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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속에서 속닥이는 두 남자의 속삭임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11. 2.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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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아들, 이제 중딩이 되는데도 어찌 그리 엄마 아빠 곁에서 잘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주엔 막내가 수련회 간다고 집을 비웠는데, 그날 밤 바로 이불을 들고 우리 방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까? 도대체 뭐하는 거나고 물었더니


"엄마, 이제 중학생이 되면 엄마 아빠랑 같이 잠잘 시간도 없을텐데.."

그러면서 막무가내로 자리를 폅니다. 울 남편 허허 그러면서 잘됐다고 오늘 우리 두 남자끼리 속 터놓고 이야기도 하자네요. 제가 살짝 도끼눈을 떴더니 제 눈길을 피하면서 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뚱아, 이렇게 아빠랑 자니까 좋지?"

"응, 엄마가 옆에 있으니 더 좋아요."

캬~ 울 아들 아부하는 수준도 일품입니다. 이어 다정한 아빠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학교 다니는 건 힘들지 않냐? 새로운 학교에 친구는 있냐? 졸업을 친구들과 같이 하지 못해서 속상하진 않냐? 뭐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잘자~ 사랑해 아들" 그러더니 잠이 듭니다. 저도 두 남자의 소근거림이 나쁘진 않더라구요. 그래서 이내 잠이 들려는 찰라, 갑자기 울 아들의 핸폰이 요란스럽게 울립니다. 메시지 도착했다는 표시가 엄청 요란하네요. 아들, 당황한 듯 미안해요를 하며 재빨리 문자를 확인합니다. 궁금한 우리 부부, 도대체 누가 이 밤에 울 아들에게 문자를 넣었을까? 우리의 궁금함을 눈치 챈 아들, 먼저 자수하네요.

"하영인데요, 저보고 너 죽을래 라고 하는데요?"

흐미~ 요즘 여자 애들 표현이 엄청 과격합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하영이란 아이는 그리 과격하지 않은 새침떼기인데, 제가 놀란 눈으로 아들을 쳐다보았습니다.

"아마 제가 좀 전에 놀렸을 겁니다. ㅎㅎ 이제야 답장이 왔네요."

그러자 울 남편 아주 장난기어린 목소리로 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하영이~ 그 녀석 참 이쁘지."

그러자 아들이 되받습니다.

"아빠, 여자 보는 눈이 왜 그리 낮으시나요? 수준을 좀 높이시죠?"

아빠가 대답합니다.

"야, 이 아빠의 여자보는 눈은 수준급이다. 니 엄마를 봐라, 어디서 저런 미인을 얻겠냐? 아빤 네 엄마를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께 늘 감사하고 있다."

그러자 울 아들,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입니다.

"헐, 그러신가요? 아빠 솔직해보세요. 만약 20년 전에 이효리 같은 여자를 보았다면 엄마를 선택하셨을까요?"

울 남편 아주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아들아, 이효리가 이 아빠랑 살겠니? 그저 아빠 눈엔 네 엄마가 이효리보다 훨씬 이쁘게 보인단다. 이 세상에 네 엄마보다 이쁜 여자는 없단다 알겠니?"

울 남편 화이팅, 역시 당신 밖에 없어요라고 생각하는 순간 울 아들 재를 뿌립니다.

" 아빠 참 수고가 많으십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울 아들, 아빠랑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이 잘 자라고 합니다. 근대 이 말, 수고가 많다는 말.. 별로 좋은 말이 아닌 듯 싶습니다. 그러자 아빠가 말합니다.

"그래 아들아, 좋은 남편이 되려면 이렇게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단다. 아빠가 다시 말하지만 아내는 이뻐야 해 알았지?"

"네~"

남편이 제게도 잘자라고 인사를 하네요. 그리고 아들이 옆에 있어도 과감하게 뽀뽀도 해주고, 꼭 안아도 줍니다. 저도 남편에게 잘자라고 인사해주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잘자요, 내 꿈꿔요. 알았죠?" 

"응" 

울 남편 참 대답을 잘합니다. 마음이 아주 흐뭇해지네요. 순간 남편이 아들에게 인사합니다. 

"뚱아, 잘자라. 너도 이효리 같은 여자랑 데이트 하는 꿈꾸며 잘자~~" 

"네 아빠 고마워요~" 

제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아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뚱아 데이트 할 때 엄마도 끼워주라, 엄마 꿈도 꿔라" 

울 아들 화들짝 놀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헉 엄마, 무슨 말을 하시는거예요. 제가 왜 엄마 꿈을 꿔요? 아들 장가갈 길 막을 일 있으셔요? 제발 얼씬도 하지 마세요. 아셨죠?" 

이렇게 신신당부하는 것이 아닙니까? 살짝 열받더군요. 그래서 제가 목소리 깔고 한 마디 했습니다. 그러자 울 아들 끽 소리 않고 바로 잠들더군요? 뭐라고 했냐고요? 

"짐 싸~" 

ㅎㅎ 오늘도 행복한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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