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주가 벌써 다 지나가네요. 날씨는 춥다해도 볕은 봄볕이라 봄이 슬그머니 그렇게 우리 곁으로 오고 있습니다. 3월이 되며 제겐 작은 변화가 한 가지 생겼습니다. 그건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꽤 규모가 큰 어린이집 선생님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영아 전담 보육교사로 일하게 되었죠.
디지털 대학을 마친 후 그렇게 고대하던 보육교사 자격증이 제 손에 쥐어졌을 때 괜시리 흐뭇해서 울 남편에게 자랑 좀 했답니다. 제가 아이들을 좋아해서 이렇게 어린이집 교사로 갈 것인지 아님 기관에서 봉사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먼저 보육기관에서 일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어린이집에 원서를 넣었습니다. 원장님과 면접을 보는데, 제가 아이 넷을 키웠다고 하니 바로 다음 날부터 출근하라고 하시네요. 아이 많은 덕을 이제야 보게 됩니다. ㅎㅎ
제가 취직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남편, 잘됐다면 아침에 차로 절 출근시켜주겠다고 하네요. 전 그저 서비스를 받을 순 없으니 한 달에 3만원을 주겠다고 했구요. 울 남편 아주 감격해합니다. ㅎㅎ 아마 제가 월급 받을 때쯤이면 제가 이런 약속 했는지도 다 까먹고 있을게 분명하기에 별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울 남편 매일 아침 절 태워주는데, 정성이 대단합니다. 옛날 우리가 연애할 때가 생각날 정도입니다. 연애할 때 남편은 제가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전화를 걸어줍니다. 제가 전화를 받으면 먼저 애써 찾은 성경구절을 하나 들려주고, 또 멋진 노래를 한 곡 틀어줍니다. 전 매일 출근할 때 남편의 전화를 받고 하루를 시작하는게 일상이 되어버렸답니다. 솔직히 그 땐 좀 귀찬을 때도 많았습니다. 안했으면 하는데, 울 남편 제 마음도 모른 채 그저 자기 좋은 식대로 그렇게 절 감동시키려고 애를 썼죠. 그리고 저녁 마칠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회사 앞에서 기다라고 있다가 저녁 먹여주고, 재밌는 이야기 들려주고, 그리고 집 앞까지 데려다 주곤 홀로 어둠속으로 사라져갔습니다. 그렇게 삼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물론 빠진 날이 좀 있겠죠?) 제게 정성을 쏟았답니다. 전 그걸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였구요. 그리고 결혼하면서 울 남편 매일 날 이렇게 감동시키며 살거야 라는 아주 순진한 생각에 젖었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난 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저의 그런 생각은 얼마나 환상에 젖은 것인지 알게 되었죠. 뭐 대부분 부부들이 비슷한 레파토리를 갖고 있지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요즘 울 남편 저랑 다시 첫 데이트 하는 것처럼 설레는 표정입니다. 저도 남편과 함께 출근하는 아침이 기다려지구요. 그제는 제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주차장으로 내려설 때 제 앞에 차가 기다리고 있더군요. 남편이 차문을 열어주면서 "사모님 타시죠!" 그럽니다. 그리고 오늘은 날씨가 많이 추웠잖아요. 역시나 남편 차를 아파트 입구에 대령시켜놨는데, 차 안이 따뜻해져 있네요.그리고 내릴 때 울 남편 저랑 하이파이브를 하며 화이팅을 외쳐줍니다. 그리고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보니 울 남편 설겆이까지 깨끗하게 해놓고 출근했네요. ㅎㅎ 감동 받았습니다. ^^ "오늘도 꼬맹이들에게 기선을 뺏기지 말고, 화이팅~"
그런데, 오늘 저녁 퇴근한 남편 저녁 밥을 먹으며 이런 말을 하네요. "여보, 요즘 당신 출근시켜주는데 취미들었어. 나중에 내가 실직하거든 아예 당신 운전수 노릇하며 살께, 잘 봐줘~"
내참 기가 차서~ 제가 하도 어이 없어 이렇게 쏘아붙여줬습니다. "전요~ 당신이 돈 벌어 오는 것으로 잘 먹고 잘 살래요. 아내 덕 볼 생각 꿈에도 마세요!"
남편의 말 농담인 건 아는데, 듣고나니 좀 찝찝하네요. 요즘 남자들 이런 저런 걱정이 많은가 봐요. 에휴~ 우리 가장들 어깨 펴고 당당하게 사는 그런 세상을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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