며 아주 찐한 뽀뽀를 해주네요. ㅎㅎ






저도 출근길에 울 선생님들이랑 지인들에게 빼빼로 하나씩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근처에 있는 *리*** 제과점에 들렀습니다. 아주 굵지하면서도 예쁘게 포장된 수제 빼빼로들이 많이 있더군요. 어휴 가격도 장난아닙니다. 하나에 천오백원..저 그걸 10개를 사서 선생님에게 하나씩 나누어주고, 퇴근한 후 울 아이들에게 하나씩 주었습니다. 그리고 울 엄니에게도 사랑해요 하며 드렸죠. 울 아이들 하나씩 받아들고는 아주 행복한 웃음을 짓습니다. 그리고 성질급한 아들, 먼저 포장을 벗기곤 한 입 베어무는데.. 갑자기 에퇴퇴 하면서 인상을 씁니다.

"엄마..이거 못먹겠어요. 왜 이리 맛이 없어요?"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자기건 뒤로 챙기더니 뚱이걸 한 입씩 베어 먹습니다. 그리고는 모두가 한결같은 반응...무슨 맛이 이래? 그럽니다. 엄마도 한 입 베어먹더니 역시 동일한 반응입니다. 저도 한 입 먹었더니 이걸 무슨 맛이라고 해야 하나요? 저녁 먹으러 들어온 남편에게도 먹여보았더니 울 남편

"그거 안먹는다. 얼마나 맛없는데.. 가격은 디게 비싸고..그걸 왜 샀냐?"

울 남편은 이미 예전에 이걸 맛본 모양입니다. 그나저나 걱정이 되더군요. 울 선생님들께도 다 돌렸는데 이거 먹어보곤 다 날 원망하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비싼 돈 들여 선물했는데 뭔 이런 걸 주냐며 원망 듣는다면 넘 억울할 것 같구요. 속이 상하나네요. 더 상하는 것은 울 아이들 이거 엄마가 드세요 하며 준 빼빼로 다 돌려줍니다. 살짝 뒷머리에 손이 가더군요. 그리고 먹지도 않을 과자 이거 어떻게 처분하지?

하나에 천오백원 4개면 6천원이나 되는 걸 그냥 버리자니 넘 아깝고 해서 제과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떻게 다른 걸로 바꾸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오늘까지 갖고 오면 바꾸어준답니다. 그래서 제과점에 그걸 들고 갔죠. 빼빼로 주고 다른 빵으로 바꾸었습니다. 좀 미안해서 다른 빵도 조금 더 사구요. 그런데 계산을 하려고 하니 빵집 사장님 갑자기 일장 연설을 합니다. 우리집 제빵사는 경력이 10년이고, 또 자기는 빵 만드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고, 우리집 빵을 먹어본 사람 중에 맛없다는 사람 없었고... 무려 10분이나 그러시는데 휴~ 듣고 있자니 정말 힘들더군요. 속으로 이 사람 장사하기 참 힘들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객이 맛이 없다고 해서 가져왔으면 어떻게 맛이 없는지 잘 물어서 좀 더 고객 입맛에 맞추도록 해야지 도리어 고객에게 왜 그게 맛이 없냐고 따지며, 고객의 입맛이 문제가 있다며 고객을 가르치려고 한다면 무슨 발전이 있겠나 싶었습니다. 빵집을 나서면서 입맛이 씁쓸해지더군요. 내가 지금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빼빼로 데이, 아침에는 황홀했는데, 저녁에는 완전 꽝입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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