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길 줄 아는 아이의 여유, 못 기는 아기의 비애

어린이집이야기

by 우리밀맘마 2011. 6. 23. 05:30

본문


어린이집 교사를 한 지도 벌써 4개월이 되어가네요. 전 어린이집에서 0세 반 아이들을 전담하고 있답니다. 울 아이들 넷이나 키웠는데도 아기들 키우는게 보통이 아닙니다. 전 아이들을 정말 잘 키운다고 자신했었는데, 갈수록 체력이 지치고, 힘이 듭니다. 제가 맡은 아이 중 하나는 15KG이나 나가는 녀석도 있는데, 이 녀석이 안아달라고 보채면 벌써부터 허리가 쑤시는 느낌이 듭니다. 하나나 둘 정도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셋 이상은 정말 감당하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든 셋까지만 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원장님은 제 속도 모르고 자꾸 하나 더 들이려고 하는데 그건 아이들을 위해서도 저를 위해서도 안되는 일이네요. (원장님 아셨죠?) 

울 아기들 모두 개월 수가 같답니다. 이제 8개월이네요. ㅎㅎ 그런데 같은 개월이라도 발육상태는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일단 길 줄 아는 아기가 있고, 길 줄 모르는 아기가 있답니다. 사실 이거 좀 늦고 빠르고 별 차이는 아닌데, 저도 첫째 아이 가졌을 때 울 아이가 좀 늦게 긴다고 생각될 때 정말 마음이 안타깝더군요. 그런데 둘째 부터는 마음을 비웠습니다. 때가 되면 다 머리 들고, 기고, 앉아 서고, 걸어다니더라구요. 좀 늦어도 다 정상인데, 엄마의 마음은 그렇지 않죠. ㅎㅎ 

울 아기들, 둘은 기고, 하나는 겨우 배밀이 한답니다. 그런데 이 셋 다 저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은 마음은 커서 이 어린 것들이 머리 굴리는 거 보면 정말 신기하기도 하구 우습기도 합니다. 특히 잠 잘 때 더 하답니다. 제가 일단 제일 잠오는 녀석, 보통 뚱보 현이가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이거든요. 그래서 현이를 제 품에 안고 재울라치면, 길 줄 아는 은이가 막 기어서 제 발치까지 온답니다. 그리고 제 발을 붙잡고 하품을 하죠. 그러면 제가 은이를 눕혀서 배를 토닥토닥거리며 노래를 불러줍니다. 이 두 녀석이 이렇게 스르르 잠이 들라치면, 저 쪽에서 기지 못하는 우리 아영이가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합니다. 우리 아영이가 이곳 대빵이거든요. 한 달 먼저 왔다고 아주 군기반장 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울 아영이 어떻게 하든 선생님 곁으로 가긴 가야겠는데 몸은 따라주지 않고, 그래서 열심히 배밀이를 합니다만 아직은 마음 뿐입니다. 그래서 몸 대신 입으로 하죠. 악을 쓰며 손을 파닥이며 절 보는데, 어찌나 우스운지.. 그러면서 다른 아기들을 노려봅니다. 그 표정이 "어쭈 이것들이, 아직 고참인 내가 잠들지도 않았는데 잘려고 한단 말이지?" 이런 표정입니다. ㅋㅋ 

처음엔 울 아기들 그런 아영이의 눈치를 보더니, 아영이가 제대로 기지 못한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아주 무심해졌습니다. 넌 소리쳐라, 난 울 샘 품에 안겨 잘련다..완전 배짱입니다. 그렇게 잠들어 주니 얼마나 이쁜지요. 이렇게 두 녀석을 재우고 난 뒤 울 불쌍한 아영이에게 가면, 울 아영이 서러웠는지 헛 울음도 울고.. 절 때리기도 하고.. 그렇게 복수를 한 뒤 잠이 든답니다. 

그렇게 잠 든 세 아기들..한 자리에 뉘여 놓으면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네요. ㅎㅎ 울아기들의 자라는 모습을 보니 엄마들이 어떻게 하든 아이를 좀 더 빨리 배우게 하려는 마음이 좀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울 아기들 엄마의 조급증이 더 잘 키워주지는 않는 것 같네요.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하면서 기다려 주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죠. 보세요. 기는 아기나 못 기는 아기나 이렇게 다들 평안하게 잘 자잖아요? ㅎㅎ 

오늘도 행복하세요. 

 

by우리밀맘마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