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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교사가 말하는 가장 좋은 어린이집은?

어린이집이야기

by 우리밀맘마 2011. 10. 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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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가 다니는 직장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저는 지금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워낙 유아들을 좋아해서 0세반을 지원했고, 첫돌이 되기 전의 아이들을 맡아 키우고 있답니다. 올해도 벌써 10월이 되다보니 처음 제게 왔을 때는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녀석들이 지금은 아장아장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우리 어린이집 0세반 정원은 3명입니다. 여기에 농어촌 특례가 있어 1명을 더 받을 수 있답니다. 제가 입사할 땐 1명, 한 일주일 뒤 1명 더, 그리고 한달 쯤 뒤엔 또 한명이 그렇게 3명을 키웠습니다.

1명일 땐 정말 좋더군요. 완전 저의 사랑을 그 아이 하나에게만 쏟을 수 있으니 아기도 금방 저와 친하게 되고, 어린이집에 오는 것을 좋아하구요. 전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둘이 되니 좀 힘들기 시작합니다. 두 아기의 신경전이 보통 아니더라구요. 서로 사랑을 얻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 땡깡, 소리지르기에 그치지 않는 울음공격까지.. 그래도 둘 정도야 ㅎㅎ시간이 좀 지나자 둘 간에도 서열이 정해지고 평화가 찾아오더라구요. 

그런데 셋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나가 더 되니 이건 정말 통제 불가능입니다. 한번씩 세 녀석이 동시에 안아달라고 울고 불고, 떼쓰고, 거기다 먹여 달라 업어달라 재워달라 각각 자기 먼저 해달라고 시위를 벌이면, 울 어린이집 선생님들 우리반에 무슨 난리가 났나 싶어 다 달려옵니다. 원장님 눈을 똥그랗게 뜨고 와서는 "괜찮아요?" 그렇게 묻습니다.


그렇게 한 두달 전쟁을 치뤘지만 그래도 이 상황을 잘 진압했답니다. ㅎㅎ 다시 찾은 평화.. 한동안 정말 좋더군요. 그런데 울 원장님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한 아이들 더 받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반대했습니다. 아니 사표를 써놓고 반대했습니다. 왜냐면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넷은 정말 무리이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는 허용되는지 몰라도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라면 이건 정말 아닌 것이죠. 웬만하면 저도 그냥 하겠다고 하겠는데, 셋인데도 몇 번 가슴 철렁한 일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집

사진은 제 집 근처의 어린이집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은 어니지만 건물이 참 이쁘더군요




아기들 사고 내는 것 정말 한 순간입니다. 잠시만 눈을 딴 곳에 두면 셋 중 어느 녀석이 어떤 짓을 할 지 모르거든요. 조금 높은 곳에 기어올라 딩굴기도 하고, 만지지 않아야 할 것을 만지기도 하고, 열린 문으로 어떻게 기어나갔는지 소리 없이 사라지기도 하고.. 제가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도 셋까지는 어떻게 어떻게 할 수 있는데, 넷이 되면 실제 하나는 제 시선에서 순간순간 사라진다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넷을 감당하면 선생님의 피로도 급증합니다.

여러분도 한 번 아기 넷 동시에 봐보세요. 상상만해도 정말 뛰쳐나가고 싶더라구요. 말도 통하지 않죠. 정말 혼이 나간다고 할까요? 둘까지는 그래도 제 체력이 괜찮았는데 셋이 되니 몸살을 하게 되더라구요. 여기에 하나가 더오면 제 체력으로 감당이 안되는 것이죠.


아기에게도 손해, 선생님도 손해, 그렇게 맡긴 부모님도 손해, 그러다 혹 큰 사고라도 난다면 어린이집 손해, 모두 손해되는 일을 왜 하려고 하는지.. 다행히 원장님이 양보해주셨습니다. 선생님을 한 분 더 들이고, 시설을 좀 더 넓히고, 그렇게 한 반을 더 늘인 것이죠. 저로서는 정말 다행이구요. 에휴 ~ 이것 때문에 아이들 돌보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원장님과 신경전 벌이느라 더 힘들었답니다.

이제 좀 있으면 새학기가 되고, 다음달부터 신규 원아모집을 하게 되겠네요. 아기 가진 부모님들 주위에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어느 곳이 좋을지 고민되실 터인데, 여러 시설을 살펴보는 것도 좋지만 먼저 그 유치원의 선생님들 표정을 보시길 바랍니다. 표정이 밝고 좋으면 좋은 유치원입니다. 그런데 피로에 쩔어있거나 얼굴에 짜증이 있으면 한 번 더 신중히 생각하시길 권합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하는 것은 시설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죠. 특히 교사 말입니다.


이제 오늘 다시 울 아기들 보러갑니다. 오늘은 누구랑 제일 먼저 눈을 맞추게 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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