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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엄마 모시니 사위가 더 좋아라 하는 이유

치매 엄마

by 우리밀맘마 2016. 2. 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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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린 장모를 모시는 사위의 심정

 


시간이 정말 빨리 갑니다. 치매가 심해지는 엄마 우리집으로 모신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달이 넘었네요. 그 한달 간 우리집에는 작고 큰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일단 강아지 두 마리가 우리와 함께 살게 되니 그렇잖아도 좀 시끄러운 우리집 더 시끄러워졌습니다. ㅎㅎ

우리 부부 일단 안방을 엄마에게 내어드렸기 때문에 지금은 아들 방 딸 방으로 더부살이 하고 있습니다. 이 녀석들 한 번씩 눈치 엄청 줍니다. 더 눈치 주면 거실로 내쫓을 작정입니다. 그러면 울 자기랑 둘만의 오붓한 공간이 생기는 거죠. 그렇다고 쫓겨날 아이들이 아니지만요. ㅎㅎ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집에 무슨 변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냥 이전처럼 그렇게 그렇게 무탈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엄마 건강이 좋아져서 이제는 혼자 식사 준비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아파트 생활이 처음이라 거실 불도 어떻게 켜야하는지 그리고 TV도 켜지 못하셨는데 이젠 아주 자연스럽게 하시고, 화장실도 잘 이용하십니다. 첨엔 방안에 있는 화장실이 있다는 걸 잊어버리고 늦은 밤에 거실에 있는 화장실을 찾아 자꾸 나오시더군요. 그래서 몇 번이나 화장실을 친히 열어드리고, 불도 켜고, 나중에는 아예 화장실 문을 열어두었습니다. 한 두어 주 지나니 자연스럽게 적응하시네요.

 

 

 



요즘은 가스불 켜기와 전기밥통 조작하기에 도전하십니다. 제가 한 번씩 정신줄을 놓을 때가 있거든요. 밥통에 쌀을 앉혀놓았는데, 그만 취사 버튼을 누르지 않고 출근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점심 때가 되어 울 엄니 밥통을 열었는데 아직 생쌀 그대로인 거죠. 그래서 밥통 조작하는 법을 배우시더니 요즘은 곧잘 하십니다. 뭐 이거야 이전에 혼자 사실 때도 잘 하셨지만 갈수록 이런 기계 조작하는게 힘드신가 봐요.

그런데 제일 안되는 것인 가스불 켜기입니다. 저는 혹시나 싶어 출근할 때 가스관 잠궈두고, 전자렌즈 전원을 뽑고 갑니다. 가스불을 켤려면 전원을 꼽고, 가스관을 열어야 하는데, 울 엄니 이 둘을 다하는 것이 힘든가 봅니다. 그래서 한번씩 울 남편 장모님의 호출을 받고 가서는 가스불을 켜죠. 그럼 울 엄니 그제서야 아 그거를 왜 자꾸 잊을까 하며 웃으신답니다.

엄마가 우리집에 처음 왔을 때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혹시나 혼자 계시다가 갑자기 돌발적인 행동을 하면 어쩌나, 갑자기 집을 나가버리든가 아님 가스불을 켠 채 잊어버다가 불이라도 나면.. 뭐 이런 별별 걱정이 다 들더군요.

 

그래서 우리가 출근할 때 도우미를 부를까 했습니다. 정부지원을 받는 시스템을 이용해보려고 해봤지만 지금 이 상태는 툇자마 맞을 거 같아서 포기했구요. 하지만 도우미를 부르는 것 역시 쉽지 않더군요. 차라리 그 돈이면 제가 직장을 안나가고 엄마 돌보는 것이 더 이익이더라구요. 그래서 직장을 쉴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일단 제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서 절대 안된다네요. 그만큼 보육교사 구하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일단 올 연말까지만이라도 있어줘야 한다고 하고, 또 이것을 당장 그만두면 경제적인 문제가 부딪힙니다. 잘못하면 손가락 빨며 밥먹을 일도 생길 수 있겠더군요. ㅠㅠ

일단 남편 사무실이 근처기 때문에 남편이 수시로 집을 들락거리기로 했습니다. 울 남편 출근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집으로 전화합니다. 장모님 괜찮으시냐고 안부 묻고, 한 시간 뒤에 밥 먹으러 가겠다고 연락합니다. 그리고 한 번씩 절보고 야단칩니다. 아무리 일이 바빠도 집에 전화 한 통화 좀 넣어줘라. 넌 걱정도 안돼냐는 것이죠. ㅎㅎ 제가 젤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부모님께 전화하기입니다. 그건 참 안되더군요. 친정이나 시가나 ㅎㅎ 고쳐야하는 줄 알면서도 쉽진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울 남편 감격에 찬 목소리로 제게 전화합니다. 전 그 때 울 아기들이랑 한창 부대끼고 있을 때라 신경이 많이 날카로워져 있었는데, 대뜸 울 남편이 이러는 겁니다.

"여보, 나 오늘 감동 먹었다. 장모님 해주시는 밥 먹었다"

그러는 겁니다. 오~ 울 엄마, 드뎌 밥하는 것과 가스불켜기를 성공한 것입니다. 거기다 TV켜기도 자연스럽게 한다는 겁니다. 우리집 TV 인터넷 방송이라 이거 조작하는 거 쉽지 않더군요. 저도 잘 못합니다. 전원을 눌렀는데도 한참 화면이 나오질 않으니 고장난 줄 알았는데, 그게 이제 부팅하는 중이라네요. 그런데 울 엄마 이 어려운 인터넷TV도 리모콘으로 잘 조작하신답니다. 그만큼 건강이 좋아지신 것이죠.

친정 엄마 울 집에 오신 후 사위가 요즘 더 좋아합니다. 점심 때가 되면 장모님 따뜻한 밥과 상을 다 차려놓고 기다려주거든요. 보통 점심을 라면이나 식당에서 사먹었는데 요즘은 장모님 정성이 담긴 밥상을 받는다며 정말 좋아라합니다. 그리고 혼자 먹는 밥 정말 맛없는데, 이렇게 장모님이랑 대박이 이삐 같이 밥을 먹으니 밥맛도 더 있다구요.

요즘 울 엄마 청소도 하고, 빨래도 개겨 주십니다. 한번씩 양말 짝이 맞지 않을 때도 있고, 반찬통 뚜껑이 엉뚱하게 닫혀 있을 때도 있지만 그저 감사할 뿐이죠. 반찬통 뚜껑 닫는 건 엄마에게 놀이삼아 하시라고 아예 엄마 일로 맡겨두었습니다. 첨에는 뚜껑 맞추기 절반이 틀렸습니다. 그럼 제가 점수를 주죠. 엄마 오늘은 50점, 그런데 요즘은 90점을 넘어갑니다. 앞으로 혼자 마을 나들이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엄마 화이팅~

 

추가) 이때만 해도 전 우리 엄마 건강이 급속히 좋아지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 그렇게 희망을 가져도 좋을만큼 엄마의 상태가 좋았거든요. 한동안 울 남편 장모 걱정 그리 하지 않아도 될만큼 혼자서 산책도 하시고, 또 열쇠로 문을 열 수 있을만큼 호전되셨답니다.

 

그런데 치매라는 병이 결코 방심할 수 없는 병이더군요. 엄마가 상태가 좋아지자 우리가 마음을 놓는 순간 다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지금 다시 공부하지만 치매는 마음이 어린아이로 돌아가게 만드는 병이더군요. 제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한 번씩 아이들에게 넌덜머리가 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은 결코 선생님 사정봐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부모나 오직 자기만 봐주길 바랍니다. 그래서 아이인 것이죠. 자신을 돌보는 시선과 손길이 느슨해진다고 느낄 때 아이들은 위기감을 갖고 그 시선을 돌이키기 위해 별짓을 다합니다. 착하게 시선을 끄는 아이도 있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부정적인 방법을 선택해서 선생님들을 미치게 만들죠.

 

치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직 자기만 바라만 봐주길 바라는 심리적인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 엄마 저와 남편이 좀 방심하고 소홀한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문제를 일으키시더군요. 그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하도록 할께요. 그래도 치매에 걸린 울 엄마 우리집에 모신 후 가장 행복했던 때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글은 2016.2.1.에 추가 update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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