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을 보면 임금이나 신하가 쓰던 모자를 '익선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모자는 매미의 날개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고 합니다.
임금님의 익선관은 매미 날개가 뒤통수에서 머리 위로 두 장 올라와 있고, 신하의 익선관은 매미 날개가 뒤통수 양옆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익선관이 매미의 날개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는 것을 오늘 첨 알았네요.
그런데 그 많은 생물 중 하필이면 매미의 날개 모양을 본떴을까? 여기에는 매미를 닮아 좋은 정치가가 되고자 했던 바람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매미와 좋은 정치가? 이 둘의 조합이 선뜻 떠올려 지지 않지만 매미의 습성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답니다.
첫째, 이슬만 먹고 사는 매미처럼 먹을 것을 탐내지 말자.
둘째, 매미의 생김새를 따라 배우고 익혀 선정을 베풀자.
셋째, 남이 생산한 것을 먹지 않으니 염치가 있다.
넷째, 집을 짓지 않으니 겸손하다.
다섯째, 철에 따라 허물을 벗고 때를 알아 물러날 줄 아는 절도가 있다.
울 남편이 찍은 매미사진입니다.
매미는 사실 이슬만 먹고 살진 않습니다. 노린재와 같은 매미의 긴 입은 평소에는 가슴 아래로 차분히 접혀 있어서 전혀 보이질 않는다네요. 아마 우리 조상들은 매미가 나뭇잎을 갉아 먹는 것도, 또 개미처럼 무당벌레 배설물을 먹는 것도 못봐서 이슬만 먹는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하지만 매미는 사과밭에서는 나뭇가지를 말려죽이는 해충으로 취급할만큼 나무즙을 아주 잘먹는다고 합니다. ㅎㅎ 눈으로 잘 볼 수 없는 매미의 진실이 있었네요.
하지만 매미의 날개를 본떠 만들어 모자를 쓰고 정치를 하고자 했던 옛 선현들의 정신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네 정치인들 좀 염치가 있었으면 하네요. 염치 없는 작자들은 공직에 나서지도 못하게 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요즘 청문회를 보니 도리어 염치 없는 작자들을 관직에 앉히는 합법적인 통로가 되어버린 그런 느낌입니다.
언제나 염치 있는 정치인들이 우리 국회에 그리고 정부에 그리고 공직에서 그 소리를 내며 일하는 날을 볼 수 있을까요?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국회에 매미 좀 더 키우면 알아들을까요? 이젠 말도 좀 고쳐야겠습니다. 염치를 상실한 지도자들 매미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해야겠네요.
(이 글은 숲연구소 부산경남지부 지부장인 정주혜님께서 오늘(2011.8.4일자) 국제신문에 기고한 "선조들이 본 받으려 했던 매미의 진실"이라는 글에서 인용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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