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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신문에 TV 프로그램에서 후쿠시마산 야채를 시식하던 일본의 한 캐스터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백혈병에 걸린 캐스터는 후지TV의 아침 정보 프로그램 ‘메자마시 TV’의 오츠카 노리카즈 캐스터(63)씨인데, 방송국은 오츠카 캐스터가 2일부터 프로그램을 쉬고 도내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밝히며, 앞으로는 항암제를 사용한 화학 요법을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에서는 당분간 이토 토시 히로 캐스터(39)가 대행을 맡는다고 발표했습니다.
한 일본 방송의 캐스터가 병원에 입원한 것이 우리에게 무슨 뉴스가 되느냐 싶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오츠카 캐스터는 지난 4월부터 원전 피해 풍문을 불식하기 위해 메자마시 TV에서 후쿠시마산 아스파라거스, 버섯, 토마토, 완두콩 등으로 요리한 음식을 직접 먹으며 후쿠시마를 응원해왔기 때문입니다. 그의 갑작스런 질병이 원전의 방사능에 오염된 식물을 계속 먹어와서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병력에 의한 질병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문의 내용은 방사능 오염에 따른 후유증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신문의 내용을 접하면서 전 개인적으로 살짝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먼저 오츠카라는 사람의 개인적인 면만을 본다면 그는 원전고장으로 인해 고통받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해 그 큰 위험도 무릅쓰고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준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또 다른 면을 본다면 그의 행위는 인과응보라고 볼 수 있으며, 앞으로 이것이 본보기가 되어서 이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경고의 의미로 받아 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전의 고장으로 인한 방사능의 유출, 그리고 거기에 오염되어 있는 지역, 그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의 위험성은 그 어떤 말로도 희석시킬 수 없는 사실이며, 현실입니다. 그의 행동은 이런 엄연한 사실을 부인하고자 하는 행동이며, 이것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몸부림이며, 다른 사람들을 그 위험으로 끌어들이는 또 하나의 범죄가 아닐까요?
우리는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벌이는 정치인들과 또 그 진실을 은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이 비슷한 쇼를 많이 경험합니다. 수돗물이 문제가 있어서 사람들이 불안해 할 때 정작 그 수돗물을 안심할 수 있도록 정화시켜서 정말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를 보여주기 전에 정치인들이 나와서 물 한 잔 마시는 쇼, 광우병 위험이 있는 부위, 그리고 미국인도 먹지 않는 최하등급의 수입소 먹어도 괜찮다며 국민에게 권하는 쇼, 예전 영국에서는 광우병이 한창일 때 그 소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방송에서 총리가 먹어주는 쇼 등 이런 쇼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때로는 이것이 용기 있는 행동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진정한 용기가 되려면 진실이 정말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그런 행동이 진실이기에 한 번 그렇게 쇼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변함없는 행동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오츠카라는 캐스터는 이런 쇼를 벌이는 정치인들보다는 훨씬 낫다고 할 수 있겠죠.
이런 경우 도리어 진실을 받아들여서 위험이 있는 것은 위험이 있다고 분명히 인정하고,그 위험을 제대로 대처하도록 하는 것이 더 필요한 행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 살고자 남을 위험에 빠뜨리고, 결국은 모두가 위험해지도록 하는 행위는 지탄받아야 할 범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츠카씨의 괘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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