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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대회에 다녀온 후 영어에 대해 새로운 경지에 눈뜬 사연

출산과 육아

by 우리밀맘마 2011. 8. 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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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말에 울 남편 국제학술대회에 다녀왔답니다. 외국에 나간 건 아니구요, 진주 경상대에서 어린이철학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는데, 울 남편 전공이 그쪽이라서 교수님의 반 협박과 함께 공부하는 이들의 꼬임에 넘어갔다네요. 그리고 작년 여름에 미국에 잠시 다녀왔는데 그 때 이 계통의 최고 실무자와 잠시 만난 적이 있는데, 혹시나 다시 만날까 싶은 마음에 시간을 내었답니다. 이 학술대회에 관한 기사가 있어 잠시 소개해드립니다.



‘철학적 방법을 통한 교육의 혁명’이라는 기치를 내건 ‘세계 유청소년 철학교육학회’(ICPIC2011, 회장 펠릭스(스페인), 조직위원장 박진환 경상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7월 18일부터 3일간 경상대학교 교양학관과 국제어학원에서 열린다.ICPIC2011은 전 세계 37개국의 전문가가 모여 철학적 방법을 통한 교육방법의 혁명에 대해 논의하는 학술 올림픽이라고 할 만하다.

ICPIC2011은 세계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 최종 개최지로 결정된 나라에서 열리는 학회로서, 이번에 경상대학교에서 열리게 된 것은 학교의 자랑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위상에서도 쾌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ICPIC2011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학술대회는 세계 37개국의 전문가 150여 명이 모여 도덕교육ㆍ다문화교육ㆍ사고력교육에 대해 논의하게 되는데, 고려대 이초식 교수의 ‘사고력교육’, 런던대 스테판 로 교수의 ‘다문화교육’, 콜럼비아대 메간 레버티 교수의 ‘도덕교육’, 미국 몽클레어대 데이비드 케네디 교수의 ‘Lipman 회고록’, 홍콩대 로렌스 스플리터 교수의 ‘Ann Sharp 회고록’ 등의 기조강연이 마련돼 있다.


학술대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남편 좀은 들뜬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네요.

"약 40여개국에서 사람들이 모였는데 하루종일 영어로만 하더라. 내 귀가 미치는 줄 알았다."

ㅋㅋ 울 남편 박사공부하고 있지만 영어는 거의 젬병입니다. 읽는 거는 어느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말하기 쓰기는 ㅎㅎㅎ 외국인 만나면 말은 마음속으로만 맴돌뿐 입으로 나오지 않는 대부분 울 나라 사람들이 겪는 그런 수준입니다. 사흘간 학술대회가 열렸다는데 하루 참가하고는 완전 외국 다녀온 듯한 그런 엄살을 떱니다. 그러면서도 눈을 반짝이며 자기 자랑하는 걸 빼놓지 않습니다.

"지난 번 미국에서 만난 교수 있잖아? 그 친구 다시 왔데. 어쩌다가 내가 그 옆에 앉게 되었어. 그래서 내가 아주 유창한 영어로 날 기억하겠냐고 물었지. 그랬더니 날 유심히 다시 보는거야. 그래서 내가 작년 여름 당신 사무실로 찾아갔었다고 했더니 반갑다고 손을 내미는 거야. 나도 만나서 반갑다고 이야기하고 몇 마디 주고 받았지. ㅎㅎ"

제가 그 말을 듣고 넘 신기해서 맞장구쳐주었습니다.

"와 ~ 울 신랑 대단하네. 그럼 오랜만에 만났으니 차라도 한 잔하던지, 아님 부산 구경이라도 시켜준다고 하든지 하지?"

그러자 울 남편 헐~ 하는 표정으로 절 바라봅니다.

"내 영어 수준으로 그만큼 한 거면 한계에 다다른거야. 또 작년의 그 아픈 기억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맘은 없답니다."

ㅎㅎ 울 남편 작년 그 교수 사무실로 용기있게 찾아가서는 인터뷰 요청을 했다네요. 그런데 그렇게 친절하게 맞아주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가르쳐주고자 애를 쓰더랍니다. 울 남편 손짓 발짓에 나중에는 구글 번역기까지 동원해서 열심히 물어보고 들어보고 하다가 마침내 그냥 질문한 후에 그 답을 동영상으로 찍어왔습니다. 그렇게 한시간을 완전 영어의 미로속에서 헤맸다네요. 그래서 그 교수에게 영어를 제대로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그 교수 하는 말,

"제가 한국어를 제대로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랬다고 합니다. 제가 좀 궁금하더군요. 아니 영어를 그 정도밖에 못하는 사람이 한국어로 말해도 제대로 못알아 듣는 철학적인 내용을 영어로 어떻게 알아들었냐고 물었습니다.

"뭐 대충 감잡고 말맞춰서 때려잡는거지 뭐. ㅎㅎ 영어 알아듣는거 그렇게 어렵진 않아. 일단 첫 시작에서 부정문인지 긍정문인지 확인하고, 뒤에 중요한 단어나 아님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가 나오면 그 환경에 맞게 유추해서 생각하는거야. 그럼 얼추 비슷해. 말이란게 그렇거든."

가장 힘들었던게 뭐냐고 또 물었죠.

"그냥 강의나 발제만 듣는 게 아니라 소그룹으로 워크샾 하는게 있거든. 그 때는 남이 하는 말 제대로 들어야하는데, 이건 좀 어렵더라. 그리고 내가 질문도 해야하는데 ㅎㅎ 완전 죽음이었다. 어떻게든 진행자가 날 보지 못하도록 뒤에서 숨으려고 했는데 찝어내서 말 시키데. 완전 쪽팔림의 극치였다. ㅋㅋ"
 

 
 


그러면서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말합니다 .

"그런데 신기한게 있더라. 그 사람들 내가 말하는거 다 알아들어. 제대로 말하지도 못했는데 알아듣더라. 내 발음이 좀 시원찮은데도 정확하게 알아듣더라. 그건 정말 기분좋더라. 거기다 웃기는건 약 40여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발표는 영어로 하거든. 신기하게 우즈벡에서 온 사람, 인도에서 온 사람, 홍콩에서 온 사람, 북유럽권에서 온 사람.. 다 영어로 말하는데 첨엔 영어로 말하는지 몰랐다. 그 나라 말로 하는 줄 알았다. 왜냐면 그 나라 억양과 말투 그대로 말하더라. 그런데도 다 알아들어. 아주 유창하게 미국식 영어로 말하는 사람은 미국사람 밖에 없고, 미국 사람 중에도 인종에 따라 말하는 풍이 다 다르더라구. 그래도 알아듣고, 왜 그렇게밖에 말 못하느냐고 따지는 사람 없더라."

울 남편 그러면서 이번에 영어에 대해 아주 큰 깨우침을 두 가지 가졌다고 합니다.

첫째는 영어로 말할 때 미국사람처럼 그렇게 유창하게 말하려고 할 필요없이 그저 알아듣게 말하면 된다는 것. 도리어 미국 사람 흉내내서 그렇게 발음하면 못 알아 듣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한국사람답게 발음하면 희안하게 제대로 알아듣는다네요. 혹 틀리면 자신들이 발을 바로 잡아서 다시 물어본다고 합니다.

둘째, 영어로 말할 때 미국사람처럼 모방해서 비슷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사람이 알아듣는 발음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죠. 특히 우리말은 유성음과 무성음의 구별이 없고, 무성음과 파열음으로 구별하잖아요? 우리는 바크와 파크가 다른 말인데 미국 사람들은 같은 말로 알아듣고, 대신 빠크(유성음)과 바크가 다르게 알아듣지만 우리는 같은 말로 알아듣죠. 이런 차이를 알고 발음할 때 신경을 쓰면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닐 것 같다고 합니다. 자기는 이런 차이를 알고 좀 서툴지만 신경을 쓰고 말했더니 그 사람들 알아 들은 것이라고 자랑스러워합니다.

듣고보니 좀 일리가 있어보이기도 하구요. 그나저나 영어공부 좀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다녀와서는 내일부터 다시 영어 원서 읽기 시작한다고 하던데.. 영 미덥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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