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남편에게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쓰레기 버리러 갈건데 음식물 쓰레기 통을 갖고 갈건지 아님 무거운 종이 박스를 들고 갈건지 택일하라구요. 다른 집 남편들은 시키지 않아도 잘만하던데 울 남편은 꼭 시켜야 그것도 선심 쓰듯이 해줍니다. 얼마 전 엘리베이트 안에서 칠순 넘은 할아버지께서 음식물 쓰레기통을 갖고 계셔서 할아버지 참 자상하시네요 했더니, 이런 거라도 해줘야 밥얻어 먹지 그러면서 웃으시데요. 울 남편 아직 세상물정을 잘 모릅니다.
저의 말에 울 남편 무거워도 남자가 체면이 있지 하면서 박스를 짊어지네요. 전 아주 가볍게 음식물 쓰레기통을 들고 남편 뒤를 따랐습니다. 엘리베이트 안에서 울 남편 갑자기 생각난듯이 묻습니다.
"그 쓰레기통 그저께도 버렸잖아. 음식물 쓰레기가 그렇게 많이 나와?"
헐~ 우리 식구가 여섯입니다. 그 정도의 인원이 먹고 남은 쓰레기가 이정도면 양호한 것인데 울 남편 쓰레기가 많다며 슬슬 옆에서 시비를 거네요.
"도대체 뭔 음식물 쓰레기가 그리 많은 거지? 그거 다 처리할려면 돈인데.."
누군 그거 몰라서 그런가요? 남편이 이리 시비를 거니 저도 갑자기 궁금해지는 것 있죠? 울 음식물 쓰레기통 사이즈가 5L 이고, 보통 하루 걸러 한번씩 버리니까 하루에 2.5리터 정도가 되네요. 울 식구가 여섯이니까 하루 한명 당 버리는 양은 약 400g정도가 되네요. 2003년에 우리나라 국민들이 버리는 쓰레기양이 하루에 11만톤이었다고 합니다. 이를 4천만으로 나누어보면 1인에 약300g 정도가 되는군요. 지금은 아무래도 인구도 조금 더 늘고 했으니 배출량이 좀 더 늘었을 것 같은데, 우리집은 음식물쓰레기는 평균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집 음식 쓰레기 도대체 어떤 것이 있나 하고 살펴봤더니 가장 많은 것이 과일 껍질이네요. 특히 바나나 껍질은 무게도 꽤 되고 양도 상당합니다. 그외 사과껍질 등의 과일 껍질이 눈에 많이 띄네요. 그 다음이 국 남긴 건데기.. 요즘 아이들이 국을 많이 먹지 않다 보니 며칠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버려야 되는 양이 상당하군요. 그리고 야채 중 먹지 않고 버리는 부분과 상한 음식들 그리고 상한 반찬 등입니다. 냉장고 깊숙한 곳에 방치되어 있다가 눈에 띈 것들도 있네요.
300g 을 실제 손에 들어보면 얼마 되지 않는 무게이지만 이것이 모이니 그 양이 엄청나네요. 11만톤이면, 8톤 트럭으로 1400여대의 양인데 도대체 그 많은 쓰레기를 어디다 버리는 것일까요? 얼마나 처리할 곳이 없었으면 천연기념물 179호로 지정되어 있는 을숙도에다가 버렸겠습니까? 줄이긴 줄여여겠는데, 정말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신문기사를 보니 세계의 음식물 쓰레기 중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이 먹을 수 있는 야채나 과일이 상품가치가 없다고 버려지는 양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특히 백화점과 마트 등에서 진열해서 물건을 팔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더 크게 일어난다고 하네요. 또한 뷔페 음식도 음식물 쓰레기배출에 한 몫을 한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진수성찬을 바라는 풍조와 혹시나 싶은 마음에 넉넉하게 음식을 준비해놓았다가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고, 예상 외로 충동구매로 인해 버려지는 것이 또 많다고 합니다. 마트에 갔더니 싸게 파는 것이라고 선전해서 일단 사놓고 보면 언젠가 먹겠지 하고 사서 냉장고에 넣어뒀는데, 시간이 지나 그냥 버려지는 그런 것이죠. 우리집 쓰레기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음식물쓰레기통을 수거하는 모습
나름 우리집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해낸 기발한 방법은 아니구요. 그냥 남들이 다 생각하는 그런 방법을 적으면서 스스로 다짐해보는 것이죠. 뭐 우리집 쓰레기 역시 남들처럼 만들어진 것이니 이를 줄이는 것도 남들처럼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입니다.
1. 과일이나 야채 등 먹거리를 살 때는 마트보다 농수산시장이나 재래시장 아님 집 근처의 부식가게를 이용해서 먹을 적당한 양만 구입한다.
마트에 가면 일단 충동구매하기 쉽고, 또 언제 오나 싶어 필요한 양보다 많이 구입하게 되더군요. 딴 건 몰라도 먹거리는 조금 비싸더라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집근처의 부식가게나 과일가게 등을 이용하는게 더 남는 장사지 싶습니다.
2. 우리집 음식물 쓰레기에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이 남은 국물건더기인데, 국을 끓일 때도 한끼 먹을 양만큼만 조리한다.
이건 제가 좀 더 부지런해지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아이들에게 칼질을 제대로 가르쳐야겠다
우리집 쓰레기 중 과일껍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그 중 아이들이 칼질을 서툴게 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을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칼질을 잘하는 법 그것도 쓰레기를 줄이는 좋은 방법인 것 같네요.
4. 대형 냉장고 넘 믿지 말고 정기적으로 청소하자
우리집 냉장고도 대형입니다. 그러다 보니 냉장고 믿고 더 많이 구입하는 경향이 있구요, 그리고 봉지에 넣어두었다가 깜빡 잊어버리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먹지도 않고 버리는 것이죠. 얼마나 아까운지. 일단 비닐봉지에 넣은 것이라면 겉에 포스트잇으로 뭐가 들었는지 메모라도 붙여두면 이렇게 버리는 음식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우리집 쓰레기 1/3은 줄일 수 있을 것 같네요. 한 번 제대로 줄여보렵니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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